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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밤샘 근무 뒤 정시 출근 안 돼, 노동자 최소 휴식시간 제도화해야"

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 2024-03-07 14: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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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밤샘 근무 뒤 정시 출근 안 돼, 노동자 최소 휴식시간 제도화해야"
▲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평가 및 과제 토론회에서 용혜인 새진보연합 의원(사진 가운데)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우리나라는 밤샘 근무를 했더라도 다음날 아침 정시 출근을 하는 일이 잦다. 노동자의 휴식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박성우 노무사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평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노동자의 근로일간 최소 휴식시간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노무사는 “EU(유럽연합)는 24시간 당 11시간의 연속휴식시간을 보장함으로써 1일 근로시간의 상한을 13시간으로 정한 것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노무사를 비롯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노동정책에서 ‘노동시간’ 문제가 오랫동안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연장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일’→‘주’로 바꾸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노무사는 “근로기준법 제50조 1항과 53조 1항의 취지는 주 40시간이 원칙이고 업무폭증 등 유연한 대처가 필요할 때 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며 “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통해서도 하지 못할 일이라면 할 수 없거나 신규인력 채용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50조 1항은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53조 1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12시간을 한도로 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2023년 12월 연장근로시간 상한 초과여부를 1일 8시간 기준이 아니라 1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지난 1월22일 연장근로기준 행정해석을 변경했다. 1주일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하루 몇 시간을 더 일하더라도 괜찮다는 게 요지다.

박 노무사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예외를 정상적 원칙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며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 정책이 근로기준법의 취지와 어긋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오표 성북구 노동권익센터장은 대법원의 판결과 정부의 행정규칙 변경으로 특히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근로기준법과 별도로 기간제법은 ‘1주에 1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 조항이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주 20시간 근로로 계약한 근로자가 (계약한 시간의 1.6배인) 32시간을 넘게 일하더라도 처벌받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장] "밤샘 근무 뒤 정시 출근 안 돼, 노동자 최소 휴식시간 제도화해야"
▲ 토론 발제를 맡은 박상우 노무사가 발언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박 노무사는 “대법원 판결은 근로기준법이 1일의 근로시간 한도를 정하고 있지 않은 입법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1일 근로시간 상한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주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 정부의 마치 연장근로 단위 확대 정책을 지지하거나 논리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근로시간제도 개선방안으로 △1일 연장근로 상한을 4시간으로 설정 △근로일간 연속 휴식시간 11시간을 보장 △연결되지 않을 권리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특히 이오표 센터장은 근로시간제도 개선방안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요즘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며 “직장인들과 상담할 때 갑질 사례도 많이 드는 것이 업무시간 외에 카톡, 텔레그램 연락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입법화나 취업규칙에 업무시간 외 연락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도록 의무화하고 노동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이 이뤄졌을 때 부정적 효과가 기간제근로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이채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활동가는 2022년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한 달 근로시간 통계에서 정규근로자 초과근로시간은 8.6시간, 휴일근로시간은 2.5시간이지만 기간제 근로자는 초과근로시간이 11.9시간, 휴일근로시간 3.5시간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현장] "밤샘 근무 뒤 정시 출근 안 돼, 노동자 최소 휴식시간 제도화해야"
▲ 이채은 한국비정규직센터 활동가가 발언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이채은 활동가는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근로자보다 더 많은 연장근로를 하는 이유는 고용이 불안정해 사업주의 초과근로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은 비정규 근로자에게 더 많은 장시간 집중 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용혜인 새진보연합 의원은 4월 총선에서 승리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퇴행을 막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용 의원은 “윤석열 정부 이후 시대변화에 맞는 새로운 노동정책을 얘기하기는커녕 과로사 1위인 대한민국에서 오히려 노동시간은 늘리고 노동권을 제약하려고만 한다”며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 쉴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 상식을 현실화하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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