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는 공정위 추진과제인데 20대 국회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정 위원장은 17일 매일경제 기고문을 통해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소신을 거듭 밝혔다.

  정재찬,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총대 메나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정 위원장은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되면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금산복합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가 단순 투명하게 개선되고 금산분리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가 대기업 특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일각에서 금산분리를 완화해 주는 등 특정 기업집단에 대한 특혜라는 문제 제기도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며 “다수의 금산복합 기업집단 누구라도 기업 여건에 맞게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올해 1월 2016년 공정위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중간금융지주법안을 국회에서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간금융지주법안은 19대 국회 때 여당이 발의했지만 회기만료로 자동폐기됐는데 정 위원장은 6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다시 중간금융지주법안을 추진할 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중간금융지주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아직 발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19대에서 중간금융지주법안 발의에 참여한 17명의 의원 가운데 14명이 국회를 떠난 상황이라 누가 발의를 주도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이 어렵사리 법안을 다시 발의한다 해도 야당이 19대 때 중간금융지주법안을 재벌특혜 법안으로 규정하고 반대한 데다 20대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촉구한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의원 발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 발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여야 대치 국면에서 의원 발의보다 정부 발의가 야당을 설득하기 효과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간금융지주법이 처음 국회에서 논의될 때도 정부 입법으로 출발했다. 18대 국회에서 공정위가 금융자회사 3곳, 금융자회사 자산 20조 원 이상일 때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중간금융지주법은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으나 법사위 제2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은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재벌 특혜라며 반대해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중간금융지주법이 발의될 경우 다른 공정거래법들과 함께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 야당의 경제민주화 법안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중간금융지주법 처리에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간금융지주제도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안 등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중간금융지주법 도입이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지분과 삼성증권 지분을 확보하며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며 지주회사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중간금융지주법 도입이 꼭 필요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