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코프로의 주가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편입 이벤트에도 상승동력을 받지 못하며 못하며 하향 압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세로 돌아서며 시장 관심이 분산되는 형국에서 에코프로 주가는 당분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코프로 주가 반등모멘텀 사실상 소멸, '삼성전자 귀환' 더해져 소외 심화되나

▲ 에코프로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향후 주가반등을 이끌 모멘텀이 소멸한 상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이날 주가가 직전 거래일보다 5.77% 하락한 채 마감했다. 이로써 시가총액이 약 31조 원에서 29조 원대로 내리며 코스닥 시총 1위 자리를 에코프로비엠(약 30조 원)에 내줬다.
 
에코프로는 지난 8월11일 MSCI 한국지수 편입에 성공했는데 실제 편입 효력은 9월1일에 발생했다. MSCI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계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통상 편입 효력 발생 하루 전날 유입되는 점에서 에코프로에도 8월31일 외국계 기관의 수급이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8월31일 에코프로 주가는 0.72% 상승마감하는 데 그쳤으며 9월1일엔 주가가 6.21% 급락한 채 마감했다.

최근 MSCI 편입 이벤트를 활용하는 전략의 시점이 앞당겨짐에 따라 8월11일 이후 짧은 기간 동안 상승재료가 모두 소화됐으며 8월31일엔 오히려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출회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재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31일 외국계 기관의 순매수 자금이 유의미할 정도로 유입됐으나 반대로 차익실현 매물도 많이 나오면서 에코프로 주가는 보합세에 마감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종목에는 유의미한 주가상승을 불러올 만한 재료가 없는 상태라고 보고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관련주는 올해 상반기 내내 지속된 대규모 수주, 공급계약, 신규투자 등 공시가 주가상승을 이끌었지만 현재는 모멘텀 공백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재림 연구원도 “에코프로와 함께 편입에 성공한 한미반도체는 8월31일 주가가 4.73% 상승마감했다”며 “투자자들은 당분간 2차전지 업종에 호재가 적을 거라 보는 반면 반도체 업황은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코프로 주가의 상승 동력 가운데 하나던 소위 ‘테슬라발 훈풍’도 잦아드는 것으로 보인다. 

8월29일 미국증시에서 테슬라(7.69%), 리비안(8.67%), 피스커(3.10%), 루시드(2.93%) 등 전기차 종목이 일제히 주가가 오른 채 마감했음에도 30일 에코프로 주가상승률은 2.21%에 그쳤다. 21일 미국증시에서 테슬라 주가가 7.33% 상승마감하자 8월22일 에코프로 주가가 7.32% 뛰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세가 에코프로의 주가 약세를 강화할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오랫동안 국내증시에 ‘대장주’가 부재했던 점이 올해 초 에코프로 쏠림 현상을 강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대장주로 복귀할 가능성이 점쳐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등 글로벌 업체에 AI(인공지능)용 메모리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되기 시작하자 1일 주가는 6.13% 상승한 채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6%대 이상 상승마감한 건 2021년 1월8일(7.12%) 이후 약 2년8개월 만의 일이다.

반면 같은 날 에코프로 주가는 6.21% 하락마감했는데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복귀가 영향을 미쳤다는 시선이 강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일 반도체와 2차전지 사이 수급 공방 국면이 벌어졌다”며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 주가 모멘텀 강화 기대감이 더해지는 가운데 8월 2차전지 수출이 줄어들며 관련주에 단기적인 수급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앞날에 대해서도 현재 긍정 전망이 강해 에코프로가 당분간 소외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4일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부터 HBM3를 엔비디아, AMD 등에 공급할 것이며 차세대 제품인 HBM3P에 대해서도 4분기에 시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들에도 HBM3 신규 공급이 예상돼 2024년 삼성전자 HBM3 고객은 최대 10개사로 올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김 연구원은 이어서 “삼성전자는 HBM의 설계와 생산, 패키징까지 모든 공정에 대해 일괄적인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향후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HBM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며 “2024년 삼성전자 HBM3 공급 점유율은 엔비디아 35%, AMD 85%”로 추정했다.
 
에코프로 주가 반등모멘텀 사실상 소멸, '삼성전자 귀환' 더해져 소외 심화되나

▲ 삼성전자는 향후 HBM 수주 및 공급 계약이 가시화될 때마다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가 최근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관련 국내 반도체 종목들이 수혜를 보는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이자 AI산업 확대에 따른 필수 메모리인 HBM 시장에서 뒤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HBM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주가도 탄력을 받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HBM3 고객사 확보 우려로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이 경쟁사 평균(60%)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며 밸류에이션이 할인된 상태다”며 “그러나 4분기부터 HBM 프리미엄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돼 직전 고점(9만1천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았다.

에코프로도 물론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이라는 구원투수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동채 전 회장의 구속 등으로 지배구조 리스크가 불거지며 상장 일정은 현재 미궁 속에 빠진 상태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