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11-08 15: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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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014년 쌍용차 노동자 파업 손해배상 판결 이후 10년 동안 논의가 지속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 상정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반면 국민의힘은 입법 저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태세다.
▲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11월2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연 '노조법 개정안 통과 촉구 100인 행동'애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노란봉투법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오랜 시간 수많은 진통을 겪은 노란봉투법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결말을 맞을지 주목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 소위 노란봉투법은 산업현장에 막대한 혼란 야기 등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노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처리를 철회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5월 국회 환노위에서 본회의에 직회부됐으며 6월30일 본회의 부의안이 통과된 뒤 상정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협상을 강조하며 본회의 상정을 미뤄왔지만 9일 본회의 상정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는 10월26일 국민의힘 의원 6명이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및 부의 과정에 위법이 있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2건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본회의 표결 처리 방침을 굳힌 것으로 파악된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뼈대다.
현행 노조법 2조는 사용자를 근로 계약 주체가 되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로 보고 있는데 2조 개정안은 여기에 '근로조건에 사실상의 영향력이 있는 자'를 추가해 사용자의 범위를 넓혔다. 사용자 범위를 이른바 '진짜 사장'인 원청까지 넓히고 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게 해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은 기업이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손해배상 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한다’고 규정했다.
정부여당과 재계는 노조법 개정안 내용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근로자와 직접 계약관계가 아닌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의 단체교섭이 가능해져 하청사용자의 경영권·독립성이 침해되고 도급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노사대립 양상이 극심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대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이 파업의 일상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한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경제 6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정안 입법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과 경제 6단체 임원들이 11월8일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개정안 입법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 의원은 “노조법 개정안은 불법파업마저도 법으로 보호하고 특히 근로계약의 당사자를 넘어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한 자'로 확대 해석하도록 규정을 바꿔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며 “이 법이 통과되면 노조의 불법행위가 증가해 기업 활동은 위축될 것이 명약관화하고 대립적 노사관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 산업현장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도 기자회견 뒤 백브리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노조법 2조에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의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것과 손해배상을 개별적 책임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그동안 노동계와 경영계가 계속 논의를 해왔지만 타협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현재까지 노란봉투법에 관한 여야의 입장을 고려하면 노란봉투법 논의는 '필리버스터→강행→거부권'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해 법안 저지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초·재선 의원들을 의무적으로 참여시켰으며 국민의힘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 등이 노란봉투법 반대토론에 나선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뒤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표결로 노란봉투법을 의결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미 윤 대통령은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간호법 제정안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통해 불법파업조장법과 방송3법의 부당함을 국민께 호소하고 대통령께 법의 악영향을 고려해 거부권 행사를 해줄 것을 요청해야 하는 여당으로서도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1대 국회에서 더 이상 노란봉투법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이 협상안과 수정안을 가져온다면 진지하게 대화를 머리를 맞대고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노란봉투법에 관한 협상 여지를 남겼지만 국민의힘이 응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홍석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백브리핑에서 노란봉투법 협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노란봉투법은) 반헌법적이고 반시장적이기 때문에 저희들은 이 상황은 도저히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다만 홍익표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거부권이 실제로 행사됐을 때 후속대책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