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6-10 22: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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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회 18곳 가운데 11곳의 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참여를 전면 거부하면서 상임위 배분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쟁점이 된 법사위·운영위·과방위에 `공격수`들을 대거 배치해 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방어해야 할 국민의힘은 본회의 `보이콧`외에는 이렇다 할 대응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국회법’과 ‘관례’를 들어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22대 국회는 원구성 단계부터 최악의 ‘전투 국회’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0일 오후 8시50분 쯤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이 제출한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안을 상정했다. 야당 단독으로 표결에 부쳐 선출안이 통과됐다. 10일은 국회법에 규정된 원구성 마감 시한이다.
우 의장은 상임위원장 선출안 투표에 앞서 “여야 합의로 원구성이 타결되길 기다렸지만 상황에 변동이 없어 보인다”며 “민생이 절박한 상황에서 국회 원구성과 개원을 마냥 미룰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의장실 앞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회에 항의하며 우 의장 사퇴를 요구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이 원구성 협상에 응하지 않자 민주당 안을 반영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상임위에 배분했으나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앞서 소속의원 전원 상임위원 사퇴안을 의사과에 제출했다.
이날 우 의장 주재로 양당 원내대표가 회동을 가졌지만 원구성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달 동안 대화와 타협을 통해 마무리 짓고자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이럴 경우에 대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게 국회법이고 국회법이 정한 절차대로 원구성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도 부합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제출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의장께서 여야 간 합의 없이 본회의 의사일정을 일방 통보한데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1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2당이 견제와 균형을 위해 법제사법위원장, 여당이 운영위원장을 맡도록 돼있는 관례를 일방적으로 무너뜨리고 일방적으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말씀하고 계신데 국회는 견제와 균형이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맡는 원구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이 원구성 협상에 여유를 두지 않고 상임위 배분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법사위와 운영위, 과방위를 중심으로 한 대정부 투쟁 속도전에 나서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상임위 구성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즉시 법사위와 과방위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채상병 특검법안과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처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을 소관하는 운영위에서는 채상병 특검법 관련 사건은 물론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석유매장 가능성을 발표한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한 현안질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의 상임위 속도전을 두고 “채상병 특검법, 민생지원법 등 당론 1호 법안들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또 석유공사의 올해 국내 유전개발 예산은 약 698억 원인데 시추 하나 뚫을 때마다 1천억 원 이상이 드는 만큼 국회에서 예산을 증액해야 하고 엑트지오 법인세 체납 논란 등 민주당이 따져 물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법사위에 박지원 의원, 운영위에 추미애 의원, 과방위에 김현 의원 등을 배치한 것도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사위와 운영위에서 여야의 치열한 갈등 상황이 펼쳐질 때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함으로써 ‘시간 지연 전략’에 나서더라도 중진을 배치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임위의 안건조정위는 일반적으로 제1당 소속 의원 가운데 선수, 나이 등을 고려해 지명된다. 박지원 의원은 5선, 추미애 의원은 6선으로 각 상임위에서 최다선 의원이 될 공산이 크다.
또 과방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 대립각을 세워온 재선 최민희 의원을 위원장으로 배정한데 이어 김현 의원이 과방위 간사를 맡았다. 김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상임위원을 역임했던 만큼 방통위 내부 사정에 밝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정무위원회(유동수, 3선)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박범계, 4선) 등 7개 상임위에도 국민의힘이 배분안 제출 보이콧을 지속하면 상임위원장을 맡을 수 있는 중진 의원들을 위원으로 배치했다.
국민의힘이 끝까지 상임위 배분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18개 상임위를 모두 가져오게 될 경우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속도전에 국민의힘은 10일 국회 본회의는 물론 향후 여야 원구성 협상과 상임위 활동 등을 모두 보이콧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우리가 받을 수 없는 조건, 국회법과 관례에 맞지 않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며 “누구도 공감 못 할 `막가파식` 국회를 우리가 마냥 협조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국회의장실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거야 독재` 프레임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유죄 판결을 계기로 민주당의 법사위 확보를 이재명 대표의 `방탄용`이라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국회를 계속 `보이콧`한다면 22대 국회는 ‘단독운영’과 ‘거부권’의 대립으로 점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내부적으로 국회 상임위 기능을 대신할 15개 자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원 구성 보이콧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를 거치지 않고는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 만큼 결국 당정 협의를 통한 ‘시행령 통치’가 이어져 여야 갈등이 더욱 커질 우려가 제기된다.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여야의 원구성 대립 상황을 두고 “솔직히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21대 국회 원 구성 때처럼 18개를 다 민주당한테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도 없고 답이 안 보인다”며 “22대 국회는 결국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