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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묘수 던진 엘리엇매니지먼트, 이재용 선택은?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6-10-06 14: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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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에 묘수 던진 엘리엇매니지먼트, 이재용 선택은?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의 기업가치 상승과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 인적분할 뒤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등 대규모 조직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이런 계획을 검토하던 상황에서 명분을 얻으며 조직개편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대규모 배당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던진 묘수

뉴욕타임스는 6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개편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며 “삼성그룹에 대해 공세를 이어가지만 완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공개한 공식서한은 삼성전자가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주주환원을 강화해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뼈대로 한다. 삼성전자를 미국 나스닥에 동시상장해 외국인 투자자를 더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오너일가에 유리한 합병비율로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며 반대의사를 내놓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이번 요구를 수용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만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조직개편에 대한 명분을 갖춰준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율이 적어 지배력이 약하다는 점이 경영권 승계에 걸림돌로 꼽힌다.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인적분할해 투자부문을 삼성물산과 합병한 뒤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조직개편을 이뤄낼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계속 나왔다.

이렇게 하면 오너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을 통해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도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이런 조직개편으로 지배력을 강화해야 삼성전자가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나며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삼성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을 어렵게 하는 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어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무리한 조직개편을 추진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주 입장을 대변하며 공식적으로 지배구조개편을 요구한 만큼 이 부회장이 기회를 잡은 셈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계열사는 1조 5천억 원 정도에 해당하는 삼성전자 지분 0.62%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주주배당 확대 요구는 부담

하지만 삼성그룹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를 곧바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배구조개편과 동시에 주주배당을 대규모로 확대해 주가부양을 이끌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놓았기 때문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의 절반 정도인 30조 원을 주주들에 배당해 현재 70% 가까이 저평가된 주가를 정상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전자에 묘수 던진 엘리엇매니지먼트, 이재용 선택은?  
▲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사업구조개편의 명분을 제공하는 대신 주주배당 확대를 요구해 실리를 챙기겠다는 것이다.

증권사 APG는 “삼성전자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업구조개편을 실시하면 기업가치 상승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배당 확대에 대한 요구도 무리한 수준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대한 합의를 3월 마무리한 뒤 지분을 전량 처분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 매각하지 않은 지분이 있을 경우 조직개편으로 삼성물산의 가치가 오르면 이득을 볼 수도 있다.

삼성그룹은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주주들의 요구에 대해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요구를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삼성물산과 달리 삼성전자는 외국인 주주들의 비중이 더 높은 만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장이 더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지분이 적지만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도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와 같이 애국심을 내세우기 어려운 만큼 인적분할에 대한 주주 동의를 얻으려면 주주환원을 강화하며 우호적인 여론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그룹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이번 요구안을 놓고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합병 당시 패소한 경험으로 ‘개미’로 불리는 한국 소액주주들의 여론이 중요하다는 것을 파악했다”며 “삼성그룹이 다시 싸움을 벌이게 된다면 이전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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