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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문화프리즘] 시장으로서 중국 시대, 중국인 마음 사로잡은 두 한국 제품

이욱연 gomexico@sogang.ac.kr 2024-04-08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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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문화프리즘] 시장으로서 중국 시대, 중국인 마음 사로잡은 두 한국 제품
▲ 연세우유는 중국 대형 유통 업체 허마센성 매장에서 프리미엄 우유로 팔린다. 우리나라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 <이욱연>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은 더는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무엇보다 임금이 올랐다. 외국 기업 우대도 없어졌고 환경 규제도 까다로워졌다. 정책도 불투명해졌다. 그래서 많은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탈출하여 동남아로 간다. 

하지만 공장으로서 중국의 매력이 사라졌다고 해서 시장으로서 중국까지 포기해야 하는가? 요즘 미국 기업을 보면 그렇지 않다. 미중 대립 속에서도 미국 기업은 중국 진출에 진심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중국에 3천 개 매장을 새로 열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말한다. 

“경제적으로 적대관계이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의 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플은 중국에서 판매하는 휴대전화에 바이두 인공지능(AI)을 탑재할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중국 시장에 적극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23년 2월26일(현지시각) “미중 대립으로 기술 기업은 중국 투자를 꺼리지만 식품, 패션 기업은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미중 대립이 지속하면서 미국 기업이 대부분 중국에서 철수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 가운데 80%는 철수할 뜻이 없다고 응답했다. 

두 나라 사이 교역액은 오히려 늘었다. 2019년 5556억 달러였는데 2022년에는 6906억 달러였다. 미국의 중국 직접투자액은 2019~2022년 사이 4억8천만 달러만 줄었다. 2019년 26억9천만 달러였는데 2022년에는 22억1천만 달러였다. 

미중 대립으로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손절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반도체 같은 중국 첨단 산업은 봉쇄하면서 중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서 공격적인 진출 전략을 짜고 있다. 미국 국익을 위한, 미국 패권을 지키기 위한 영리한 양동작전이다.

미국이 이러한데 우리가 중국 시장에서 탈출해야 할까?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었던 화장품 매출도 크게 줄었다. 화장품처럼 중국 제품에 따라 잡혀 경쟁력이 없다면 당연히 나와야 한다. 중저가는 중국제에 따라 잡히고 프리미엄 제품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 제품이 많다. 

그래도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우리 곁 제일 가까운 데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시장이고 잠재력도 여전하다. 중국 도시화율은 2024년 기준으로 64%이고 성장률이 5%로 예전만 못하지만 커진 분모를 생각하면 이것도 높은 수준이다. 이만한 시장 다른 곳에 없다.

그래서 미국 기업은 미중 대립에도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다. 수출해야 먹고 살 수 있는 통상 국가인 우리도 우리 옆에 있는 가장 큰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런데 이제 예전처럼 중국 시장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한국 제품이라면 무조건 사던 중국 소비자가 아니고 제품 수준이 한국을 따라잡았거나 가성비로 위협하는 중국 제품도 많다. 

예전보다 더 많이 준비하고 들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경쟁력이 있어야겠지만 중국이라는 까다로운 시작에 진출하여 성공한 우리 기업들 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

연세우유는 국내 우유 기업 중 중국 수출 1위 기업이다. 중국 수출 호조에 힘입어서 국내 우유 해외 수출량의 80%를 연세우유가 차지하고 있다. 중국 대형 유통 업체 허마센성 매장에서 프리미엄 우유로 팔린다. 우리나라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 

연세우유는 중국인 마음속 한국 이미지와 중국과 가까운 한국의 지리적 이점을 결합해 성공하고 있다. 

중국인은 한국을 깨끗하고 현대적이고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 식품 신뢰도가 높다. 중국 고소득 소비자는 식품 안전에 민감하고 더구나 우유는 중국 제품을 불신한다. 

그런데 연세우유는 한국 우유여서 믿을 수 있고 더구나 한국 명문대학에서 생산하는 우유다. 자녀에게 먹이기 좋다. 중국 부모들은 아이에게 우유 하나 그냥 먹이지 않는다. 분유는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을 쓰지만 생우유는 그럴 수 없다. 

한국은 중국 동부 대도시와 가까워서 내지인 몽골보다도 더 빨리 생우유를 가져다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 내놓을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연세우유는 중국의 약점과 한국의 장점을 잘 포착해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한중 문화프리즘] 시장으로서 중국 시대, 중국인 마음 사로잡은 두 한국 제품
▲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초코파이에는 ‘정’(情)이란 한자가 트레이드 마크처럼 새겨져 있지만 중국 초코파이에는 ‘인’(仁)이란 한자가 적혀 있다. <이욱연>
그런가 하면 중국 문화에 잘 접속하는 문화적 현지화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한국 제품도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초코파이에는 ‘정(情)’이란 한자가 트레이드 마크처럼 새겨져 있지만 중국 초코파이에는 ‘인(仁)’이란 한자가 적혀 있다. 광고도 ‘인’ 콘셉트 위주다. 

