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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필수의료 정책 발맞춰 수가 개편 고심, 총액계약제 의료계 반발 커 부담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4-02-14 11: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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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필수의료 문제 해결 방안 가운데 하나로 현행 행위별수가제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묶음지불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의료계가 묶음지불제를 총액계약제 도입으로 가는 디딤돌로 보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심평원 필수의료 정책 발맞춰 수가 개편 고심, 총액계약제 의료계 반발 커 부담
▲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2023년 10월18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서 행위별수가제를 숫자 기반에서 진료 성과에 기반한 묶음 보상 체계로 개혁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사실상 총액계약제 지불 체계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며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묶음지불제는 행위별수가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지불제도 가운데 하나로 환자의 건강 상태나 의료 중재 과정의 연관성에 따라 관련된 서비스를 묶어 비용을 내는 것을 뜻한다. 

묶음지불제는 행위별수가제와 정액제의 중간에 위치한 방식이다. 목표 가격을 사전에 제시하고 사후에 가격을 조정할 수 있어 의료비용 지불자와 의료 공급자가 재정적 위험을 공유한다. 이렇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책임이 높아지면서 의료비용 통제 수위를 강화할 수 있다.

정부는 묶음지불제 도입으로 전체 의료비 증가 정도를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수준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악화된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선 의료비를 통제할 수 있는 지불 방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수가 체계 개편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6일 강원도 원주 심평원 본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문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 “행위별수가제의 불균형에 따른 기존 보험제도를 개선하고 다양한 지불제도를 개발해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비전 완성 및 국정과제인 필수의료 공백 방지와 불합리한 수가체계 개선 등을 검토하고 수행할 전담 조직인 ‘건강보험혁신센터’도 설치했다.

그는 1월2일 신년사에서 건강보험혁신센터가 필수의료 지원과 관련해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강 원장은 “(건강보험혁신센터 설치를 통해) 우리는 상대가치점수의 비정상적 구조와 행위별 수가의 불균형에 따른 기존 보험제도를 개선하고 수가체계 개편을 위한 정책 연구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보상체계를 만드는 업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써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필수의료 지원을 탄탄하게 준비해 정책 실행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심평원 필수의료 정책 발맞춰 수가 개편 고심, 총액계약제 의료계 반발 커 부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월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평원은 1일 최수경 심평원 지불제도개발실장을 건강보험혁신센터 직무대리에 임명하는 등 본격적인 혁신센터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심평원은 지난달에는 ‘지속 가능한 보건 의료체계를 위한 지불제도 연구: 묶음지불제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묶음지불제 도입을 통한 지불제도 다양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심평원은 보고서에서 “기존의 포괄수가제 범위를 입원 혹은 단일 질환과 같은 분절적 포괄수가제에서 입원 전 외래나 퇴원 후 환자 관리로 확대하고 사후 조정의 후향적 지불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이러한 적용으로 분절적 포괄수가제의 한계인 환자중심성과 질, 의료서비스의 외래 혹은 다른 의료공급자로의 전이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원장과 함명일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은 보고서 머릿말을 통해 “현재 보건의료체계가 당면한 상황을 대응하기에 전통적 지불제인 행위별수가제는 한계를 보인다”며 “(전 세계적으로) 재정적 지속가능성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지불 가능한 비용으로 질과 성과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러한 전환의 중심에는 대안적 지불제도 모색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진료를 앞두고 예비 목표 가격을 산출하는 묶음지불제의 방식이 사실상 진료 서비스와 약품의 비용을 사전에 미리 책정해 지불하는 총액계약제와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입장문에서 “이번 정책에는 의대 정원 확대뿐만 아니라 총액계약제를 시사하는 지불제도 개편, 비급여 항목 혼합 진료 금지, 진료 면허 및 개원면허 도입, 인턴 수련 기간 연장, 미용 시장 개방 등 규제를 통해 의사들을 통제하려는 정책들로 가득하다”며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비판했다.

앞서 1월4일부터 1월5일까지 치른 의사 국가시험에서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 증가 문제 해결책을 묻는 문제에서 정답으로 ‘총액계산제’가 제시된 것도 논란을 키웠다.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은 1월7일 성명을 내고 “총액계약제는 한국 의료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개인의 주관적 가치관을 의사국시 수험자에게 강요한 문제 출제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묶음지불제가 사실상 총액계약제가 아니냐는 의료계의 의견에 선을 긋고 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5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진행한 간담회에서 “이전처럼 의료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한꺼번에 지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제도를 하나로 진행하겠다는 것이 이번 지불제도의 핵심”이라며 “일부에서 총액계약제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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