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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여름철 물류노동자 사망 이제 그만, 내년엔 똑같은 토론회 열리지 않길"

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 2024-07-25 16: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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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여름 국내 한 대형마트에서 카트를 운반하던 노동자가 쓰러져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이 고온의 작업현장에 무방비로 노출돼 쓰러지거나 병원에 실려가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제 장마가 걷히면 다시 폭염이 기승을 부릴 텐데 노동자들의 안전이 걱정됩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폭염 속 노동실태 및 제도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이제 사후약방문은 그만하고 선제적이고 실질적 조치들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장] "여름철 물류노동자 사망 이제 그만, 내년엔 똑같은 토론회 열리지 않길"
▲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 6간담회실에서 열린 '폭염 속 노동실태 및 제도개선 국회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행사는 민주당 소속 이학영, 안호영, 김주영, 강득구, 김태선, 박정, 박해철, 박홍배, 이용우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가 주최했다. 여기에 정부와 시민단체, 각계 노동자들이 참석해 관심을 나타냈다.

올해 정부는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보호 대책'의 일환으로 사업주에게 폭염 정도를 4단계로 나눠 대응하라고 권고했다.

이 '권고사항'에는 체감온도 33도가 되면 매 시간 10분씩 휴식, 35도가 되면 매 시간 15분씩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물류센터와 택배, 급식, 건설 분야 노동자들이 참석해 현장의 고충을 토로하고 여름철 휴식권의 법제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어 장귀연 노동권연구소장과 정로빈 공공운송노조 전략조직차장이 법 개정 과제를 설명하는 발제를 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을 좌장으로 문은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 김판진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 주무관은 토론을 진행했다.
 
[현장] "여름철 물류노동자 사망 이제 그만, 내년엔 똑같은 토론회 열리지 않길"
▲ 25일 국회에서 열린 '폭염 속 노동실태 및 제도개선 국회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노동자측 발언은 쿠팡물류센터 노동자의 호소로 시작됐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소속 최효씨에 따르면 쿠팡은 노동부가 내놓은 휴식기준을 잘 지키지 않을 뿐더러 노동자들이 항의할 수 없도록 온습도계를 가려놓은 사업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법에 따라 휴식공간을 마련해 두긴 했지만 정작 휴식시간을 식사시간에 포함해 제공하는 식으로 정해 사실상 근무중에 이용할 수 없도록 해뒀다. 더위를 참지 못하고 5분 이상 휴식을 하면 단말기 호출과 경고방송 이후 사실관계서를 작성하게 하는 물류센터만의 규칙도 소개됐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이 항의하면 쿠팡은 "노동부 권고사항은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준수할 필요는 없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최씨는 이와 같은 행태의 원인이 법 제도의 미비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쿠팡물류센터는 그냥 창고시설이 아니라 수백 명의 노동자가 근로하는 생활물류시설로 변한 지 오래"라며 "하지만 건축법상으로는 여전히 창고이기 때문에 에어컨을 포함한 냉방대책 등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류노동자에게 심각한 고통을 초래하는 문제가 바뀌지 않는 것은 물류센터는 그래도 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며 "법과 제도가 마련된다면 이러한 인식도 바뀔 수 있다"고 호소했다.

여름철 고통받는 산업분야는 더 있다. 특히 택배, 건설 분야는 작업속도가 중요해 폭염기 노동이 사실상 강제된다.

전국택배노조 쿠팡강남지회 소속 권순규씨는 "아직 뉴스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제주도에서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며 "택배노동자는 실외에서 일하기 때문에 폭염과 폭우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데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과로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재희 전국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건설업은 속도전이 핵심이고 경기침체와 원가상승 등으로 어려운 시기에 일개 노동자가 덥다고 휴식권을 말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그래도 건설사들은 국회의원이 방문한다고 하면 휴식시설도 만들고 에어컨도 틀어놓는데 이런 부분을 법제화한다면 건설노동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분야에도 폭염으로 고통받는 분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소속 신명기씨는 초등학교 급식노동자다. 신씨는 "급식 일은 보람찬 일이지만 여름철에는 얘기가 다르다"며 "바깥 온도가 30도가 되면 조리실 내부는 밥 짓는 열기와 수증기로 사우나실과 다름없는 열악한 작업환경이 된다"고 토로했다.

노동계에서는 실질적 폭염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

공공운수노조는 향후 입법과제로 첫째 산업법 개정을 통해 폭염기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 둘째 건축법 개정을 통한 물류센터 냉방장치 설치 의무화 등을 들었다. 

또 택배나 플랫폼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직에는 폭염·폭우에 대비한 실업수당 등 임금보전 대책을 마련하고 산업안전보건규칙 상 고열작업 정의를 기존 '열을 사용하는 작업, 열이 발생하는 작업'으로 한정해 둔 데에서 '폭염으로 열에 노출되는 작업'까지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정로빈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차장은 "실내작업장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실질적 폭염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라며 "작년에도 똑같은 주제로 똑같은 시기에 똑같은 말을 한 기억이 나는데 내년에는 똑같은 토론회가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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