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8-05 14: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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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025년부터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맞이하게 된 가운데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경영계와 소상공인 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안으로 최저임금이 논의될 때마다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왔다.
▲ 소상공인연합회 주최로 6월25일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차등적용 ‘금지’ 법안을 내놔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5일 2025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860원)보다 1.7%(170원)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최종 확정하는 안을 고시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9만6천270원(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업종별 구분 없이 전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12일 표결로 최저임금을 확정한 뒤 10일 동안 이의제기 신청을 접수했지만 단 한건도 이의제기가 접수되지 않았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2025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지만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나름대로 실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1.7% 수준에서 방어했고 노동계는 오랜 숙원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었다.
1만원을 넘은 최저임금의 새로운 논의 과제로는 '차등적용'이 떠오를 공산이 크다. 2017년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이 2025년 1만30원으로 8년 만에 55% 넘게 상승함에 따라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은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8년 이후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없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사업 종류별 차등적용을 두고 투표를 했지만 반대(15표)가 찬성(11표)보다 조금 더 많아 부결됐다.
국민의힘에서 최근 경영계와 소상공인의 요구를 반영해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 최저임금 차등적용 의무화 법안을 발의한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사업의 종류·규모·지역·연령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되 그 격차가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송 의원과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송 의원은 “식당과 숙박업 등에선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거나 인력을 줄이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는 저숙련·단순노동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제도로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는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가 피해를 받는 상황”이라고 법안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개별 의원들의 법안발의 뿐 아니라 추경호 원내대표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최저임금 상승률 둔화만으로는 임금 지불능력 한계에 봉착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업종별 차등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6월17일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업계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며 “업종별로 최저임금 수준을 차등화 하는 법적 근거는 있지만 강제되지 않고 있는데 이제 우리 사회가 이 부분에서 합의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최저임금 차별 적용을 폐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논의 대상으로 떠오르자 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현행 최저임금법 적용범위 및 적용제외 규정에서 가사노동자와 장애인노동자를 배제하는 규정을 폐지하고 수습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과 업종별 차등적용 근거 규정을 삭제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 의원은 "최저임금제도가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 만큼 이를 차별 적용하는 것은 제도의 본질과 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차별적용의 근거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최저임금 차등적용 금지법안을 발의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수진 의원실>
국가기관에서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관한 분석이 엇갈린다.
한국은행은 올해 3월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보고서’에서 돌봄 업종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7월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은 자영업자 입장에서 보면 부담이 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한다”고 말해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6월에 발간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연구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도의 목적과 취지 및 법의 구조를 고려했을 때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차등적용이 가능하려면 현재 최저임금 기준인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을 감안해 결정된 최저임금이 모든 사업을 기준으로 볼 때 최저기준을 상회한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외국도 대부분 특정 업종에 한해 최저임금을 높이는 ‘상향식 차등 적용’을 도입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최저임금 ‘하향식 차등 적용’과는 다르다는 점을 짚었다.
입법조사처는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방향의 차등적용 논의는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근로자 생활 안정 등의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차등적용 도입의 이유로 주장하는 '업종별 지불능력 차이'도 단순히 기업들의 업종 차이 때문에 최저임금을 낮게 지불해도 되는 제도를 도입하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입법조사처는 "현재 최저임금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업종별 지불능력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엔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사용자의 법 준수 의식과 차이, 기업의 규모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가 본격화됐을 때 발생할 노동계의 반발은 물론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부정적인 만큼 최저임금 차등적용 도입이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할 관문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일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에 관해 "발상은 좋으나 우리나라같이 평등의식이 굉장히 발달한 곳에선 이런 논의는 충분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며 "그냥 밀어붙이면 (걍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바라봤다.
국민의힘 한 의원실 관계자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관련해 업종별 차등적용이 옳은지, 지역별 차등적용이 옳은지 등 의원들마다 생각이 다르다”며 “국회에서 논의 과정을 거쳐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도입되기까지 여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