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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및 가스 요금 인상론 힘 받아, 에너지 시장구조 개선 목소리도 커진다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4-05-17 15: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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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좀처럼 재정 위기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전기 및 가스 요금의 인상에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에너지 공기업이 재정 위기에 빠지는 과정에서 민간 발전사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 등 문제점이 노출된 만큼 국내 에너지 관련 시장의 구조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전기 및 가스 요금 인상론 힘 받아, 에너지 시장구조 개선 목소리도 커진다
▲ 전기 및 가스 요금 인상론이 힘을 받고 있다. 사진은 주택가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17일 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안에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놓고 “3분기는 전력 성수기라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4분기가 유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스요금과 관련해서는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이 “미수금을 회수하기 위해 요금 인상이 단행돼야 할 것”이라며 “성수기보다는 비성수기에 해당하는 하반기, 7월 중에 요금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바라봤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직접 정부를 향해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16일 세종시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0조 원대 누적 적자를 해소하면서 2027년까지 한전 사채 발행 한도를 현재의 5배에서 2배 이내로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상당 폭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함을 정부 당국에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전기와 가스 요금의 인상 필요성에는 동의하는 태도로 보인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해야 하고 시급하다”며 “전기·가스 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를 고려해 적절한 시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극심한 재정난을 겪는 현재 상황에서 전기·가스 요금의 인상은 가장 즉각적이고 직접적 효과를 내는 대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요금 인상분이 에너지 공기업의 재정난 해소에 온전히 기여하려면 전력시장 구조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에너지 공기업이 에너지 원가가 급등할 때 막대한 영업손실을 본 원인이 오로지 가격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전을 살펴보면 실적 대부분은 전력을 사서 파는 데서 나온다. 기본적으로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과 판매하는 가격의 차이, 전력 판매량에 따라 한전의 실적은 좌우된다.

한전이 전력을 파는 가격은 전기요금이지만 한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있다.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물가 등 민생 문제와 얽혀 있는 만큼 쉽게 변하지도 않는다.

반면 한전이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은 다소 복잡하게 산출된다.

전력은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이 맞아야 하는 재화다. 따라서 시간 단위로 전력 수요량을 예측해 시간마다 낮은 연료비를 쓰는 발전원의 발전량으로부터 수요를 충당하다 예측된 전력 수요량을 채우는 발전원의 가격이 시장가격으로 결정된다. 계통한계가격이 전력도매가격 등으로도 불리는 까닭이다. 

한국에서는 석탄발전, 원자력발전이 늘 사용되는 수준의 전력 수요량(기저부하)을 맡고 대체로 LNG 혹은 중유 발전이 수시로 달라지는 전력 수요량(첨두부하)을 충당하게 된다.

특히 LNG 발전의 가격이 계통한계가격이 되는 비중은 90% 안팎에 이른다. 사실상 국내에서는 LNG 가격이 전력의 원가를 결정하는 셈이다.

LNG는 가스의 안정적 국내 공급을 맡은 가스공사가 주로 도입해 오지만 근래 들어서는 민간 발전사의 직도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민간 기업들의 가스 직도입이 늘어나면서 2021년~2022년 사이 국제유가 등 에너지 원가가 급등했던 시기에는 이른바 ‘체리 피킹(Cherry Picking,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서 선택하는 행위)’이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한전과 한전의 발전자회사, 가스공사의 영업손실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상황을 정리해 보면 LNG 가격이 상승하자 비축 의무 등 제도적 부담이 없는 민간 발전사는 LNG 구매와 발전량을 줄인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공급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한전 자회사는 민간 발전사의 발전량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그만큼 LNG 발전량을 늘려 전력 수요를 맞춰야 한다.

한전 자회사들은 주로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는다. 한전 자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안정적 공급에 의무가 있는 가스공사는 비싼 값에도 LNG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비싼 LNG로 전력 수요를 맞췄으니 계통한계가격 역시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된다.

전력 시장에서 민간 발전사들은 이전에 싸게 들여온 LNG로 발전을 하지만 높아진 계통한계가격을 적용받아 한전에 전력을 팔게 된다. 결과적으로 민간 발전사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고 가격 상승 부담은 한전 등이 지게 되는 구조다.

송형상 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16일 내놓은 ‘LNG 직수입발전사의 발전량 감소 군집행위와 그 영향’ 보고서를 통해 “2022년 LNG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국내 직도입 발전사의 발전량이 모두 감소하고 동시에 사상 최대의 수익이 실현됐다”며 “정황상 직도입 발전사의 체리피킹을 합리적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에너지 편의 감소와 공기업 적자 확대로 귀결된 것”이라고 바라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민간 발전사 5곳은 2022년에 전년 대비 발전수익이 120% 증가했다. 반면 전체 발전량은 12%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직도입을 통한 발전은 27% 줄었고 직도입 외 발전량은 23% 증가했다.

제도적 문제에 따른 민간 발전사들이 과도하게 이익을 취득하고 있다는 지적은 국회에서도 나온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1월 2022년도 민간 발전사의 영업이익이 폭등했다는 자료를 공개하며 “한전이 민간 발전사로부터 비싸게 전기를 구매하게 되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에게 전가된다”며 “민간 발전사들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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