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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비례대표 2년' 실험, "원내 다양성" vs "비효율과 위헌 소지 가능성"

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 2024-02-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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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비례대표 2년' 실험, "원내 다양성" vs "비효율과 위헌 소지 가능성"
▲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28일 국회에서 비례대표 선출 방안 승인 등을 위한 전국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한국 정치 사상 최초로 ‘비례대표 2년 순환제’를 도입하기로 해 이 실험의 성공 여부를 놓고 관심이 쏠린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2년 순환제를 통해 다양한 계층의 원내 진입으로 사회적 다양성을 확보해 진보성향 유권자의 지지 확보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의당의 시도를 놓고 ‘위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정치적 효용성도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정의당 내부에서조차 '기득권 나눠먹기'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4일 정치학계에 따르면 정의당이 최근 전국위원회에서 찬반투표를 통해 결정한 비례대표 2년 순환제를 놓고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례대표 2년 순환제는 총선에서 당선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임기 시작 2년 뒤에는 의원직을 사직하고 후순위 의원에게 남은 2년 임기를 승계하는 방안을 말한다. 

정의당에선 이와 관련해 “선순위를 부여받은 사람들이 다음 2026년 지방선거에 지역 후보로 출마하게 하는 한편 2028년 총선에서는 의원 출신 지역구 후보를 늘리는 차원”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원내의 정치적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이 제도를 22대 총선에 우선 실험 적용하고 추후 장기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례대표 2년 순환제는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더 다양한 목소리를 원내 정치에 반영할 실험적인 수단으로 제시돼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실험을 놓고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우선 정치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박원호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비례대표직을) 승계하는 것은 하려면 할 수는 있다”면서도 "효용성이 크게 떨어지는 제도"라고 바라봤다.

박 교수는 “당선 첫 해 동안은 업무를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그런데 2년만 하고 그만둔다는 것은 사실 (국회의원 직무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명이 하던 일을 그 다음 사람이 이어서 똑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과연 (순환식 비례제도가) 정치적으로 현명한 선택인가를 생각해보면 의문이 드는 건 사실”고 덧붙였다. 

비례대표 2년 순환제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의회정치를 전공하는 한 정치학자는 “헌법에 국회의원의 임기가 4년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모종의 사건이 있어서 비례제도를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2년씩 나누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고 유권자들에 대한 기만의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 학자는 또 "정의당이 선거 전에 ‘비례 2년 순환제’를 명시한 만큼 위헌 소송이 제기되면 헌법재판소에서도 다방면의 검토를 통해 위헌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내부에서도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비례대표 2년 순환제를 놓고 “오히려 정의당을 ‘기득권 나눠먹기’ 프레임에 갇히게 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진보정치권의 의석 나눠먹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다른 당 비례의원들이 국회 적응을 끝내고 3년차 임기를 안정적으로 시작할 때 우리 당 의원들은 1년차 의원으로 다른 당의 의원들과 기울어진 상태로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고 우려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2년' 실험, "원내 다양성" vs "비효율과 위헌 소지 가능성"
▲ 녹생당 공동 대표였던 페트라 카린 켈리. < wikipedia >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의 임기가 헌법으로 보장돼 있는 상황에서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처럼 ‘버티기’를 한다면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의원의 임기는 헌법으로 보장돼 있다. 당헌·당규가 헌법보다 상위에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현직 의원이 마음이 바뀌어 4년의 임기를 채우기로 작정하면 의원을 강제로 그만두게 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실제 독일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녹색당이 1980년대 초 ‘의원임기 2년 순환제’를 시행한 적 있다. 

당시 독일 녹색당은 반정당의 정당(Anti-Parteien-Partei) 기치를 걸고 기성정당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며 다양한 실험을 펼친 바 있다. 

다만 독일 녹색당에서도 운영 과정의 비효율성이 문제가 되어 1986년 5월 하노버 당대회에서 전격 폐지됐다. 이 과정에서 독일에서 녹색당 창당 멤버인 페트라 켈리는 1985년 독일 총선에서 ‘녹색당의 2년 순환제 원칙’에 저항해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결국 녹색당과 결별하기도 했다.

또 이번 총선에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창당한 ‘개혁신당’,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더불어민주당내 비명계(비이재명) 조직인 ‘원칙과상식’ 의원들이 함께 창당한 ‘개혁미래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개혁연합신당’ 등 제3지대에서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투표 희망 정당’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 35%, 민주당 33%, 개혁신당 8%, 이낙연신당 4%, 기본소득당 4%, 정의당 3%의 응답이 나왔다. 정의당이 지지세가 기성정당과 비교해 낮은 상황에서 이번 시도가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의견도 많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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