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을 한 장관에게 맡겨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2월13일 경기 성남시청에서 열린 '교정시설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 및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협약식을 마친 뒤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에서는 한 장관이 그동안 보여준 능력과 대야투쟁력, 참신함이 국민의힘에 더해진다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선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차출론이 나오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8일 외부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 장관은 이날 오후 열리는 ‘마을변호사 10주년 기념식’에 직접 참석하기로 했으나 계획을 변경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법무부는 한 장관이 갑자기 일정을 취소한 것과 관련해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한 장관의 일정 취소 배경에 국민의힘에서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 주재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비대위원장 인선 방안을 논의했다.
윤 권한대행은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내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국민이 공감하는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고 더욱 하나 된 모습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당내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견 수렴 과정이 바로 오늘 이 회의”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나 건강하고 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체성 그리고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치면서 강력한 회복력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들께서 유심히 보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는 당 지도부와 국민의힘 소속 현역 국회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등 227명이 참석해 비대위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회의에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신문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 좀 의견이 많이 모아졌다”며 “아깝다는 이야기도 있고 우리가 또 한 장관을 보호해야 되는데 너무 일찍 등판시켜서 다치면 어떻게 하나 이런 걱정도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권한대행은 지난주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사퇴 이후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선언하고 위원장 인선을 위한 당내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14일 긴급중진연석회의를 시작으로 최고위원회의, 비상의원총회 등 논의가 이어졌다.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주류인 친윤석열계는 한동훈 장관 추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높은 인지도와 함께 국무위원을 수행하면서 보여준 대야 전투력, 그로 인해 치솟은 인지도와 인기 등을 고려하면 한 장관 이상의 적임자는 없다는 것이다.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친윤 재선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열린 비상의총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고 공감을 얻는 분을 빨리 세워야 하는데 그게 한 장관”이라며 “우리 당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유력한 분은 한 장관”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돈독한 관계가 오히려 수직적 당정관계를 해소하고 당정관계를 안정시키는데 적합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18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랜 신뢰관계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당 입장에서 본인이 해야 될 말 쓴 소리 등을 가감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한 장관은 여러 굵직한 사안에서 자기 의견을 거침없이 말해 왔다”고 말했다.
한 장관이 정치 분야 이력은 없으나 정치적 경험과 정무적 감각은 별개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기현 대표를 뽑았던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내세웠던 장점이 정치적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라며 “정치적 경험과 정무적 감각은 별개의 얘기라는 것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민의힘이 12월18일 국회에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비주류인 비윤석열계에서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에 격렬한 반대를 하고 있어 한 장관이 비대위를 이끌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가 여론의 반발을 살 것이라는 주장이 여러 곳에서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치 경험이 많고 큰 판을 다뤄본 사람을 영입해서 비대위를 만들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 아바타를 다시 당 대표로 만들어본들 그 선거가 되겠나”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또한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을 지와 관련한 질문에 “검사동일체 원칙에 익숙하셨던 분이 할 수 있을까”라며 “국민들이 보기엔 의구심이 있으며 야당도 그런 프레임을 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의 명운을 좌우할 총선을 앞두고 키를 쥐기에 한 장관의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여전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세번째권력 공동창당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사람(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치를 한 번도 안 해봤던 사람인데 갑자기 비대위원장으로 와서 뭘 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한 장관이 여권 주류의 지원을 바탕으로 비대위원장으로 오게 된다면 선임 과정에서 나왔던 당내 우려와 반발을 잠재우는 것을 우선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검찰 출신이 사실상 당대표인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는 것과 관련한 국민 반감을 해소하는 것도 한 장관의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직 정치력이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온갖 풍상을 다 맞아야 하는 비대위원장 자리는 한동훈을 조기에 소진하고 총선에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며 “당장의 위기에 급급해 맞지 않는 옷을 입힌다면 오히려 당 혁신의 기회만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잡한 정치국면엔 정치력이 확인된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하고 한동훈에겐 선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이 본인과 당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