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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ESG 미리보기] 전 산업 플라스틱 생태계 바뀐다, 강제성 있는 규범 첫선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4-01-08 15: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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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기업에 더욱 강도 높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환경 규제와 공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기업의 경영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해다. 탄소배출량 공시와 관련해서는 기준과 의무화 일정이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플라스틱과 관련해서는 강제성 있는 국제 규범의 탄생이 가까워지고 있다. 생물다양성 논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신년을 맞아 올 한해 ESG 이슈 중 국내 기업에 파급력이 클 환경 영역에서의 변화를 짚어본다.
① 전 산업 플라스틱 생태계 바뀐다, 강제성 있는 규범 첫선
② 유럽에서 속도 붙는 생물다양성 규제, 한국 기업들도 촉박해진다
③ 굳히기 들어가는 탄소배출 공시, 올해 의견 수렴 등 마무리
 
[2024 ESG 미리보기] 전 산업 플라스틱 생태계 바뀐다, 강제성 있는 규범 첫선
▲ 역사상 첫 강제성을 띤 플라스틱 규제인 '국제 플라스틱 협약(Global Plastic Treaty)'이 합의를 앞두고 있다.<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역사상 처음으로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관련 국제 규범인 ‘국제 플라스틱 협약(Global Plastic Treaty)’ 합의문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강제성 있는 국제 규범의 등장은 플라스틱 원료·소재를 직접 생산하는 석유화학업계부터 부품 절반을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자동차업계까지 산업 생태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세계 각국의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 올해 플라스틱 관련 규제가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독일은 올해 1월부터 ‘플라스틱세’ 시행을 본격화했다. 지금까지는 연방 예산, 즉 일반 세금 수입에서 지출됐던 플라스틱세를 기업(민간)이 직접 납부하게 된 것이다. 

플라스틱세는 각종 환경 규제에 가장 앞서 있는 유럽연합(EU)이 2021년 1월부터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위해 시행하는 세금이다.

각 회원국은 연간 자국별 포장재 플라스틱 발생량에서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 폐기물 1kg당 0.80유로(1톤당 약 114만 원)를 유럽연합에 납부해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올해 1월부터 기업이 포장재에 사용된 재활용 플라스틱 성분이 얼마인지를 스페인 정부 공인인증기관에서 확인받아야 한다. 스페인은 EU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1월부터 플라스틱세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이탈리아도 플라스틱세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기업에 일회용 포장재에 관한 세금을 부과한다.

미국에서도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통해 주 정부 차원의 플라스틱 규제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EPR는 생산자에게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 일정량을 재활용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를 말한다.

미국 4개 주는 현재 EPR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19개 주는 EPR 관련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주는 2024년부터 ‘플라스틱 오염 방지 및 패키징 생산자 책임법’을 부분적으로 시행한다. 이 법은 2032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 및 사용되는 모든 일회용 패키징 및 식기류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거나 퇴비화하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한다.

이 밖에도 캐나다, 태국 등 여러 나라에서 강화한 플라스틱 규제가 시행된다. 2019년 기준으로 봐도 이미 세계 192개국 가운데 최소 127개국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규제하는 법안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각국의 플라스틱 규제에 더욱 힘이 실릴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바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최초의 국제협약인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다.

2022년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 참가한 세계 175개국은 2040년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해 강제성을 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자는 결의안을 도출했다.

2014년 제1차 UNEA에서 ‘해양 플라스틱 및 미세 플라스틱’가 새 환경 의제로 결의된 이후 발전해온 플라스틱 논의가 모든 플라스틱의 전 주기(생산·소비·처리 등) 관리로 확대된 것이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모두 5차례 정부간협상위원회(INC)의 논의를 거친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수립을 위한 INC는 각각 2022년 11월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 제1차, 지난해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제2차, 지난해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제3차 회의가 열렸다.
 
