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난맥'을 강조하며 강력한 대여투쟁을 예고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철저한 방어태세를 갖추는 한편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D-1, 민주당 '대표 단식' 선공에 국힘 '우주방어' 준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가운데)가 8월31일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투쟁을 펼치며 정청래 최고위원(왼쪽), 박광온 원내대표와 함께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정기국회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만큼 민심확보를 위한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여야는 예산안 심의 등 각종 현안에서 이전보다 더욱 첨예하게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기국회 개회를 하루 앞둔 31일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하며 여당을 향해 선공을 펼쳤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1주년 기자간딤회에서 “정권의 민생포기로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중”이라며 “오늘은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첫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대정부 공세를 퍼붓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전날 열린 2022회계연도 결산안 심의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 오염수 투기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정부여당을 몰아붙였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관련 입법을 주도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안, 폭염노동자보호법안(산업안전보건법), 민생경제회복 패키지법안(서민금융생활지원법·소상공인보호법·지역사랑상품권법·한국자산관리공사법) 등을 이번 정기국회의 주요 입법과제로 정했다.

민생패키지법 가운데는 이재명 대표의 브랜드 정책인 지역사랑상품권법안이 포함됐다. 2024년도 예산안에 지역화폐 관련 예산이 빠져있어 여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지역화폐사업 예산을 두고 “지역균형발전과 골목경제, 경제순환에도 도움이 되고 소득재분배에도 효과가 있다”며 “굳이 이 예산을 100% 삭감하겠다는 것은 서민에 대한 고려 없이 카드회사나 대형 유통재벌에 혜택을 주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폭염노동자보호법안 통과도 주도적으로 밀어붙여 노동자와 민생을 살피는 이미지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달 초 서울 광진구의 우편물류센터를 찾아 폭염 시 노동자의 작업중지를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8월 내 처리를 여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수개월 동안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던 노란봉투법도 정기국회의 뇌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노란봉투법안은 현재 국회 본회의 상정과 표결절차만 남은 상황으로 민주당이 노란봉투법안에 찬성 의사를 밝힌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과 함께 통과시킬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민의힘과 정부는 노란봉투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해 온 만큼 국회를 통과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기국회가 국정감사와 전년도 예산안 결산,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을 포함하고 있어 ‘야당의 시간’으로 평가되는 만큼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정기국회를 '국민을 위한 국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의 2024년도 예산안과 정책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쟁점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 거부권 행사 건의를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참석했던 연찬회 결의문에서 "정기국회를 대안이 있는 국정감사와 민생 중심의 예산심사가 펼쳐지도록 하겠다"며 "가짜뉴스·선동 정치에는 강력히 대응하되 민생을 우선시하겠다”고 강조했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D-1, 민주당 '대표 단식' 선공에 국힘 '우주방어' 준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8월31일 전남 순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대표는 소속 의원들을 향해 민주당 공세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김 대표는 29일 연찬회 폐회식 인사말에서 “지금까지 겪었던 정기국회보다 훨씬 더 혼탁하고 정쟁이 난무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모든 현안마다 발목잡기, 내로남불을 반복할 것인 만큼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고 말했다.

여야 대립구도가 확고한 상태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은 이번 정기국회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의 대여투쟁 단일대오에 균열을 낼 수 있는데다 최근 여러 악재로 수세에 몰린 정부여당에게 국면 전환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8일과 29일 진행된 의원 워크숍에서도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사이에 이견이 노출되며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했지만 이날 검찰 수사를 ‘검찰 스토킹’이라 비난하며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부당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취임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상대가 부당하게 공격을 하고 있는 걸 가지고 왜 공격당하느냐고 한다면 야당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상대가 누군가를 목표로 정치적 공세를 벌이는 걸 왜 당하냐고 문제제기 하는 것이 문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9월1일 정기국회 개회식을 시작으로 5일부터 8일까지 대정부질문, 18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한다. 그 뒤 10월10일부터 국정감사가 실시되며 10월3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도 예정돼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