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12-21 16: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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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법정처리기한을 19일이나 넘겼던 예산안에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했다.
예산안의 본회의 통과로 예산 정국이 마무리된 가운데 12월 임시국회에서 앞으로 예정된 본회의 일정은 28일 하루가 남았다.
▲ 김진표 국회의장이 12월21일 국회에서 본회의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대치 속 계류된 법안들이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잡아 올해 안에 처리가 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는 21일 오후 3시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259명 가운데 찬성 237표, 반대 9표, 기권 13표로 2024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길고 긴 예산 정국이 마무리됐지만 국회가 숨을 돌릴 여유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법안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28일 본회의 상정을 위해 상임위 심사부터 거쳐야 하는 법안들도 다수다.
여당은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의 연내 처리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19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논의를 서둘러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입법에 힘을 실었다.
주택법 개정안은 그동안 여야 간극이 커 법안소위 상정에도 애를 먹었던 법안이다. 당정은 실거주 의무 조항으로 인해 이사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며 경고해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사옥에서 열린 ‘스마트빌딩 활성화 로드맵’ 발표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분양받아서 입주를 할 때 자기 돈을 다 갖고 있는 사람은 소수”라며 “적정 수준을 찾아야지 전부 틀어막는 것은 4만여 세대가 넘는 선의의 피해를 낳는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게 되면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이른바 ‘갭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실거주 의무 폐지 내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리는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논의됐으나 결론이 나지 않아 결국 법안 처리가 보류됐다. 국토위는 소위를 추가로 진행해 주택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하려 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바람에 처리가 무산됐다. 28일 재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국회에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의결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참사 418일째 얼음장 땅에 엎드려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해 죄송하다”며 “다시는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이 인정하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후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변경 동의를 통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를 시도할 생각”이라며 “국민의힘이 진상 규명의 과제를 외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법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
쌍특검법안도 연내 처리를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본회의에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별검사법안과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별검사법안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쌍특검을 놓고 ‘총선을 앞둔 정치공세’라며 반대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미 수사로 혐의를 못 밝힌 사건”이라며 “총선 앞 정치공세이며 반헌법적인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쌍특검법안 처리를 강행할 모양새다. 이미 167석으로 과반 의석을 보유한 만큼 당내 이탈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더불어민주당은 쌍특검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쌍특검법안이 강행처리가 된다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쓸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 친인척 관련 사건인 만큼 여론을 고려해 대응방식과 수위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여야 대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21일 열린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에서 단독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의사제 도입법안, 공공의대 설립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의 연내 처리가 가능할지도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20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지역 의사 양성을 위한 법’(지역 의사제 도입법)과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운영에 관한 법’(공공의대법)을 통과시켰다.
지역 의사제 도입법안은 의대 정원 일부를 지역의사 선발 전형을 통해 뽑고 일정 기간 의료 취약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공의대 설립법안은 지역 의료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각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법안이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의대 정원만 늘리고 나중에 지역 의대를 설립하면 인기학과 쏠림을 방지하기 힘들 것”이라며 두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윤 대통령이 2023년 4월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민주당은 쌀 의무 매입 조항을 삭제하고 가격 보장제도를 추가한 새로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해 20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윤재옥 권한대행 등 헌정사상 최다인원인 여야 의원 261명이 공동발의한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은 연내 통과에 파란불이 켜진 것으로 여겨진다.
달빛철도 특별법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전체회의를 한 번에 통과했다. 특별법에는 달빛철도 건설 절차, 국가의 행정·재정적 지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달빛고속철도는 광주송정역부터 서대구역까지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총길이 198.8㎞의 철도다. 달구벌(대구)에서 ‘달’, 빛고을(광주)에서 ‘빛’을 따와 달빛고속철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달빛철도 특별법의 연내 제정이 불투명해지자 “스스로 발의한 법률을 정부 부처가 반대한다고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행정부의 시녀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개식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김건희법 또한 상임위 단계를 통과하면서 임시국회 기간 안으로 처리가 가능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유, 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에는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과 함께 정부가 관련 분야 종사자의 전업 등 생계 대책 마련을 지원해야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앞서 김건희 여사는 12일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동물보호재단을 찾아 “개식용 금지는 대통령의 약속”이라며 신속한 법안 처리를 요청한 바 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