[2024 ESG 미리보기] 전 산업 플라스틱 생태계 바뀐다, 강제성 있는 규범 첫선
▲ 2022년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총회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 < 유엔환경계획(UNEP) >
올해는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제4차, 11월 한국 부산에서 마지막 제5차 회의가 예정돼 있다. 전 세계는 부산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최종 합의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선 제2차 INC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해 생산을 감축하자는 주장과 재활용을 포함한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이를 놓고 그린피스는 “향후 협약은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 제1, 2차 INC를 토대로 한 발표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초안(Zero Draft)에는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여나가고 종국에는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표가 명시됐다.

초안에 따르면 협약 당사국에게는 협약 이행 및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 수립 의무가 부여된다. 당사국들은 정기적으로 협약 이행조치의 효과성을 평가하고 이를 감독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이 밖에도 전 주기에 걸친 관리, 무역 및 교역, 공정한 전환, 재원 조달, 개도국 역량개발 지원 등 의제를 설정하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아직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구체적 실체가 가시화하려면 여러 산이 남아 있다. 초안이 큰 틀에서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조항별로 향후 국가 사이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옵션이 함께 언급됐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명시되긴 했지만 여전히 재활용 등 다른 해법을 찾자는 국가 사이 이견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제3차 INC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서는 재활용으로 충분하다는 일부 산유국, 석유화학업계 의견과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강조하는 일부 국가 및 환경단체의 의견이 제2차 INC에 이어 대립했다.

그라함 포브스 그린피스측 협상위원회 대표는 로이터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제3차 INC는 주요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실패했으며 혼란만 가득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대전제인 오염 종식 시기를 2040년으로 명시할지에 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규제 자체가 일부 국가 차원의 범위를 넘어 국제협약으로 커졌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에 위기이자 기회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순환경제 탈플라스틱 시대, 국제 동향과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이 2024년 체결되면 탄소감축 의무와 같이 플라스틱 감축의무가 국가별로 부여돼 관련 시장에 관한 투자와 기술개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보고서에서는 또 “플라스틱에서도 탄소 배출처럼 강력한 규제에 따라 (규제 대응이 미비하면) 공급망에서 배제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플라스틱 규제는 국내 거의 모든 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탓이다.

이에 유럽을 중심으로 패키징 규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화장품·식음료업계의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등 대표 기업들이 플라스틱 규제 대응을 위해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기업들도 플라스틱 협약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에는 1대당 평균 150~200kg, 부품의 50%가량이 플라스틱 구성되는데 현재 유럽연합에서는 신규 제조 차량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25% 사용해야 하는 의무화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특히 플라스틱 원료·소재를 직접 생산하는 석유화학업계의 발걸음 역시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SK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오염도가 높고 색이 입혀진 플라스틱도 재활용할 수 있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앞세워 관련 규제 및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SK케미칼은 각각 ESG(환경·사회·지배구조)리포트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플라스틱 관련 규제’가 위험이자 기회 요소라는 점을 언급하고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950년대부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생산된 플라스틱은 일상생활에 필수적 부분이 됐지만 그에 따른 환경 오염 문제도 적지 않게 제기돼 왔다.
 
[2024 ESG 미리보기] 전 산업 플라스틱 생태계 바뀐다, 강제성 있는 규범 첫선
▲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파리기후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다자간 환경 협약"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안데르센 사무총장이 2023년 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flickr >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 누적 플라스틱 생산량은 92억 톤인데 이 가운데 70억 톤이 플라스틱 폐기물이 됐다. 그러나 이 폐기물에서 재활용된 것은 10% 미만에 그친다.

게다가 여전히 플라스틱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15년 동안에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평균 36% 증가해 2022년에는 4억3천만 톤을 기록했다.

UNEP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의 죠티 마투르 필립 사무국장은 “일회용 포장용 플라스틱의 85%는 매립되거나 유해 폐기물로 처리되고 미세 플라스틱은 피부를 통해 체내로 유입될 수 있으며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소각되고 있는 쓰레기 가운데 12%가 플라스틱인데 플라스틱 폐기물을 태우는 것은 심장 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천식 등 호흡기 문제를 유발한다”며 “플라스틱 오염은 생태계와 건강, 복지, 세계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파리기후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국제 다자간 환경 협약”이라고 평가했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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