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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K퇴직연금을 묻다 일본④] 다이와종합연구소 정책조사부 연구원 "퇴직연금 핵심은 투자교육"

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 2024-05-31 12: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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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당신의 노후 계획은 안녕하십니까. 올해 한국사회는 퇴직연금을 도입한 지 20년차를 맞았다. 하지만 퇴직연금이 퇴직 이후 안정적 삶을 보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퇴직연금'이 되기 위해선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퇴직연금 선진국을 찾는다.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도입한 호주, 일본, 미국의 퇴직연금 장단점을 알아보고 국내 퇴직연금제도가 가야할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일본 글 싣는 순서
① 부자 아빠에 가난한 아들 거부한다, '일본형 IRP' 청년층 관심 폭발
② 하지메 야나기다 일본JP모건 전무 “일본 퇴직연금도 DC형이 주류될 것”
③ 류재광 간다외국어대 아시아언어학과 교수 “원리금보장 상품 의존하면 디폴트옵션 실패할 것”
④ 다이와종합연구소 정책조사부 연구원 "퇴직연금 핵심은 투자교육"
⑤ 노무라자산운용 출신 전문가 2인 “디폴트옵션에 강제성 필요”
⑥ 일본 전문가들이 바라본 한국 퇴직연금시장

 
[노후, K퇴직연금을 묻다 일본④] 다이와종합연구소 정책조사부 연구원 "퇴직연금 핵심은 투자교육"
▲ 24일 도쿄 치요다구 마루노우치 그란도쿄 빌딩에서 인터뷰한 사가와 아구리 다이와종합연구소 정책조사부 연구원. 다이와종합연구소 본부는 도쿄 고토구에 위치해 있으나 다이와증권 본부가 위치한 그란도쿄 빌딩에도 사무실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도쿄(일본)=비즈니스포스트] “현재 일본의 공적연금에 대한 우려가 큰 젊은 세대들은 다양한 금융투자 교육을 거친 뒤 퇴직연금에서도 원리금보장형상품보다 투자형 상품을 선호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도쿄 치요다구에 위치한 다이와종합연구소(大和総研) 마루노우치 사무실에서 만난 사가와 아구리(佐川 あぐり) 정책조사부 연구원은 현재 일본 퇴직연금 시장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다이와증권그룹 산하 싱크탱크로 일본 경제 및 세계 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조사를 실시하는 유력 연구소다. 이 곳으로부터 나오는 통계와 전문가 의견은 국내 언론에도 왕왕 소개된다. 본사는 도쿄 고토구에 위치해 있다.

사가와 연구원의 전문 연구분야는 연금제도와 운용이다. 최근에도 ‘호주에서 배우는 일본의 사적연금 개혁’, ‘확정기여(DC)형의 생애 납부한도는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 ‘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 등 보고서를 낸 일본 퇴직연금계의 손꼽히는 전문가이다.

사가와 연구원은 일본에서 정부 주도로 진행해 온 금융투자 교육이 상당한 성과를 맺으면서 향후 퇴직연금 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바라봤다.

그는 “지금 일본 퇴직연금 시장에서 투자형상품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앞으로는 목표수익률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현재 일본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61.7%이며 2040년대에 들어 50%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데 현재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해 인플레이션 사회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젊은세대들은 향후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여서 노후를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있는 것이다.
 
[노후, K퇴직연금을 묻다 일본④] 다이와종합연구소 정책조사부 연구원 "퇴직연금 핵심은 투자교육"
▲ 2019년 발간된 일본 연금 재정건전성 검증에 따르면 2040년대에 이르러 일본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50% 초반으로 떨어진다. 빨간 상자 안의 수치들은 각 예상 경제 시나리오별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전망치. 일본에선 5년마다 연금 재정건정성 검증이 이뤄지는데 올해 여름 새 보고서 발간이 예정돼 있다. <후생노동성> 
사가와 연구원은 “지금 일본의 국민연금은 60세에 납부가 끝난 뒤 65세에 지급이 시작된다"며 "납부 기한을 65세까지 연장하자는 의견 등 국민연금 조정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공적연금이 줄어든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므로 퇴직연금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데 있어 원리금보장형상품 등 안전자산을 지나치게 중시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젊은 세대 사이에선 금융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사가와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금융투자 교육의 사례를 들면서 포인트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500엔 짜리 물건을 사면 보면 1포인트가 쌓이는 식인데 이 포인트를 이용해 또 물건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

