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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전에서 바뀌지 않는 의원 정수, 22대 국회도 300석 사실상 예약

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 2023-09-0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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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전에서 바뀌지 않는 의원 정수, 22대 국회도 300석 사실상 예약
▲ 7월3일 오전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열린 '여야 2+2 선거제 개편 협의체' 발족식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7개월여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아직 선거구는 물론 의원 정수도 획정하지 못했다.

다만 의원 정수 확대·축소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당장 전체 의석 숫자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8월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국회의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반면 학계 전문가들은 반대로 늘려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8월29일 발표한 정치학 및 법학 전공자 489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 정수와 관련해 '지금보다 늘리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231명(47%)으로 가장 많았다. '지금 그대로가 좋다'는 130명(27%), '지금보다 줄이는 것이 좋다'는 127명(26%)로 조사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이 발간한 '2022년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표'에 따르면 한국은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는 17만 명으로 OECD 국가 중 미국(63만 명), 멕시코(21만 명), 일본(18만 명)에 이어 4번째로 많다.

해당 조사는 국회의원 300명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253명을 기준으로 재산출하면 1인당 20만 명을 담당하는 것으로 사실상 미국 다음인 멕시코와 동급으로 볼 수 있다.

한국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프랑스(7만3천 명), 영국(4만6천 명), 이탈리아(9만8천 명)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과대대표 돼있어 국회의원 1인당 권한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원호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6월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전문가 10명에게 물어보면 최소 9명은 의원수 늘리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전문가 의견과 반대다. 3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의원 정수를 축소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같은 달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의원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68.9%까지 나왔다. 

국회의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1990년대에도 똑같이 나올 만큼 해묵은 주제이다. 1998년 시사저널 등 언론 보도를 보면 이때도 신문과 텔레비전 등에서 의원 수를 축소하라는 의견이 빗발쳤다.

전문가 의견과 국민 여론이 다른 데에는 국회의원 특권이 지나치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누적돼 세비 낭비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탓으로 여겨진다.

국회의원은 1억5천500만 원에 이르는 고액 연봉과 9명의 보좌진, 각종 특근비 및 차량 지원 등 200여 가지 특혜를 누린다. 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적용받아 사익을 위한 ‘방탄국회’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여론에 힘입어 의원 정원 감축 목소리를 냈다. 국회의원 숫자를 270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6월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의원 숫자가 많으냐 적으냐 갑론을박이 있는데 그 정답은 민심”이라며 “의원이 300명인데 숫자가 10% 줄어도 국회는 잘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37년 전에서 바뀌지 않는 의원 정수, 22대 국회도 300석 사실상 예약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월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6월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했을 때 자리에 있었던 최고위원 지도부는 전체적으로 김 대표의 의견에 적극 동조를 했다”며 김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구체적으로 비례대표 30명을 축소하자는 방안까지 나왔다. 같은날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비례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식으로 전체 의석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의원 정수 축소를 ‘정치적 의도’라고 정면 비판했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6월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표피적 국민 여론에 기대 정치 불신을 조장하고 국민의 염원을 도외시한 채 정쟁으로만 몰고 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오히려 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7월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 간담회 이후 “사표를 방지하고 다양성을확보하는 선거제도를 위해서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 여론을 의식해 의원 정수 300석을 유지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소선구제 유지 및 권역별비례대표를 확대 추진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는 의원 정수 확대 필요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4월 전원위원회에서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의원들을 향해 “시민 이익에 복무하는 의원을 다음번에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못 하는 건 본인이 일하지 않고 놀았던 탓이다”고 비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8월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선거제도 개혁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정수를 360명으로 확대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1로 조정해 비례대표를 120석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300명의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1987년 13대 국회에서 299명으로 적용된 이후 사실상 36년여 동안 변화가 거의 없는 셈이다. 

다만 딱 한 차례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의석수를 줄이는 데 동의한 적이 있다. 2000년 16대 총선 때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치권은 국민의 고통 분담을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막자는 이유로 선거구를 26개 줄이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의원 정수는 4년 후 다시 299석으로 회귀했다.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 세종시 지역구가 한 곳 추가돼 300석을 정수로 현재까지 흘러왔다. 

정치권에서 국회의원의 특권 및 특혜를 대폭 줄이고 의원 수를 늘리자는 의견도 없지 않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의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예산을 동결하는 것을 전제로 (의원 정수를) 30~50명 늘린다는 안들이 나오고 있다”며 “80~90% 이상 의원들이 동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4월 전원위원회에서 “국민의 동의를 얻어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며 “의원 수가 늘더라도 보좌인력, 예산 등을 동결하는 등 특권을 내려놓는 개정안을 만들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비례대표를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의견은 소수인데다 국민대상 여론조사에선 세비와 무관하게 정수를 늘려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3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세비를 동결해도 정수를 늘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 71%였다. 한국갤럽은 기존 정수 300명이 절대 적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며 수적 확대를 논하기 전에 국회의 질적 향상과 신뢰 제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개특위는 3월 의원 정수 300명 유지를 의결해 전체회의에 상정했으나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5월에는 이틀에 걸친 발제·토론 등 패널 토의, 전문가 질의응답, 분임 토의 등 선거제 개편을 위한 숙의 토론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공론화 이후에도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2023년 7월3일 선거제도 개편 협의 위해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간사로 이뤄진 '2+2' 협의체를 발족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미 법정 선거구 획정 기한을 넘긴 시점에서 의원정수 논의보단 지역구 획정이 ‘2+2’ 협의체의 우선 과제로 자리매김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정개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은 비례대표 60석을 주장하고 있지만 저희는 비례 축소 혹은 현상유지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 의원 정수, 지역구 획정 등에서 여야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9월 정기 국회에서도 논의를 지속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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