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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목표 축소하는 각국 정부들, COP29에서도 '기후 재무' 합의 미뤄지나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4-22 14: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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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목표 축소하는 각국 정부들, COP29에서도 '기후 재무' 합의 미뤄지나
▲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과 회의를 앞두고 로이터와 인터뷰하고 있는 무크타르 바바예프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의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말에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의 의장이 글로벌 기후대책 관련 재원 마련을 위해 국제 금융기관들을 만나 지원을 촉구했다.

다만 최근 주요 국가 정부가 기후목표 축소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보면 COP29에서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불확실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21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국영언론 아제르뉴스에 따르면 무크타르 바바예프 COP29 의장이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과 회담에서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기후 재무(Climate Finance)를 위한 지원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바바예프 의장은 “국제 금융 기관들은 우리가 생존 가능한 세계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더 큰 기후 재무 마련을 위해서는 한 단계 더 큰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우리는 각국 정부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재무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재건, 경감, 에너지 전환 등에 필요한 자금을 통틀어 말하는데 주로 재정이 부족한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된다.

대표적인 국제 기후 재무의 하나로는 ‘손실과 피해 기금(Loss and Damage Fund)’이 있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합의된 손실과 피해 기금은 세계은행이 관장하는 기금으로 당시 선진국들은 합계 약 1천억 달러(약 137조 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단 7억 달러(약 9658억 원)만이 약속됐고 본격적 자금 확보 논의는 COP29로 미뤄졌다. 특히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미국은 1750만 달러(약 241억 원)만을 지원해 입길에 올랐다.

최근 들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기후목표를 축소하거나 철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COP29에서도 기후 재무가 충분히 확보되는 일이 불확실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COP28 주최국 아랍에미리트를 제외하고 단일 국가 가운데 가장 큰 기후 재무 지원을 약속한 영국은 최근 기후정책 이행률과 이를 향한 지지도가 모두 떨어지고 있다.

크리스 스타크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대표는 21일(현지시각) BBC를 통해 “리시 수낙 정부의 기후정책 실천은 마거릿 대처나 보리스 존슨 총리 시절보다도 못하다”며 “수낙 총리가 지난해 내연기관차 규제 도입과 난방용 가스 보일러 퇴출 등을 연기한 것이 기후목표를 크게 후퇴시켰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국은 최근 국제적 경기 침체가 심각해짐에 따라 기후보다는 경제 문제 해결을 약속하는 정치 세력이 더 큰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에 따르면 수낙 총리와 보수당은 최근 총선에서 온실가스 배출 규제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최근 있었던 재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또 경제난 해소를 명목으로 탄소중립 계획 폐기를 당의 중심 안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영국개혁당(UK Reform)도 지지층을 확대하고 있다.
 
기후목표 축소하는 각국 정부들, COP29에서도 '기후 재무' 합의 미뤄지나
▲ 19일(현지시각)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모이는 국제 회의를 앞두고 회의장이 위치한 워싱턴 D.C. 펜실베이나 애비뉴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 사람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빚 위기 = 기후 위기', '화석연료 퇴출', '화석연료를 끝내라' 등이 적혀 있다.<연합뉴스>
손실과 피해 기금에 2억2500만 유로(약 3312억 원)를 약속해 기후 재무 분야에서 가장 큰 손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도 최근 기후와 경제 사이에서 경제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각) 유럽연합 27개국은 ‘EU 경쟁력 보장을 위한 거래(EU Competitiveness Deal)’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업 경쟁력을 보장하기 위한 자본 시장 통합, 세액공제, 환경규제 완화 등이 포함됐다.

이를 놓고 세계자연기금(WWF)은 같은 날 기고문을 내 유럽연합 지도층이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단기적 이익에 급급한 근시안적 정책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명백한 방향성의 부재였다.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순환경제 모델을 지향한다면서 이를 실천할 수단인 환경규제를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카일 머레이 WWF 유럽정책사무소 상임 정책 사무관은 “유럽 그린딜 전략(Green Deal Strategy)과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형태로 나왔어야 했다”며 “기업 경쟁력은 단순히 규제를 완화해준다고 해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린딜 전략은 유럽연합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강력한 친환경 전환 정책으로 생물 다양성 복원, 온실가스 감축, 벌목 통제 등 광범위한 환경규제를 포함한다.

기후 재무 마련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들이 기후목표 축소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차후 열릴 COP29에서 관련 합의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등에 따르면 기후위기 본격화까지는 2년도 채 안 남았다. 즉 이번 COP29에서 기후 재무 합의에 실패한다면 곧 기후대응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이먼 스티엘 유럽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도 10일(현지시각) 런던 채텀하우스 기조연설에서 “지구에 사는 모든 이들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2년 남은 상황에서 우리는 올해 COP29에서 강력한 기후 재무에 합의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개도국들을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목표만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개도국과 선진국 간에 새로운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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