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열린 '해상풍력 제도 마련을 위한 긴급 세미나'에서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사진 가운데),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 원장(좌장, 가운데 왼쪽) 등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기후솔루션 유튜브 갈무리> |
[비즈니스포스트] 해상풍력사업의 촉진을 위해 ‘해상풍력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는 데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뜻이 모였다. 다만 어민들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꼭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는 기후솔루션, 에너지전환포럼, 환경운동연합,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지방정부협의회 주최로 ‘해상풍력 제도 마련을 위한 긴급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어민, 기업,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관련 정부부처 등이 모여 해상풍력특별법 마련의 시급성과 과제 등을 짚기 위해 마련됐다.
해상풍력특별법은 입지선정, 인허가, 주민 소통 등에서 각각의 개별법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 주도하에 일괄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하는 ‘정부주도 계획입지’ 방식을 핵심으로 하는 법을 말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해상풍력 법안 3건이 함께 해상풍력특별법으로 통합·논의되고 있다.
이 3건의 법안은 2021년 5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과 2023년 2월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과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해상풍력 계획입지 및 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안’, ‘해상풍력 보급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세미나 참여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해상풍력특별법이 내년 5월 21대 국회 마무리 이전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옥선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상풍력 계획입지 법체계 구축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재는 민간사업자가 입지발굴 및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하고 다부처, 여러 법률에 걸친 인허가 절차의 복잡화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민간사업자가 이해관계자와 협의 등 수용성 확보절차를 직접 거치는 구조라 갈등상황도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세계적 에너지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풍력은 급부상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이 발발한 뒤에는 에너지 안보차원에서도 풍력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는 세계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며 “특히 한국은 국토면적의 한계 탓에 해상풍력의 필요성이 높지만 보급은 지나치게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2022년까지 국내 해상풍력 누적 설치량은 124.5MW(메가와트)다. 전체 풍력 설치량의 7.4%, 전체 신재생에너지 설치량의 0.4%에 불과하다.
백 교수는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해상풍력만을 다루는 법 등을 통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빗대어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에서는 별도의 해상풍력 관련법 또는 법령 세부조항을 통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한국의 제정 논의가 다른나라보다 굉장히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해상풍력특별법이 제정되면 정부 주도로 입지 선정, 사업자 입찰, 주민 수용성 확보 등이 이뤄지고 하나의 법률안에서 인허가가 진행되는 등 효율적 체계로 개편될 수 있다”며 “다만 모든 것을 법으로 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위법령에서 세부사항을 정해야 하는데 세부사항과 관련한 더욱 활발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독일 에너지기업 RWE의 한국법인인 RWE코리아, 덴마크 에너지기업 코페하겐오프쇼어파트너스(COP)의 한국법인인 COP코리아도 해상풍력특별법이 사업 추진에 핵심이 될 것이라고 봤다. 특히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고영 RWE코리아 대표는 “해상풍력특별법이 제정되면 사업자 입찰 단계에서 투명한 절차를 거쳐 발전단가 등이 정해진다”며 “본격적 투자 전에 예상 매출이 나와 기업이 의사결정을 과감하게 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문 대표는 “대규모 해상풍력사업은 수조 원대의 투자를 수반하는 사업이라 잠재사업자들과 지자재공급 제조사들에게는 사업 규모와 준공 시기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태승 COP코리아 대표는 “해상풍력사업이 500MW 규모로 추진된다면 수조 원의 사업비, 초기개발비만 1천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그만큼 사업자들이 많은 리스크를 지는 것인데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에서도 현장의 한계가 있다며 정부 주도의 사업 추진이 가능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문혜경 보령시 에너지과 그린에너지팀장은 “보령시는 2020년부터 공공주도 해상풍력단지 개발사업을 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지자체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많은 이해관계자의 민원 조율, 국방부와의 협의(군 작전성 검토 등)는 지자체로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 팀장은 “올해 여야가 모두 해상풍력특별법안을 발의한 만큼 하루 빨리 제도적 기반 및 정부 주도 아래 해상풍력사업 추진이 안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욱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열린 '해상풍력 제도 마련을 위한 긴급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기후솔루션 유튜브 갈무리> |
다만 실제 어민들로부터는 정부 주도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겠다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욱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해상풍력특별법은 시민참여형 입지 선정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여기서 시민은 바다를 직접 이용하는 주요 당사자인 어민”이라고 강조했다.
지 의장은 “실제 목소리를 들어보면 어민들은 해상풍력 확대, 재생에너지 확대에 찬성하면서도 목숨이 달린 어업 대상 해협을 내어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예를 들면 먼 바다는 상대적으로 어민들의 조업이 적은데 이런 점이 시민참여형을 통해 고려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필종 경남어선어업인연합회장은 “욕지도 인근에서 현재 해상풍력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그곳은 멸치가 난류를 타고 들어오는 어도”라며 “멸치가 들어와야 각종 어류가 따라 들어오는데 이 길이 막히면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최 회장은 “민간협의를 통해 의견수렴이 확실히 돼야 어민들이 수용할 수 있고 이후에도 정책적 보호가 뒤따라야 한다”며 “단순히 금전 보상이 아니라 대체어장을 어디로 할 것인지 등 실질적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시민참여형 입지선정’, 즉 ‘실제’ 이해당사가의 참여가 해상풍력사업에서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이 많이 간다”며 “다양한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해상풍력특별법이 신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