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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삼성물산·고려아연 주총서 무난한 행보, KT&G·금호석화 주총은?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4-03-19 16: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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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이 올해도 주요기업 주주총회에서 기존 경영 상황을 크게 흔들지 않는 비교적 무난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KT&G, 금호석유화학, 한미사이언스 등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쥔 주주총회가 여럿 남아있다. 국민연금의 태도 변화가 나타날지 관련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연금 삼성물산·고려아연 주총서 무난한 행보, KT&G·금호석화 주총은?
▲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19일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고려아연>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1주당 결산배당 5천 원을 배당하는 내용이 담긴 1호 의안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 안건이 통과됐다.

이번 고려아연 정기 주총은 국민연금이 사실상 결정권을 쥔 대표적 주총으로 꼽혀 왔다.

경영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최 회장 측의 우호지분과 장현진 영풍 고문 측의 우호지분이 각각 33%, 32% 정도로 근소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8%에 이른다.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배당과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 주요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결과적으로 큰 이변은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연금은 모든 안건에서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어준 덕분이다.

다만 고려아연이 상정한 2호 의안인 ‘경영상 필요에 따라 외국 합작법인에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의 삭제를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은 부결됐다. 53%의 찬성을 얻었으나 정관변경은 상법상 특별결의 사항이라 출석주주 3분의 2, 발행주식 3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주총 시즌이 시작된 이후 다른 주요 기업의 주총에서도 주주배당, 이사진 선임 등 사측이 제시한 안건에서 연달아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15일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는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 대신 삼성물산 측의 손을 들어줬다.

18일에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의 삼성전자 사외이사 선임 건, 정승일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삼성전기 사외이사 승인 건 등에서도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는 방침을 정했다.

특히 14일에는 포스코홀딩스 주총안건에서 장인화 회장 선임 등 건에도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구성을 놓고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직접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 활동이 과연 독립적이었는지, 이해충돌은 없었는지에 의구심이 있다”며 비판적 태도를 보였음에도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주총 시즌 초반에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국민연금을 향한 이목은 더욱 강해지는 모양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결정적 역할을 할 기업의 주주총회가 여럿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기업 주총이 몰려있는 28일에 열리는 KT&G, 금호석유화학, 한미사이언스 주총은 사실상 국민연금의 선택이 결과를 가를 주총들로 꼽힌다.

KT&G 주총에는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 후보의 선임 건이 상정돼 있다. 방 사장 후보의 선임을 놓고 1대 주주인 IBK기업은행, 의결권 자문사 등이 반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3대 주주로 6.64% 지분을 들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 사이,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등과 사이 경영권 갈등이 진행 중이다. 모두 양측의 우호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각각 9.08%, 7.09% 지분을 들고 있다.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사측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8년에 스튜어십 코드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발맞춰 14일 기업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여부 등을 투자에 고려할 수 있도록 7년 만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하기도 했다.

주총에서 경영권 분쟁은 특정 인물의 이사 선임뿐 아니라 주주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규모를 놓고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고려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4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관련 기관투자자 간담회’에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놓고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 회사에게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구체적 근거가 마련되는 만큼 우리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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