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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미국에 '20조' 반도체공장 착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추격 노려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10-06 14: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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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미국에 '20조' 반도체공장 착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추격 노려
▲ 마이크론이 미국 아이다호에 약 20조 원을 들이는 신규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을 착공하며 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론 미국 아이다호주 본사. <마이크론>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론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 새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 모두 150억 달러(약 20조 원)의 투자가 예정되어 있는 대규모 생산설비다.

미국 정부가 마이크론의 시설 투자를 적극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상위 경쟁사의 시장 점유율을 따라잡는 데 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마이크론은 현지시각으로 5일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에 새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이 착공되는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보이시는 마이크론 본사와 연구개발센터가 위치한 지역이다. 마이크론은 새 공장에 첨단 메모리 생산라인을 도입해 연구시설과 시너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9년까지 150억 달러의 투자가 예정되어 있으며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은 2025년부터 시작된다. 반도체 생산 설비가 들어서는 클린룸 규모는 60만 제곱피트(약 5만6천 ㎡)로 미국에서 가장 크다.

마이크론이 처음 아이다호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약 1년 전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시행이 확정된 직후다.

당시 20년 동안 1천억 달러(약 135조 원)의 투자가 이뤄지는 마이크론의 뉴욕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도 연이어 발표됐다.

마이크론은 이러한 투자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대만이나 일본 대신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하며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강력한 보조금이나 세제혜택 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아이다호 공장이 마침내 착공에 들어간 것은 미국 정부와 마이크론 사이에 지원 방안을 두고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마이크론은 “아이다호 투자 계획은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기대하고 있는 정부 지원 덕분에 현실화될 수 있었다”며 “미국 공장이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아이다호와 뉴욕 공장이 모두 미국 메모리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뉴욕 투자 계획도 이른 시일 내 구체화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 HBM(고대역 메모리)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상위 경쟁사에 밀려 점유율을 늘리는 데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지금과 같이 미국에 대규모 공장 건설 계획을 순차적으로 현실화해 나간다면 한국 반도체기업을 추격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확보할 수 있다.

미국 정부 역시 전자제품과 자동차, 인공지능 서버 등 분야에 핵심인 메모리반도체를 한국 기업에 대부분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메모리반도체 물량과 가격 경쟁력에서 모두 충분한 역량을 갖춰낸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에 첨단 반도체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하며 마이크론을 우회적으로 돕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마이크론의 약진에 갈수록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이크론 미국에 '20조' 반도체공장 착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추격 노려
▲ 마이크론이 미국 뉴욕주에 조성하는 대형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마이크론>
마이크론은 최근 들어 미세공정 D램과 3D낸드, HBM 등 메모리반도체 기술력도 꾸준한 발전을 보이면서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다만 마이크론의 재무상황과 투자 여력 등 측면을 고려한다면 단기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빼앗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최근 발표한 자체 회계연도 2023년 실적에서 연간 57억4500만 달러(약 7조8천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장기간 침체되면서 마이크론의 수익성과 재무구조에 모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아이다호 공장에 들이는 시설 투자도 반도체 시장 상황을 고려하며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벌이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특성상 업황 변동에 실적이 큰 영향을 받는 만큼 특정 업체가 무리하게 경쟁사를 웃도는 규모의 생산 증설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마이크론이 미국에 들이는 막대한 시설 투자 계획도 많은 변수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예산 규모가 한정적이라는 점도 마이크론이 아이다호와 뉴욕에 모두 막대한 투자금을 들이기 어려운 배경으로 지목된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반도체 지원법 예산 집행 계획을 밝히며 특정 기업에 지원이 집중되도록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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