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2대 국회에서는 개헌 논의가 무르익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모두 1987년 개정된 헌법의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서다.
특히 2026년과 2027년에 각각 전국동시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22대 국회 전반기 2년을 이끌
우원식 의장이 개헌 문제를 풀어가는데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개헌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헌 문제를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
우 의장은 지금껏 홍범도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을 정도로 주요 정치인 가운데 독립투사들의 정신을 계승하는데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 의장은 개헌 논의 과정에서 국가 운영에 큰 틀의 방향성을 싣는 헌법 전문에 독립운동의 정신을 담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들어보면 향후 개헌 논의 과정에서 우 의장은 대한민국 국군의 정통성에 관한 법제화 논의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군의 뿌리가 독립군에 있다는 점을 헌법 전문에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 의장은 지난해 2월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의 철거 추진 논란 당시 국군의 정통성과 관련한 문제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국방부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하기 이전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점을 들어 국군의 뿌리로 인정할 수 없다며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을 때 우 의장은 직접 1인 시위를 벌이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당시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3년 5월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통해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 밖으로 옮기는 데 동의하는지`를 물은 결과 63.7%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우 의장뿐 아니라 독립운동가 관련 단체의 강한 반발에 정부는 육사 내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으나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 의장은 당시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국군의 정통성은 1907년 일제에 의해 군대해산을 거친 뒤 무장봉기를 한 무장의병이 대한독립군이 되고 그 역사가 한국광복군으로 이어지는 데 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에도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는 전문이 있는 만큼 국군의 뿌리는 독립군과 광복군에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제도화해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우 의장은 홍범도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지내며 유해 국내 송환에도 직접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김상옥 의사의 종로 경찰서 폭탄투척사건에 연관된 김한 선생의 외손자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개헌 논의 과정에서 헌법 전체를 해석하는 지침이자 최상위 규범으로 여겨지는 전문에 독립군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내용을 담는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상하이 임시정부가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국가 정통성의 뿌리로 삼으려는 뉴라이트 역사관에 따른 정치적 움직임이 많았던 만큼 개헌 과정에서 여야 사이에 논쟁이 치열해질 공산이 크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추앙하려는 역사적 재평가부터 위안부 배상에서 일본의 부담을 덜어주는 움직임뿐 아니라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까지 사회적 이념 대립이 많았다.
헌법 전문의 내용에 따라 국정 운영에 큰 틀의 방향성이 잡히면 향후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을 명분을 만들 수 있어 여야가 모두 치열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10월25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순국 제80주기 추념식과 청산리전투 승전 기념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2대 국회 개헌 논의는 여야가 모두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독립운동 정신 계승뿐 아니라 권력구조 개편부터 민주화 정신 계승까지 다뤄야 할 폭이 넓어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5월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헌법 전문 수록 △대통령 4년 중임제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등을 포함한 7가지 헌법 개정사항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통령의 무당적화와 거부권 행사 제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개헌의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단축' 처럼 야당 사이에서 나오는 개헌 관련한 개별적 논의에 선을 그으며 치열한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개헌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현직 대통령의 임기 단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와 정부가 부딪히면 해결할 방법이 없으므로 갈등을 녹이고 양극화를 막고 하나의 의사를 도출하는 효율적 헌법이 있었으면 한다"면서도 "헌법개정을 위해 어느 정도 범위를 갖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 토론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5년임기 대통령 직선제를 포함한 제6공화국 헌법으로 1987년 개정된 지 40년 가까이 되어간다. 대한민국 사회의 향후 틀을 규정할 헌법 개정 추이를 놓고 정치권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