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10-12 14: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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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큰 표 차이로 승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자신이 전략 공천한 진교훈 후보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압승’을 거둠에 따라 당내 지배력을 굳히고 더욱 강력한 대여투쟁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오른쪽)가 10월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를 ‘윤석열 정부 심판’으로 규정했다. 이 대표가 탄탄해진 입지와 여론을 바탕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안했던 ‘영수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만7065표(56.52%)를 득표해 9만5492표(39.37%)를 얻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자정 직전 진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페이스북에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국민의 공복으로서 민생, 경제, 안전, 평화, 민주주의 회복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재삼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기초지자체장을 뽑는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치러졌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은 뒤 곧바로 공천을 받았고 진교훈 후보도 이 대표가 직접 전략 공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적 상징성이 컸던 선거였던 만큼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난 9월27일 윤 대통령을 향해 제안한 ‘민생 영수회담’ 수용을 한층 더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로지 국리민복(국민행복과 국가발전)만을 위해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가 복원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치복원’을 위해 영수회담을 거듭 제안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재보궐선거 결과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어떠한 형태든 야당과 대화를 복원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그동안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꼼수’라 비판하며 여당 대표인 김기현 대표와의 만남이 먼저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피의자’로 인식해 만남을 꺼려왔던 만큼 회담성사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이날도 검찰은 백현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위증교사·대북송금 등 혐의로도 추가 기소할 가능성이 있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여겨진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알라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다만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불통’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영수회담을 극적으로 수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출범 1년 6개월여가 지나는 동안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은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
여기에 실질적인 여야 ‘협치’를 위해서 이 대표가 이번 선거의 패배로 당내 입지가 불안정해진 김기현 대표와 만남보다는 윤 대통령과 만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더욱 실리는 분위기다. 당 대표로서 이 대표의 입지는 커진 반면 김 대표는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국정감사 이후 진행될 2024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해서라도 협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024년도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온전히 편성한 예산안이다.
이에 더해 여권 일각에서도 내년 총선의 승부를 가늠할 수도권의 현재 민심이 어느 정도 확인된 만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도 윤석열 정권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민심이 확인이 된 선거였다”며 “(국정운영 기조가) 안 바뀌면 내년 총선이 참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실제 대통령실도 민심 수습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윤 대통령이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이날 김 후보자는 자진사퇴했다. 대통령실이 정권을 향한 부정적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여론도 두 사람의 ‘영수회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미디어토마토가 1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을 ‘수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51.2%로 ‘수용해선 안 된다’(34.1%)보다 높았다. 같은 날 조원씨앤아이가 발표한 조사에서도 영수회담이 ‘필요하다’가 56.3%로 ‘불필요하다’(41.8%)를 15%포인트 이상 앞섰다.
대통령실은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엄중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복수의 언론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와 관련해 "정부는 어떠한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