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12-08 13: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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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혁신위원회(혁신위)의 조기 해체가 공식화됐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내걸었던 혁신 깃발의 빛이 바랜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애초 계획했던 시점보다 빨리 인재 영입을 발표하며 혁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돌리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장은 12월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1차 인재영입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오른소리'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1차 인재영입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민의를 먼저 생각하고 올바른 인성으로 국민 화합에 앞장서며 불굴의 의지로 귀감이 되는 인생을 개척해 오신 국민인재를 모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차 명단에는 범죄심리학자로 유명한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방송과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저격수’로 이름이 알려진 구자룡 변호사가 포함됐다.
이외에도 소아과 의사이자 육아서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하정훈 대한 소아·청소년 개원의사회 부회장, 탈북민 출신 공학자 박충권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 자립준비청소년을 지원하는 단체인 SOL(ShineOnLight)의 윤도현 대표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위원장은 이번에 영입한 인재들 가운데 일부가 2024년 국회의원 선거에 투입될 것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일할 분들이 꼭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서 의원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라면서도 “당당히 어려운 지역에 나가서 경쟁함으로써 청년들에게 도전정신을 보여주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겠다고 나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수정 교수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입장에서 험지인 경기 수원 지역구 출마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인재영입위는 1차 명단 발표를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매주 5명씩 인재를 발굴한다는 방침도 마련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구체적인 전체 영입 규모와 관련해선 “자칫 잘못하면 이걸 정치적으로 해석해서 당내에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명확히 몇 명을 한다고 말하지는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혁신위가 당 지도부와의 갈등 끝에 조기 해체 수순을 밟으며 이철규 영입위원장의 짐은 오히려 늘었다.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어음을 써놓은 만큼 국민의힘 인재영입에 관심이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11월17일 국회에서 열리는 인재영입위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초 국민의힘은 이달 11일 1차 영입 명단을 발표하기로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11일 1호 영입 인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데다가 혁신위가 조기 해체되자 발표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참신한 외부 인재를 다수 수혈할 수 있다면 '인요한 혁신위'의 요구를 이어가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고 본다. 혁신에 저항하는 듯 보였던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미지를 상당부분 희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요한 혁신위는 42일의 활동 기간 동안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된 징계 해제 외에도 국회의원 특권 포기, 청년 공천 비중 확대, 전략공천 배제 및 공천 배제 기준 강화, 과학계 비례 공천, 중진 험지 출마 등의 혁신 과제를 내놓은 바 있다.
복기왕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YTN 뉴스앤이슈에 나와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이 어떤 사람들을 영입하면서 진영을 짜기 시작하느냐에 따라 인요한 위원장의 이런 주장(혁신 과제)들이 하나하나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럴 경우에 민주당은 바짝 긴장을 해야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 위원장이 영입한 인재가 정치권의 물갈이를 원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특히 영입 인재 가운데 민심과 동떨어진 인물 특히 대통령실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의심을 받는 인물들이 포함된다면 민심이 지금보다 더 싸늘하게 바뀔 수도 있다.
이 위원장은 앞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책임지고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뒤 19일 만에 영입위원장을 맡게 됐을 때 친윤 인물들을 공천하기 위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들은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혁신위 좌초로 인한 당내 비판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놀랄만한 인재 영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혁신위를 방해하고 좌초시킨 당 지도부는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며 “당이 죽든 말든 윤석열 정부가 망하든 말든 계속 혁신을 외면한다면 우리당은 결국 영남 자민련으로 더 쪼그라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도권 전략으로 내세웠던 김포 편입 이슈가 결국 ‘찻잔 속의 태풍’ 정도로 사그라들고 있는 상황도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영입 인재에 대한 흠집내기에 나섰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영입한 인물들을 내세워 총선을 ‘정책 대결’ 대신 ‘막말 전쟁’으로 끌고 가려는 심산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가짜 인재들을 내세워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