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여권 대표 인사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몸 풀기에 나섰다.
정치권에선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쌓은 인물들이 중앙정치를 겨냥한 행보에 나선 것을 놓고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이 시작된 게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여당 안팎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제기될 만큼 여당내 경쟁력있는 인물이 부족하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두 중진이 수도권 위기론을 기회로 여의도 복귀의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받는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8월24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보수 성향 포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정기세미나에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교통 정책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나경원 전 의원은 국민의힘의 큰 자원"이라며 "나 전 의원이 서울에서 출마하는 것은 당연히 예견됐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총선이 멀지 않았기 때문에 행사를 통해 존재감을 국민들에게 보이는 것"이라며 "그런 것을 만들어야 당내에서도 나름대로 기반이 생긴다"고 진단했다.
나 전 의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창립 포럼을 개최했다. 원 장관도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보수 성향 포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정기 세미나에 참석했다.
두 인물이 참석한 행사에는 국민의힘 소속 현역의원 수십 명이 몰리며 두 중진의 당내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냈다. 특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두 행사에 모두 참석하는 등 당 지도부 또한 원외 중진 정치인들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였다.
원희룡 장관은 친윤석열계 외곽 조직이 마련한 행사 연단에 올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몇 달 앞으로 다가온 국가적 재편에서 모두가 힘을 합쳐 정권교체 강화를 이뤄야 한다”며 내년 총선 승리의 중요성을 힘줘 말했다.
그는 총선 승리를 위해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다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발언의 수위는 높은 편이었다.
원 장관은 “야당의 터무니없는 공세에 맞서서 내년 (총선에서) 좋은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며 “여당 간판으로 국민 심판을 받는데 저도 정무적 역할을 하고 모든 힘을 바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무위원의 신분으로 총선 승리를 직접 언급한 원 장관의 발언을 두고 “‘총선 지원’ 약속한 원희룡 장관은 국무위원이지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이 아니다”며 비판에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또한 원 장관의 발언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등 선거법 조항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8월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창립 포럼 개최식에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전 의원은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창립 포럼 개최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도권 위기론’과 관련해 직접 질문을 받기도 했다.
나 의원은 “수도권은 항상 위기이자 기회”라며 “우리 모두 자만하지 않고 끝까지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나경원 전 의원의 중앙정치 복귀를 환영했다. 나 전 의원은 1월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했으나 대통령실 등과 마찰을 빚은 끝에 출마를 포기하고 김기현 대표를 지지하며 힘을 보탠 바 있다.
김기현 대표는 포험 축사를 통해 “보수당의 아이콘이고 최고의 리더인 나 전 의원이 정말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이끌 중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포럼을 발족해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나 전 의원이 그 역할의 깃발을 들고 ‘날 따르라’ 했기 때문에 저는 열심히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려면 (국회의원) 배지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계급장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고 나 전 의원의 총선 공천 가능성을 시사했다.
나 전 의원은 행사를 마친 뒤 ‘내년 국회의원 선거 8개월을 앞두고 중앙정치 복귀를 위한 몸 풀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엔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반박하면서도 “그동안 지역에서 정말 현장의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한 진지한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당에서 (총선 관련 지원) 요청도 없는데 이야기할 건 아니다”면서도 “항상 당의 승리를 위해 당인으로서 늘 봉사할 자세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24일 열린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36개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가운데 10곳의 조직위원장을 내정하며 여권 중진 인사들의 전략공천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고당협 36곳에 86명이 신규 지원했음에도 정작 위원장 인선은 10여 명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으로 그쳤기 때문이다.
박진호 조강특위 대변인은 일부 지역을 미선정한 것은 전략공천을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많은 인재들이 있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공모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전략공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나머지 미선정 지역과 관련해선 추가적으로 검토해 계속 심사할 것”이라며 “모든 지역을 전략공천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원희룡 장관과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의 수도권 위기론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될지 여부를 두고 회의적 시선도 나온다.
수도권 민심을 얻기 위해 중도층 공략이 중요한데 두 사람이 지닌 강성 보수 이미지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희룡 장관은 과거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정병국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남원정 트리오’로 불리며 보수진영 내 개혁소장파로 분류됐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노조와 대치,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백지화 등 강경한 태도가 부각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과거 자위대 행사 참석 등 친일 논란이 이어진데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한 극우 집회에 참석하면서 강성 보수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인의 경쟁력도 미지수다. 나경원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자신이 내리 3선을 지낸 서울 동작구을 지역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해 5선 도전에 실패한 바 있다.
원희룡 장관도 이전에 서울 양천구갑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하긴 했으나 2008년 진행된 18대 총선 이래로 10년이 넘게 수도권에서 검증받지 않았다. 원 장관은 현재 경기 고양갑 등에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