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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재생에너지 확대법안 1당 반대에도 국민투표 통과, 다른 나라 기후정책에 영향 주목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6-10 14: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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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재생에너지 확대법안 1당 반대에도 국민투표 통과, 다른 나라 기후정책에 영향 주목
▲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스위스 연방 의회 의사당. <위키미디아 커먼스>
[비즈니스포스트] 스위스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법안이 제1당의 반대를 딛고 국민 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받으며 통과됐다.

정치권이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 데 대해 일반 국민이 더욱 적극적 행동을 주문한 사례로 앞으로 다른 나라 정부의 기후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9일(현지시각) 스위스 현지언론 스위스인포(SWI)에 따르면 국민 투표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전력 공급법(Law for a Reliable Energy Supply)’이 찬성 69%를 받아 정식 법률로 채택됐다.

'신뢰할 수 있는 전력 공급법'은 2035년까지 스위스 국내에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 35테라와트시(TWh)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35테라와트시는 2022년 기준 스위스 전국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6배에 달하는 양이다.

지난해 9월 발의된 해당 법안은 스위스 의회 하원에서 과반수 찬성을 받아 통과됐으나 우파 성향의 제1당인 스위스인민당(SVP)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민 투표에 부쳐졌다. 스위스는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한 국가로 국민투표 결과가 의회 표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

그린피스, 세계자연기금(WWF) 등 여러 국제환경단체들은 이번 스위스 국민투표 결과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그린피스 스위스 관계자는 성명을 통해 “이번 투표 결과는 이제 원자력 발전소가 스위스 내에서는 도태돼야 할 에너지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스위스전력공사는 서둘러 노후 원자로를 모두 퇴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기준 스위스 전국 무탄소 에너지 발전량에서 수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56%에 이른다.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37%며 태양광 7%, 풍력 0.3%다.

수력 비중이 절반 이상인 스위스는 수량이 풍부한 여름에는 전력이 남아 수출까지 가능하지만 겨울에는 주변국으로부터 전기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스위스 의회는 몇 년 전부터 다른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법안들을 추진해 왔다.

알베르트 로스티 스위스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공식성명을 통해 “이번 법안은 스위스 전력 안보 확보를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 채택을 반대해온 하원 제1당은 여전히 국민투표에 비판적 입장을 고수했다. 

스위스인민당은 공식성명을 통해 “이번 법안으로 스위스 국민은 적은 전기를 사용하고 높은 요금을 내야 하는 현실을 스스로 선택했다”며 “또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무분별한 확대는 스위스 환경이 파괴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재생에너지 확대법안 1당 반대에도 국민투표 통과, 다른 나라 기후정책에 영향 주목
▲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유럽인권재판소 전경. <연합뉴스>
프랑스24와 쥐트도이체 차이퉁 등 스위스 인접국의 언론들은 올해 4월 유럽인권재판소 기후소송 판결이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스위스 여성단체가 제기한 기후소송에서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세운 기후정책이 미흡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기후정책을 확대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이에 대해 스위스 의회 최고위원회는 2021년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이 국민 투표에서 부결된 것을 사유로 유럽인권재판소 판결 이행을 거부했다. 지난 5일(현지시각) 스위스 의회 상원은 유럽인권재판소 권고를 거부하는 결의안을 공식적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국민투표 결과로 스위스 의회가 내세운 논리는 힘을 잃게 됐다.

프랑스24는 스위스가 ‘기후 대응 미흡’이라는 국제 판결 결과를 받아든 최초의 나라가 된 것이 이번 국민투표에 영향을 줬다고 바라봤다. 스위스 국민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자국 정부를 향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사를 국민투표를 통해 표시했다는 것이다.

독일 언론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이번 국민 투표에서 몇 년 전과 결과가 바뀐 데에는 기후변화로 빠르게 녹고 있는 알프스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며 “이에 스위스 국민 사이에 기후변화와 관련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스위스 국민투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비롯해 다른  나라의 기후정책과 시민의식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관행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스위스 사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적, 법적 지원의 중요성을 시사하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시민들의 인식 제고와 참여가 중요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민 인식을 높이고 정부의 미흡한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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