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동박 업황 악화로 실적 혹한기를 지나고 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주력사업인 동박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글로벌 증설 투자와 2차전지 소재 다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두둑한 현금과 안정적 재무구조는 김 대표의 구상을 뒷받침할 든든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실적 혹한기에도 투자를 지속하며 성장동력을 키우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10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전방산업의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증설과 소재 다변화 등을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차전지 가치사슬(밸류체인)의 대부분 업종이 전기차시장의 수요 둔화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동박업종 역시 전방산업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중국에서 비롯된 공급과잉까지 겹치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비롯한 국내 동박업체들을 향한 증권가의 실적 눈높이도 낮아지는 추세다.
게다가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되며 국내에서 동박을 생산할 때 전력비용 부담이 커졌다. 전력비용은 동박 제조원가의 15% 가량을 차지한다.
전력비용 부담 탓에 국내 동박 공장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요인들이 겹친 탓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실적 부진 흐름을 보이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3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177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영업이익 229억 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86.7%나 줄어들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1.4%로 직전 2분기(0.8%)보다는 소폭 개선됐지만 지난 수 년 동안 영업이익률이 10%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도 크게 훼손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적 부진 흐름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동박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막대한 글로벌 증설투자 계획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요인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 생산능력은 올해 연산 6만 톤 수준인데 이를 2028년까지 24만톤으로 늘린다는 청사진을 그려 놓았다. 생산능력을 4배 늘리는 데 필요한 자금은 3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분기 기준으로 적자를 간신히 모면하는 정도의 영업이익으로는 조 단위의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게 만만치 않을 수 있다.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스페인 스마트팩토리 조감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성장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김연섭 대표로서는 회사의 단단한 재무체력이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3분기 기준으로 현금성자산 5199억 원가량을 확보해 두고 있다. 유동자산은 1조3873억 원에 이른다.
중장기에 걸친 투자계획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단기간 필요한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부채비율이 23%에 불과해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8년까지 부채비율 100% 수준을 유지하며 차입금 1조4천억 원가량을 마련해 투자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다만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고금리 상태가 지속되는 금융환경을 고려하면 외부 자금조달에 불리해진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동박 증설 외에도 리튬인산철(LFP)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 고체 전해질 등 전지 소재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그런 만큼 기술개발과 그에 따른 양산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추가로 투자자금이 소요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투자 여력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마련을 위해서도 부지런히 노력해야 하는 셈이다.
김 대표는 고품질(하이엔드) 동박 비중을 늘리며 현재 일부 고객사들에 집중된 영업구조를 다변화하며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3분기 매출의 5% 수준에 머물렀던 고품질 동박 비중을 내년에 10%로 확대하고 2028년까지는 75%로 늘린다는 목표를 정해 놓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목표시장으로 삼고 있는 고품질 동박은 6마이크로미터 이하 두께와 고강도(50~60kg/m㎡), 고연신(연신율 12~15%)을 만족하는 제품이다. 연신율은 금속이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을 말한다.
4680(지름 46mm, 길이 80mm의 원통형)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에는 성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초극박, 고강도, 고연신의 하이엔드 동박을 적용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는 7월4일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사업비전 및 성장전략’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업계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엔드 초격차 기술력을 지속해서 확보해 초극박, 고강도, 고연신을 동시에 만족하는 하이엔드 제품을 시장에 확대 공급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개발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들은 폼팩터와 무관하게 하이엔드 동박 적용을 늘리고 있다”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고품질 동박 시장 선점이 확인되면 실적개선은 자연적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머티리얼즈의 4분기 이후 실적이 조금씩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과잉공급 상황도 북미와 유럽 등의 시장에서는 다소 해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측은 중국을 포함한 동박 시장에서는 2026년까지 초과공급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면서도 유럽과 북미 등 시장에서는 2024년부터 동박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력비용이 저렴한 말레이시아 법인의 가동률 증가와 함께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말레이시아 법인의 판매량 증가로 롯데머티리얼즈는 4분기에 3분기보다는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