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도시별 통계 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3월26일 기준 사과 1㎏의 가격은 한국이 6.82 달러(약 9124원)로 1위를 기록해 '금사과'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나고 외식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가 들썩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이란-이스라엘 분쟁에 따른 중동발 리스크가 커지며 국내 물가 불안이 커지는 모양새다.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으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대외 여건에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물가 안정이 가시화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7.85로 전달보다(137.24)와 비교해 0.4% 올랐다. 국제 유가가 상승한데 따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월(3.1%)과 3월(3.1%)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2.8%로 지난해 하반기 평균(3.3%)과 비교해 잠깐 낮아졌다 반등했는데 당분간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총선이 끝나자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 여론의 눈치를 보던 외식 유통가에서 잇달아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굽네, 파파이스, 맘스터치, 맥도날드 등 국내 치킨, 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며 ‘금치킨’, ‘금버거’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굽네치킨은 2년 만에 9개 품목의 가격을 1900원씩 올렸다. 가격 인상폭은 무려 10%가 넘는다. 파파이스도 치킨 등 제품 가격을 평균 4% 인상했다.
지난해 생산량이 급감한 사과도 지속해서 가격이 오르며 ‘금사과’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 3월 가락시장 기준 사과 도매가격(후지 상품)은 10kg 당 7만1500원으로 전월 대비 9.4% 상승했다.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세번째)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 두번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오른쪽 첫번째)이 3월25일 경기도 성남시 하나로마트 성남점에서 물가 현장을 점검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여기에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 여파로 중동전쟁 확전 위기감이 심화하며 유가 상승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여러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6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이란발 유류가격 불확실성을 고려해 모두 9차례에 걸쳐 유류세 인하조치를 연장하는 것이다.
오는 6월까지 휘발유에 25%, 경유와 LPG 부탄에 37% 인하된 세율이 적용된다.
금사과를 대체할 수 있는 참외 등 대체품목의 지원을 확대하고 수입과일 유통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대파 등 공급량을 늘리고 전통시장 농할상품권 발행규모도 늘리기로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4일 경북 성주군 참외 농장과 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과를 대체할 수 있는 참외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도 지난 12일 열린 제17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배추는 가락시장 일평균 전체 반입량(314톤)의 절반 이상인 약 170톤을 4월 중 매일 방출하고 양파 저율관세수입 물량 5천 톤, 대파 할당관세 3천 톤도 차질 없이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서도 물가안정을 위해 여권과 협력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5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총선이 끝나자마자 치솟는 물가와 퍽퍽한 삶이 국민을 덮쳤다”며 “윤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민생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것은 민생 안정을 위한 협치”라며 물가 안정을 위해 여야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21대 국회 임기 만료 전 ‘농산물 가격안정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대외 여건에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 경제 특성상 물가 안정 대책의 성과가 연내 나타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소비자 물가상승률 안정화 목표치를 2%대로 제시했지만 연말까진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중동 리스크로 고유가와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향신문에 “당초 하반기에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금 유가와 환율 상승세를 보면 연내 2%대 진입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