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조직개편과 삼성전자 주가상승으로 경영권 승계에 사회적 동의를 구하기 충분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소수지분으로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지주사체제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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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전문경영인으로 활약하기 원한다면 지금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며 “하지만 오너로 경영전면에 나서려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확보하려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확대해 의결권을 획득해야 한다. 하지만 오너일가 등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은 4.76%에 불과하다.
결국 오너일가가 31.1%의 지분을 확보한 삼성물산이 실질적 지주사로 자리잡으며 삼성전자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이런 지배구조개편을 진행하려면 경영 후계자로 꼽히는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라고 파악했다.
최근 들어 이 부회장이 주도한 삼성그룹의 대규모 사업재편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며 지주사체제 전환을 위한 당위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연구원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부터 와병인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경영전면에 나서 삼성그룹의 방산과 화학사업을 매각했다”며 “비주력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며 위기대응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파악했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매입 후 소각을 실시하며 주가상승을 이끈 점도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한 것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모두 11조3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완료했다. 자사주 매입이 발표되기 전날부터 소각이 완료된 9월28일까지 주가는 약 20%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부양책을 추가로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향상과 주주친화정책 강화로 이 부회장은 주주들에게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효과를 냈다”며 “이런 환경이 갖춰진 만큼 이 부회장이 곧 경영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서 삼성그룹의 미래를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은 10월2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된다.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경영권 승계작업을 본격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이 지주사체제 전환을 위한 조직개편에 속도를 낼 경우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가 모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이 확고한 지배력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통로”라며 “어떤 지배구조 개편방안에도 유리한 입장에 놓이며 궁극적으로 프리미엄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생명도 금융지주사로 전환을 추진하며 자회사로 편입하는 금융계열사의 지분가치 상승이 반영되는데다 현재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해 투자회사가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사업회사의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어 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삼성SDS는 물류사업과 IT사업부문의 인적분할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효율화 과정에서 물류부문이 삼성물산 자회사로, IT서비스부문이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여러 계열사가 주가상승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각 계열사의 성장성도 더욱 부각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