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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변호사가 정장 차림으로 강원도 인제 산길 찾아온 이유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6-05 14: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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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변호사가 정장 차림으로 강원도 인제 산길 찾아온 이유
▲ 지난달 25일 강원도 인제군에서 열린 옥스팜 트레일워커 현장에서 25km 완주에 성공한 세바세빛B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옥스팜>
[비즈니스포스트]  “암 투병을 하고 난 뒤로 재발의 불안 속에 살아왔는데 용기를 얻어가고 싶습니다."

강원도 인제 천리길에서 지난 5월25~26일까지 진행됐던 '옥스팜 트레일워커' 행사에 함께한 여성 참가자의 말이다. 

'세바세빛'팀이라는 팀에 속한 이 여성 참가자는 자신의 참여를 통해 다른 암 환우들의 참여 가능성도 가늠해보겠다고도 했다.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걷는 행동을 통해 기부 노력을 모으는 행사다. 옥스팜 트레일워커가 내세우는 구호는 ‘100km, 4인1조, 38시간’이다. 100km를 38시간 동안 4명이 한 팀이 되어 걷는다는 뜻이다.

식수를 얻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km를 걸어야 하는 빈곤국의 사람들과 공감해 보자는 취지로 1981년 홍콩에서 시작돼 한국 포함 12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긴 시간을 다른 사람과 보조를 맞춰 걸어야 해서 보통은 비슷한 연령대에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끼리 팀을 결성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어르신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세바세빛팀은 다른 어떤 팀보다도 눈에 띄었다.

대학 부총장, 대기업 부장, 여성 기업 대표, 중학생 등으로 구성된 세바세빛 B팀은 각자 인연이 닿은 이들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공감대를 형성해 함께 하게 됐다. 

세바세빛 팀은 참가 인원이 8명이라 50km 종목에 도전하는 A팀과 25km 종목에 참가하는 B팀으로 나뉘었다.

B팀원들은 “원래 우리는 A팀을 지원하는 서포터즈 성격으로 모인 것이었다”며 “그런데 여러 사정이 겹치다 보니 우리도 함께 걷게 됐고 이번 행사를 완주하기 위해 여러 번 전지훈련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저마다 이유를 들어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세바세빛 팀에서 가장 어린 중학생 참가자는 목발을 짚고 있었다. 완주가 괜찮겠냐는 질문에 밝게 웃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학생은 “전에 홍콩에서 열린 25km 행사도 가뿐하게 완주했었다”며 “다른 팀원들이 좋은 분들이고 많이 도와주실 거라 완주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장 차림으로 급하게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이들도 있었다.
 
[현장] 변호사가 정장 차림으로 강원도 인제 산길 찾아온 이유
▲ 25일 밤 50km 구간 완주를 마친 로 워커스 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옥스팜>
서로 인연이 있는 변호사 4인으로 구성된 ‘로 워커스(Law Walkers)’ 팀으로 이들은 올해가 참가 2년 차였다.

팀원 중 한 사람은 “원래 이 행사는 다시 쳐다도 보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고 보니 계속 생각이 났다”며 “그런 와중에 다른 팀원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와서 참가 여부를 묻길래 덜컥 수락해버렸다”고 말했다.

정장을 입고 있던 그는 일이 바빠서 급하게 오느라 직장에서 입는 차림새 그대로 왔다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팀원은 “올해 50km 종목으로 참가하는데 그동안 운동을 빼먹은 게 있어서 완주까지가 조금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전 등록 현장 한쪽에서는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단체로 입장하면서 시선을 끌었다. 싱가포르 국적 글로벌 은행 ‘아이패스트(iFAST)’의 단체 참가자들이었다.

아이패스트는 이번 행사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기부금을 내놓은 단체이기도 했다.

림청천 아이패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패스트는 전부터 세계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참여형 기부 행사에 큰 관심이 있었고 회사 차원에서도 여러 번 참여하기도 했다”며 “한국 옥스팜이 진행한 2018년 트레일워커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변호사가 정장 차림으로 강원도 인제 산길 찾아온 이유
▲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직접 참여해 걷고 있는 림청천 아이패스트 최고경영자(왼쪽에서 두번째). <옥스팜>
아이패스트는 이번 행사에서 규모를 키워 합계 10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대부분 100km 종목에 도전하기로 했고 일부는 50km에 참가했다.

림 CEO는 “우리 회사에는 이런 종류의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사람 모으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개인적인 희망이지만 우리 참가자 가운데 90%는 완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참가자를 모은 비결에는 아이패스트가 회사 차원에서 구성원들의 여행비용을 일부분 부담해준 것도 있다. 림 CEO는 여행비용의 절반을 회사가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옥스팜 현장 발표에 따르면 이번 트레일워커는 약 2억4800만 원을 모금하며 역대 최고 기부금 기록을 달성했다. 2013년 한국 옥스팜 트레일워커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누적 기부금이 10억을 넘기기도 했다.

기부금은 전액 국제구호개발 활동에 사용되며 현장에 전달돼 식수 지원 및 위생지원 사업 등에 사용된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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