한 광고에서는 한족 어린이가 기차를 타고 가면서 초코파이를 먹는다. 그런데 옆에 소수민족 복장을 한 어린이가 군침을 흘린다. 결국 둘이 초코파이를 나누어 먹으면서 친구가 된다. 광고 마지막 장면에 이런 문구가 뜬다. 

“인이 있는 곳에 친구가 있다(有仁, 有朋友).”

중국에서 초코파이의 거의 모든 광고는 “인이 있는 곳에 친구가 있다”는 문구가 콘셉트다.

‘인’은 중국 문화의 상징인 유교의 핵심 가치다. 

영화 ‘엽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중국을 점령한 일본군이 엽문을 감옥에 가둔 뒤 일본군 장교가 엽문에게 제안한다. 엽문의 무술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아보고서 엽문이 일본군에게 무술을 가르쳐 준다면 엽문을 풀어주겠다고. 하지만 엽문은 거절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인(仁)을 모르기 때문에 일본인은 무술을 배울 수 없다.” 

초코파이는 중국 문화의 핵심이자 중국인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인’을 콘셉트로 삼아 중국인의 입맛과 더불어 중국 문화에 접속하여 성공하였다.

중국인은 문화적 자존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국인에게는 핏줄 차원의 민족적 연속성보다 문화의 연속성이 더 중요하다. 문화를 자기 정체성의 핵심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중국의 독특한 문화주의다. 그래서 만주족 청나라도 중국 역사에 넣는다. 

이를 두고 중국 철학자 펑요란(馮友蘭)은 “중국인이 관심 두는 문제는 중국 문화와 문명의 계속성 여부로 몽고인과 만주인은 중국문화를 중단시키거나 바꾸지 않았다”라며 “그래서 원대와 청대는 중국 역사를 잇는 많은 왕조들 가운데 두 개의 왕조다”라고 말했다. 이민족이 중국 문화와 문명을 계승하는지 그 여부가 이민족을 대할 때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인은 실용주의가 강해서 가성비 차원에서 소비하기도 하고 우리가 애국 소비라고 부르는 중국인의 독특한 중화주의 차원에서 외국 제품을 소비하기도 한다. 초코파이가 중국에서 성공한 것은 중국인의 독특한 중화주의적 문화 의식에 접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인은 고약한 중화 의식을 지니고 있다. 중화 의식은 배타적이면서도 개방적이다. 세상을 나와 남, 안과 밖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눈 뒤 자기 문화 수용 여부를 기준으로 상대를 수용할지 아니면 배척할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배타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방적이다. 혈통이나 민족을 따지지 않고 중화의 문화를 인정한다면 누구든 그 세계의 일원으로서 동등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폐쇄성과 개방성이라는 이중성이 화이론의 특징이다. 

중국 시장에 외국 기업 신분으로 진출하는 우리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이 문화적 현지화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의 경우 출발은 중국의 밖이고 외국이다. 당연히 중국인의 경계심이 작동한다. 

미중 대립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 기업을 상대할 때 이 기업이 중국에서 돈만 벌고 나갈 기업인지 아니면 중국에 뿌리를 내릴 것인지를 중요하게 따진다. 이 외국 기업이 중국 내부로 들어오고 중국인과 하나가 되려고 한다면 그 기업은 한국 기업이면서 중국기업이 돼 중국인의 마음을 얻는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성공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에 진출할 때 연세우유처럼 중국의 약점과 한국의 장점을 결합하거나 오리온 초코파이처럼 중국과 문화적으로 접속한 사례를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시장으로서 중국에 진출하려고 할 때 특히 소비 제품을 가지고 중국에 진출하려고 할 때 우리가 새길 부분이다. 

중국 시장에서 중국인 마음을 사로잡아 돈을 벌려면 그렇다. 이민족 청나라 중원을 지배했듯이 중국 시장을 차지하고 싶다면 오리온 초코파이처럼 중국 시골, 산골 어디에나 과자 봉지가 널릴 정도로 대륙 시장을 지배할 꿈을 꾸는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욱연 서강대 교수
 
현재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이징사범대학교 대학원 고급 진수과정을 수료했고 하버드대학교 페어뱅크 중국연구소 방문교수를 지냈다. 중국 문학과 문화를 연구하며 여러 권의 책을 냈고 jtbc '차이나는 클래스', EBS '내일을 여는 인문학'에 출연하는 등 대중과 소통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욱연의 중국 수업',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이만큼 가까운 중국', '포스트 사회주의 시대의 중국 지성'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들풀', '광인일기',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아큐정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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