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2023-12-28 15:14:09
확대축소
공유하기
▲ 국민의힘이 28일 비상대책위원 인선안을 발표했다. (윗줄 왼쪽부터)김예지, 민경우, 김경률, 구자룡. (아랫줄 왼쪽부터) 장서정, 한지아, 박은식, 윤도현.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 8명을 지명했다.
비정치인을 중심으로 여성·청년·장애인 등 사회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들이 포진됐다. 전향한 운동권 출신과 이재명 저격수 등 민주당과 대척점에 있는 인사들도 발탁해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이라는 취임사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박정하 국민의힘 대변인은 28일 국회에서 지명직 8명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은 29일 상임전국위원회 추인을 거쳐 한 위원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활동을 시작한다.
한동훈 위원장을 필두로 당연직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참여한다. 유의동 의장은 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할 당시 사표를 냈지만 유임하게 됐다.
지명직 비대위원은 김예지 의원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비정치인이다. 50대 2명, 40대 4명, 30대 1명, 20대 1명으로 8명 가운데 2040세대가 67.5%에 이른다.
여성 위원은 3명으로 37.5%를 차지했고 의사 2명·변호사 1명 등 전문직도 마찬가지로 37.5%이다.
한동훈 비대위의 지명직 위원은 크게 사회 파트와 정치 파트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사회 파트에서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적극 발탁한 점이 눈에 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김예지 의원은 지명직 비대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현역 정치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 의원은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서도 당 지명직 최고위원이었는데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에서도 비대위원으로도 활동하게 됐다.
김 의원은 서울 용산구 출신으로 서울 맹학교를 졸업하고 숙명여자대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동대학원에서 교육대학원 석사를 받은 뒤 존스홉킨스대학교 음악대학원 석사와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캠퍼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차기 총선에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한 위원장이 비정치인 위주로 비대위를 구성한 만큼 현역 의원 신분보다는 장애인 활동가로 면모에 방점을 두고 비대위에 포함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 위원장은 김 의원을 통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고충을 듣고 차기 총선에 선거 정책으로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각을 세우는 등 장애인 정책에 소홀하게 보였던 부분과 대비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8일 1차 영입인재로 발표한 윤도현 SOL(Shine on Light) 대표도 비대위원이 됐다. 윤 대표는 2002년생으로 비대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20대 청년이다.
윤 대표는 18년 동안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자립했다. 현재 유한대학교 복지학과에 재학하고 있으며 2021년 자립활동가 모임 ‘청자기’(청년들의 건강한 자립을 기원하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내는 자립활동가) 활동가 13명과 함께 자립 준비 경험을 담은 ‘우리가 마주한 세상에는 지도가 없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표를 통해 보육원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의 목소리를 들어 체계화된 보호망을 마련함과 동시에 청년세대를 향한 구애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워킹맘을 상징하는 인물로 장서정 자란다 공동대표도 이름을 올렸다. 자란다는 대표적인 보육·교육 플랫폼으로 3~13세 아이의 놀이와 학습을 위해 대학생 선생님을 매칭하는 서비스이다. ‘자란다’는 아이 양육 관련 개인화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장 대표는 1978년생으로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장 대표는 2002년 모토로라에 입사해 UI·UX(사용자환경·사용자경험) 디자이너로 10년 동안 일했고 2012년부터는 제일기획 디지털사업팀에서 광고서비스 기획자로 일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워킹맘 생활을 하면서 육아와 병행할 수 있었던 환경에 회의를 느끼고 2015년 돌연 전업주부의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엄마가 되면서 직면한 육아 고민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2016년 자란다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28일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임명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장 대표를 통해 워킹맘을 위한 사회적 환경 조성과 보육·육아를 위한 정책적 조언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보건기구(WHO) 담당관 출신의 한지아 의정부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도 비대위원에 포함됐다. 한 교수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조카로도 알려졌다.
한 교수는 1978년생으로 가톨릭대학교 의대를 졸업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전문의,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 장애인건강증신 센터장 등을 역임했고 WHO(세계보건기구) 본부(제네바)에서 담당관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교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WHO 본부 건강노화 컨소시엄 전문위원과 국제 장기요양네트워크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한 교수가 최근 노인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국제학술 활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한 위원장은 노인정책과 건강·복지 등 다방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 분야 비대위원들 인선에는 취임사에서 민주당의 폭주를 막겠다고 밝힌 한 위원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반민주당·반운동권을 대표하는 인사들과 함께 호남권을 대변할 수 있는 인사를 기용했다.
먼저 이적(利敵) 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역임했지만 이후 86 운동권 세력에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와 참여연대 출신으로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대표가 비대위원에 포함됐다.
두 인물은 모두 강성 운동권 출신이지만 보수 성향으로 돌아선 인물들이다.
민경우 상임대표는 서울 출신으로 1965년생이다. 서울대학교 의예과에 합격했지만 입학 후 학생운동을 위해 중퇴하고 다음 해 같은 학교 국사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10년 동안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의 사무처장을 지냈고 범민련이 이적단체로 지정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돼 도합 4년2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하지만 광우병 사태 이후 진보 진영과 거리를 두다가 2019년 조국사태 이후 완전히 전향해 보수성향 시민단체 운동을 하고 있다.
민 상임대표는 한 위원장 추대 이후 언론 기고에서 "한동훈은 80년대 운동의 시대가 끝나고 전문성의 시대가 도래했던 9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시대의 적자"라며 "한동훈의 출현이 무려 80년이 돼서야 실현된 것은 386의 세계관이 너무 오랫동안 극성을 부렸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률 대표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1968년생이다. 검정고시를 치른 뒤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해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학생운동을 그만두고 학원 강사로 활동했다.
김 대표는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다가 미래 세무회계사무소로 이직했다. 이후 참여연대에서 20여년 동안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경제금융센터 소장, 공동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러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지지세력을 위선자라고 칭하며 강도높게 비판했고 참여연대에서 사임처리됐다. 김 대표는 조국백서에 맞선 조국흑서 집필에 참여하면서 완전히 돌아서게 됐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분석해 여러 방송에 출연·설명한 ’이재명 저격수‘ 구자룡 변호사도 포함됐다.
구 변호사는 서울 출신으로 1987년생이다. 홍익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구 변호사는 학교법인 아리학원 이사와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구 변호사도 윤도현 대표처럼 8일 국민의힘 인재영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민경우 대표·김경률 대표·구자룡 변호사는 공통적으로 반민주당적·반운동권적 성향을 보여 한 위원장의 대(對)민주당 스탠스와 결을 같이한다. 한 위원장은 이들을 내세워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인재영입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내과 의사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도 참여한다. 박 대표 역시 민주당에 맞서온 인물이다.
박 대표는 광주 출신으로 1984년생이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펠로우를 거친 내과 전문의다.
박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지지하면서 보수논객으로 활동했다. 박 대표는 ‘상식과 정의를 찾는 호남대안포럼’에서 활동하면서 민주당에 쓴 소리를 했고 이재명 대표가 단식에 나서자 이를 비꼬는 글을 쓰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박 대표를 통해 호남 표심을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