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9-04 1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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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교사들이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사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법에 따라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월4일 국회 예결위 비경제부처 심사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방송 생중계화면 갈무리>
하지만 최근 경기와 군산에서 3명의 교사가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교육부를 향한 교사들의 여론은 악화된 상황이다. 이 부총리가 집단행동에 나선 교사들을 실제로 징계한다면 교사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주호 사회부총리는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제에서 추모사를 통해 “더 이상 선생님들이 홀로 어려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할 것임을 약속드린다”며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교육 전반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교사들의 요구를 적극 고려하겠다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대립구도가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은 이날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49재를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와 집회를 진행한다. 오후 3시 서이초등학교 강당에서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49재 추모제'가 열리며 오후 4시30분부터는 국회의사당 앞 대로에서 집회가 개최된다.
집회로 인해 일부 초등학교는 임시 휴교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교육부는 4일 휴업 계획 중인 초등학교는 지난 1일 기준 전국 30곳으로 전체 초등학교(6286개교)의 0.5% 수준이라고 3일 밝혔다.
초등학교 수백 곳이 휴업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교육부가 징계를 시사함에 따라 상당수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재량휴업에 참여하는 학교 숫자는 당초 예상보다 줄었지만 일부 학교는 단축 수업이나 합반·학년 통합수업 등을 진행한다. 일부 교사들은 이날 추모에 참여하려고 연가나 병가 등을 활용해 학교에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교사들의 단체행동을 지지하면서 체험학습을 신청하는 학부모들도 있어 수업을 평소처럼 진행하지 않는 학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4일 브리핑에서 집단 연가·병가를 낸 교원들을 원칙대로 징계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교육부가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한 교원이나 이를 승인하는 교장에 대해 최대 ‘파면·해임’이 가능하고 징계하지 않는 교육감에 대해 ‘형사 고발’까지 할 수 있다는 방침을 유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부총리는 8월29일 '부총리-시도교육감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집단행동을 위한 임시 휴업일을 지정하거나 연가·병가의 사용은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교사 개인의 연가나 병가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교사 개인을 징계하는 권한은 시·도 교육청에 있는데 서울, 세종, 광주, 충남 교육감은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지지의사를 밝힌 만큼 징계가 쉽지 않다.
여기에 교육현장을 향한 교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이나 이를 징계하지 않은 교육감에 대한 강경대응으로까지 사태가 확대되는 것은 이 부총리에게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서 2일 국회 앞에서 열린 서이초 사망 교사 추모 7차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만 명이 집결했다. 교사들의 집회가 시작된 뒤 최대규모다.
▲ 시민들이 9월4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교육청 앞에 마련된 서이초 교사 추모공간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이날 열리는 집회 참석을 위해 휴가를 낸 교사들 가운데 일부는 교육부가 징계를 내린다면 교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총리가 많은 부담을 안고 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실제 징계를 내릴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임시휴교를 결정한 정용주 서울 천왕초등학교 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학교장으로서 선생님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다른 방식의 추모를 설득했지만 선생님들의 의지는 단호했다”며 “특히 젊은 교사들은 징계를 하면 차라리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찾는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석한다는 한 초등학교 교사도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주로 20~30대 젊은 교사들의 참여가 높다”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하거나 악성 민원인에게 시달리는 게 무섭나, (교육부의) 징계를 받는 게 무섭나’라고 했을 때 교사들은 벌을 받는 것을 선택한 것”이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교사노조는 정부의 징계 방침에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가 교사들에게 ‘징계’가 아니라 공교육 회복에 대한 ‘위로’와 ‘공감’을 전했어야 한다"며 "교사들에게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확보해주고, 심리적 소진을 회복하고 집단적 트라우마를 방지할 대책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교사노조는 "이제 교육부 장관은 교사들의 연이은 죽음을, 현장 교사들의 분노를 무엇으로 해결할 수 있겠느냐"며 이 부총리를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이 부총리도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징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교사들을 달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심사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학교장 재량으로 임시휴업을 결정하는데 왜 이를 징계하냐는 질의에 “(법률과 교장 재량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대답했다.
이 부총리는 전날 교사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도 "선생님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신 외침을 들으며 선생님들의 열정 이면에 얼마나 많은 상처가 있었는지 잘 알게 됐다"며 "선생님들께서는 우리 학생들 곁에서 학교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전례에 비춰 이 부총리가 파면·해임 등 실제 징계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과거 교사들이 집단행동에 참여했을 때에도 파면이나 해임보다 낮은 수위의 행정처분에 그쳤기 때문이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2014년 6월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한 처분에 반발해 조퇴투쟁을 벌였을 때 주의·경고 조치를 받았다. 주의·경고는 감봉, 견책 등 경징계보다도 낮은 수위의 처분이다. 2015년 4월 전교조가 민주노총 파업에 동참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2014년 전교조 투쟁 당시 교육부는 전교조 위원장 등 임원들을 형사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음에도 징계 수위는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고발된 전교조 임원들은 2020년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됐으며 진보 교육감들은 별도의 징계를 하지 않았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