사가와 연구원은 "이제는 이 포인트를 활용해서 자산운용을 연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여러 앱에서 이 포인트를 활용해 일종의 모의투자를 하는건데 실제 주식의 주가에 연동돼서 포인트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밌는 점은 젊은이들은 이 포인트를 공짜로 받았다고 생각하므로 손실이 생겨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현금과는 달리 포인트를 활용할 때는 적극적으로 모의 주식투자에 뛰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포인트는 보통 초등학생때부터 다들 갖게 된다"며 "이를 통해 일본 젊은이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훈련을 어릴 때부터 미리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소개했다.

기업 차원에서도 금융투자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확정급여(DB)형보다 상대적으로 기업들에게 부담이 덜한 DC형 퇴직연금을 채택한 기업들의 경우 직원들에 대한 금융투자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DC형의 개념, 자산 투자의 방법, 상품의 종류 등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이뤄지는 것이다.

또한 과거와 달리 최근 일본에서는 학교 교과 과정 단계에서도 금융투자 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다만 일본의 안정적인 금융투자 교육체계가 하루 아침에 이룩된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일본은행(BoJ) 등이 초등학교나 지역 시민센터 등에서 금융투자 교육을 실시하긴 했지만 다소 뒤죽박죽인 형태였다. 그래서 실제로는 ‘금융투자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관별로 이곳저곳 흩어져 있던 일본의 금융투자 교육을 오랜 시간 걸쳐 하나의 통합체로 모으는 개혁이 진행돼 왔다.

사가와 연구원은 지난 4월 출범한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 Japan Financial Literacy and Education Corporation, 일본 금융문해력과 교육 기구)가 그 결실이라고 소개했다.

J-FLEC은 지난 2월1일자로 시행된 ‘금융서비스의 제공과 이용환경의 정비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된 기관이다. BoJ 산하 금융공보중앙위원회를 포함해 공공기관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는데 사실상 BoJ가 나라 전체의 금융투자 교육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되는 셈이다. 본격적인 활동은 오는 8월부터 시작한다.
 
[노후, K퇴직연금을 묻다 일본④] 다이와종합연구소 정책조사부 연구원 "퇴직연금 핵심은 투자교육"
▲ J-FLEC 현재 홈페이지 화면. '돈에 대한 지식이 곧 당신의 힘'라 적혀 있다. 8월부터 본격 활동을 개시한다. < J-FLEC > 
사가와 연구원은 이같은 교육의 힘을 통해 향후 일본 젊은 세대들의 금융투자에 대한 관심은 지금보다도 더욱 커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교육의 효과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발휘될 것"이라며 "후생노동성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을 활용해 퇴직연금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도 한데 어릴 때부터 이런걸 보고 자란 아이들에게는 향후 확실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는 초등교과 과정에서는 금융투자교육이 없었지만 J-FLEC을 통해 향후 확대돼 갈 것이며 지역에서도 금융투자 교육이 확산될 것으로 바라봤다.

다만 금융투자 교육에 있어서 좀 더 자유로운 형식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사가와 연구원은 “금융투자 교육에 있어선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식이 아닌 친구들끼리 다같이 모여서 체험해 보는 방식이 낫다"고 말했다. ‘나는 이 회사를 택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무엇이야’ 등등을 공유하면서 토론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가와 연구원은 "호주에서는 직장, 학교, 가정 등에서 주식투자에 대해 얘기할 때 전혀 껄끄러워하지 않는다"며 "한국과 일본에서도 이런 사회적 문화가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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