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5-09 13: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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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수자원공사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유지할지 주목된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A등급을 받았음에도 지적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정 보완하며 경영평가를 준비해 왔다. 다만 해이해진 기강에 따른 사건·사고가 2023년에도 반복됐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3월11일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봄내체육관에서 열린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착공식에서 착공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5709억 원, 영업이익 3129억 원, 순이익 3593억 원을 거뒀다.
2022년과 비교하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각각 4%, 47%, 12% 감소했다.
수자원공사의 실적이 악화한 것은 해외사업 투자 손실 규모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자원공사의 연결재무재표에 따르면 후속적으로 당기손익으로 재분류되는 기타포괄손익 가운데 해외사업 환산손실 규모는 135억 원에 이른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수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해외지분투자금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2022년 말 기준으로 11개 해외 출자회사(종속기업 8개, 관계기업 3개)에 모두 5730억5600만 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조지아 JSC넨스크라하이드로 △필리핀 앙갓하이드로파워의 장부가액이 0원으로 평가됐다. 두 곳의 투자 금액을 전부 합치면 3276억9500만 원인데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 사업은 조지아 스와네티 지역 넨스크라강 일대에 수력발전소와 댐, 터널 2개소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2015년 수주 계약을 체결했으나 현지 주민 민원, 주민 현장 시위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사업이 미뤄지고 있다.
앙갓하이드로파워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동쪽으로 58㎞ 지점에 있는 앙갓댐 수력발전 사업을 맡고 있는 기업으로 한국수자원공사의 관계회사다.
수자원공사가 알리오에 올린 투자 및 출자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657억 원 규모이던 앙갓의 장부가액은 2020년 581억 원, 2021년 575억 원으로 꾸준히 감소한 뒤 2022년 0원이 됐다.
다만 해외사업 투자 손실에도 불구하고 수자원공사는 탄탄한 재무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11조5837억 원이었는데 이는 2022년 대비 6.9% 감소한 것이다. 부채비율은 101%로 지난해보다 14%포인트 줄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재무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수자원공사가 여전히 뛰어난 재무 예산 관리 능력을 보이고 있어 올해도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란 의견이 고개를 든다.
이에 더해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지적받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지만 댐 주변 지역주민들과의 소통 부족, 재난·테러 등 비상시를 대비한 통신망 구축 미비를 지적받았다.
수자원공사는 우선 댐 주변 주민과 소통 확대에 나섰다.
7년 동안 질질 끌어왔던 경북 영주다목적댐 준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주시와 상시 회의체를 운영하는 한편 문화재 이관, 사업비 조정, 관계기관과 문화재 처리 방안 합의안 마련에 힘썼다.
수자원공사는 결국 주민과 소통을 바탕으로 2023년 8월22일 영주다목적댐 최종 준공 승인에 성공했다. 영주시민의 숙원사업을 이뤄내는 동시에 영주시 발전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 다섯 번째)가 3월11일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봄내체육관에서 열린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착공식에서 착공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지난해 9월에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대전 본사에서 댐 주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K-water 이음 장날’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행사는 댐 주변 지역주민들의 농수산물을 홍보해 농가 소득을 늘리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소외됐던 댐 주변 지역의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준비도 시작했다. 수자원공사는 총사업비 3299억 원 규모의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물산업을 육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양강댐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 2027년 준공이 예정된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착공식은 올해 3월11일 강원 춘천시 봄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수자원공사는 비상시를 대비한 통신망 구축 준비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3년 10월 미국 컴테크와 재난대응능력 강화를 위한 위성통신기술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기후변화 및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위성통신 분야 공동연구와 기술협력을 뼈대로 했다.
장병훈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환경부문장은 “차세대 무선통신 분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컴테크와 기술협력을 강화하며 고도화된 위성통신망 기술 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라며 “기후위기시대 물 재해 및 재난 대응력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수자원공사에서 매해 빠지지 않고 내부 기강 해이로 인한 사건 사고가 터지고 있는 점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으로 꼽힌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JSC넨스크라하이드로 파견된 A씨는 2023년 1월 약 8억5천만 원 상당의 회삿돈을 횡령했다. 기존 회계직원이 2022년 말 갑작스럽게 그만두면서 자금 관련 업무를 혼자 맡게 된 A씨는 회사로 알림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소액을 반복해서 이체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렸다.
수자원공사는 부산에코델타시티 사업단에서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합쳐 92억 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터지는 등 회계부실 문제가 연이어 발생해 왔다.
감사원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물관리, 댐 건설, 유역개발 등의 물 관련 사업을 정부 대신 수행하면서 받은 수탁사업비를 자체사업비, 운영자금과 혼용하는 방식을 통해 7946억 원을 부정 사용하기도 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수자원공사로부터 받은 징계 내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징계를 받은 수자원공사 직원은 모두 153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지난해 9개월 동안 징계받은 인원만 46명이었다.
153명 가운데 파면, 해임, 정직, 강등 등 중징계를 받은 인원을 살펴보면 모두 44명이다. 징계를 받은 3명 가운데 1명이 중징계를 받을 정도로 수자원공사의 내부 기강 해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