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섭 KT 김영섭 대표이사 사장(중앙 오른쪽)와 피트 보다라믹 태국 자스민그룹 회장(중앙 왼쪽)을 비롯한 양사 주요 임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KT > |
[비즈니스포스트] KT의 초거대 인공지능(AI) ‘믿음’이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다.
KT는 태국의 대표 정보통신 기업인 자스민그룹과 함께 KT 초거대 AI 믿음을 활용한 태국어 대형언어모델(Thai-LLM) 구축 및 동남아시아 공동 사업화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KT와 자스민그룹은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대표자 회동을 통해 ‘믿음’의 사업화 논의를 본격화했다. 이는 지난 9월 KT와 자스민그룹 계열사인 JTS가 ‘태국 및 동남아시아 전용 대형언어모델(LLM) 공동 구축 및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업 구체화 협의를 거친 데 따른 것이다.
JTS는 태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8위 기업이다.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시작으로 ICT 솔루션, 클라우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번 협력으로 △태국어 전용 LLM 및 사업 모델 구축 △동남아 시장 분석 및 마케팅 전략 수립 △LLM 구축 기술 및 노하우 전수 △동남아 시장의 AI 규제 대응 방안 공동 수립 등을 진행한다.
특히 KT는 LLM 구축에 필요한 기술 및 노하우를 전수하고 자스민그룹은 동남아 시장 분석과 모델 개발의 기반이 되는 'GPU팜(GPU Farm)' 구축에 힘을 쏟는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여러 대 연결한 시스템인 GPU팜은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과 같은 고성능 컴퓨팅이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사용된다.
KT와 자스민그룹은 2024년 상반기에 자스민 그룹의 100% 자회사인 자스텔(Jastel Co. Ltd)이 추진하는 신규 데이터센터(IDC)에 GPU팜을 구축한 뒤 하반기부터 태국어 전용 LLM을 구축하며 단계적 협업에 나선다. 이어 태국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글로벌 LLM 사업 모델을 공동 발굴하고 라오스와 캄보디아 등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의 생성형 AI 시장은 2030년까지 7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머신러닝 플랫폼업체 데이터이쿠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동남아시아의 AI 솔루션 지출이 2022년 1억7400만 달러에서 2026년 6억4600만 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KT는 이번 성과를 국가나 기업들이 빅테크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온전한 데이터 주권을 갖기 위해 국가별 자체 LLM을 구축하려는 이른바 ‘소버린 AI’ 움직임을 파고든 기회로 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초거대 AI인 GPT-3의 경우 학습 데이터의 영어 데이터가 92.6%, 한국어가 0.016%, 태국어가 0.013%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비영어권 국가 언어의 학습 데이터가 적다 보니, 해당 국가의 정치 문화적 맥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KT는 앞으로 자스민그룹이 태국어 전용 LLM 구축을 통해 AI 주권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고 나아가 초거대 AI 수요가 있는 대다수 글로벌 국가로 믿음을 확산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KT는 초거대 AI 사업화를 위해 AI 인프라와 모델, 응용 서비스 영역을 아우르는 AI 풀스택 전략을 추진해 왔다.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역량과 모레의 AI 반도체 구동 소프트웨어를 융합해 인프라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9월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교육 전문 콴다에 200억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는 등 모델과 응용 서비스 영역까지 AI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국산 초거대 AI의 글로벌 진출 물꼬를 튼 KT 믿음은 10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피트 보다라믹 자스민그룹 회장은 “이번 협력은 태국의 AI 산업을 주도하고자 하는 자스민그룹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KT의 AI 산업에서 기술 및 노하우, 그리고 자스민 그룹의 동남아시아 지역 사업 기반 및 이해도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글로벌 시장에서 AI 사업 공동 개척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은 “대규모 인프라 확보를 위한 GPU팜 구축과 LLM 개발 및 사업화 경험이 있는 KT가 자스민그룹과 AI 사업에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협력을 계기로 자스민 그룹과 함께 태국의 AI 산업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고 나아가 동남아시아 AI 시장 공동 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