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코프로비엠이 양극재업황 악화 탓에 당분간 실적 후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재환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에코프로그룹 총수가 부재한 엄중한 시기에 업황 악화란 악재까지 만나게 됐다. 
 
에코프로비엠 업황 악화에 실적 ‘빨간 불’, 주재환 성장동력 강화 박차

▲ 주재환 사장이 8월17일(현지시각) 캐나다 현지 투자 발표 행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에코프로>


다만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큰 흐름의 방향성은 지속해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글로벌 증설에 힘을 쏟으며 성장동력을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증권업계에 배터리소재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에코프로비엠은 리튬 가격 하락과 전방시장의 수요 둔화에 따라 부진한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 하락은 양극재 판매단가 하락으로 이어지며 업황 부진을 불러온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양극재 가격은 원료금속 가격과 연동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리튬 가격은 지난해까지 고공행진을 지속하다 올해 들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지난해 11월 kg당 580위안 수준까지 올랐다가 올해 4월 150위안대로 추락했다. 이후 6~7월 300위안대로 반등하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150위안대로 주저앉았다. 

게다가 리튬 가격 하락세는 제품 가격의 추가 하락을 염두에 둔 고객사들의 구매 연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리튬 가격 흐름과는 별개로 유럽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셀 수요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도 양극재 수요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시장에서 국내 셀 제조사들의 점유율이 하락한 탓에 양극재 매출도 다소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부정적 요인들은 에코프로비엠의 실제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에코프로비엠은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8032억 원, 영업이익 459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5.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7.6% 줄었다. 직전 분기인 올해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5.4%, 영업이익은 60.0% 감소했다. 

애초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이 94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 눈높이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판매가는 2024년 1분기까지 점진적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리튬 가격의 뚜렷한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2024년 연평균 양극재 판매가는 2023년보다 10~15%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 가격 추이를 감안할 때 4분기에도 양극재 판매가의 추가 하락이 예상되며 높은 물가와 불확실한 경제상황 등으로 전방산업 수요도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코프로비엠의 사업을 총괄하는 주재환 사장으로서도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이 그룹 총수의 법정구속이라는 초유의 경영환경을 맞고 있는 상황인 만큼 그룹의 주력인 양극재사업을 총괄하는 주 사장의 역할도 이전보다 중요해 졌다고 볼 수 있다. 

에코프로그룹 창업자인 이동채 전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현재 구속 상태에 있다. 총수 부재 상황이 된 만큼 에코프로그룹 모든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주 사장과 최문호 대표이사 사장이 각자대표체제를 꾸리고 있다. 주 사장이 사업총괄을, 최 사장이 기술총괄을 맡아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다. 

주 사장은 2차전지 전반에 걸쳐 경험과 식견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삼성SDI 셀세업부 품질혁신, 제조, 기술, 사업부장을 두루 거쳤고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를 지내며 동박 사업을 총괄한 경험도 있다. 

양극재뿐 아니라 셀과 동박 사업을 경험한 데다 기술 분야에도 정통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 사장은 2022년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지금까지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 사장은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서도 장기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며 하이니켈 양극재 분야의 최강자로서 시장 지위를 지키는 데 힘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2022년 기준으로 하이니켈 양극재 10만360톤을 출하해 생산량 기준 글로벌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분야에서 LG화학은 7만8천 톤(4위), 엘앤에프는 6만 톤(8위), 포스코퓨처엠(13위)은 3만4500톤을 출하한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에코프로비엠은 현재 양극재 생산능력 측면에서 다른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산 18만 톤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경쟁사인 LG화학(9만 톤), 포스코퓨처엠(10만5천 톤) 등과 제법 격차가 크다. 

다만 양극재시장에서 치열한 증설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에코프로비엠의 시장지위에 위협 요소들도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경쟁하는 양극재업체가 포스코퓨처엠과 LG화학 등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주 사장은 해외 증설을 통해 글로벌 생산능력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역내 생산을 유도하는 각국의 정책적 방침에 미리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은 해외 투자를 위해 설립한 법인인 에코프로글로벌에 잇따라 출자하며 해외 증설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6월에 700억 원을 출자한 데 이어 7월 8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에코프로글로벌을 통해 헝가리에 양극재 신규 시설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셀 제조사인 SK온과 완성차 제조사 포드와 함께 캐나다 퀘벡주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해 북미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SK온·에코프로비엠·포드 캐나다에 양극재공장 건설, 밸류체인 강화 포석

▲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시 산업 단지에 들어서는 양극재 공장 조감도.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비엠과 SK온, 포드는 퀘벡주 베캉쿠아시 산업단지 내 28만 ㎡ 부지에 12억 캐나다달러(약 1조2천억 원)을 투자해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에코프로비엠이 2월 설립한 현지법인 에코프로캠캐나다가 공장을 운영하고 SK온과 포드가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로 합작이 이뤄진다. 

합작법인은 캐나다 연방정부와 퀘벡 주정부로부터 6억4400만 캐나다달러(약 6400억 원)의 지원도 약속받았다. 

주재환 사장은 8월 캐나다에서 열린 합작공장 투자 발표행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에코프로비엠은 헝가리에 이어 캐나다에 공장을 건설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첨단 양극소재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캐나다와 퀘벡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현지 채용 등 지역 경제 발전에도 공헌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사장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해외증설을 통해 성장동력 강화에 힘쓰는 배경에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큰 흐름에 따라 결국엔 양극재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경영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15~2017년 1%에 불과했지만 2022년 13%로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복수의 시장조사기관들은 전기차 판매 비중이 2035년 무렵에는 약 9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의 해외 생산능력 강화와 함께 에코프로그룹 차원에서도 가치사슬 역량을 높이며 양극재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전구체 전문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리튬화합물 제조기업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을 통해 양극재 가치사슬의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해 놓았다.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을 하는 에코프로씨엔지까지 더해져 공급망 순환 체계를 탄탄하게 구성해 두고 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그룹사 내 리튬가공, 전구체, 양극재, 재황용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 수직계열화 구축으로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고 다수의 고객사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기초체력(펀더멘털)은 견고하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