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 잼버리 대회의 원치 않는 결말을 맞이하게 됐다.

김 지사는 잼버리 대회가 난맥상을 보이자 새만금 야영지에 머물며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또 대회 운영을 맡은 책임자로서 잼버리 행사의 총체적 부실 운영에 처음으로 사과하고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개 숙인 전북지사 김관영, '새만금 잼버리' 파행 아쉬움 넘어 책임론 직면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8월6일 잼버리 대회 운영 미숙에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세계스카우트연맹이 기상악화로 참여 대원들을 조기 철수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여겨지는 K팝 공연 장소도 서울로 옮겨지며 김 지사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 잼버리 대회의 파행과 관련해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 지사로서는 잼버리 대회의 성공적 개최 무산에 따른 아쉬움보다 향후 이어질 거센 책임론을 고민해야하는 상황이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7일 정부로부터 태풍 카눈 북상에 따른 영향을 통보받았다며 전북 새만금 야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잼버리 참여 대원들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원 숙소와 일정을 서울 등 수도권으로 옮기는 방안이 포함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했다. 오는 11일 전북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기로 한 K팝 콘서트 역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이나 잠실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야영지를 떠나기로 결정한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단이 서울로 이동한데다 이날 철수가 결정된 다른 국가들의 대원들도 전북을 떠났기 때문이다. K팝 콘서트마저 수도권에서 열리게 되면 이들이 전북으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집무실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로 옮기고 대원들과 함께 숙영하며 대회 완주 의사를 밝혔던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행보가 무색하게 됐다.

전라북도는 코로나19 유행기간이 끝난 뒤 첫 대규모 국제 청소년 행사로 기대를 모았던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통해 다수의 방문객을 유치하고 '관광 전북도'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북도는 이번 잼버리 대회가 개최되기 전 국내외 인플루언서, 파워블로거 등을 대상으로 테마별 팸투어를 진행하고 다양한 콘텐츠가 담긴 영상물을 제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극 홍보했고 새만금 환경생태단지 등이 포함된 신규 여행코스를 개발했다.

전북연구원은 잼버리 대회 기간에만 방문객 9만여 명의 소비로 도내에서 755억 원의 생산 효과와 8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지사는 난맥상을 보이는 이번 대회를 성료하기 위해 수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끝내 ‘조기 이탈’이라는 수모를 피해가지 못했다.
 
고개 숙인 전북지사 김관영, '새만금 잼버리' 파행 아쉬움 넘어 책임론 직면

김관영 전북도지사(사진 왼쪽)가 8월3일 전북 새만금 잼버리대회 현장에서 관계자들과 운영 문제점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관영 페이스북 갈무리>


잼버리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지사는 3일부터 집무실을 새만금으로 옮기고 대회가 끝날 때까지 숙식을 함께하기로 하며 현장 대응에 나섰다.

6일에는 부안 새만금 잼버리 프레스센터를 찾아 “많은 걱정을 끼친 점을 집행위원장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포함해 책임자들 가운데 첫 사과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사과였다.

사과와 함께 박보균 문체부 장관과 함께 애초 6일 오후 8시 새만금 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팝 공연을 11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기로 했다고 발표하며 마지막까지 잼보리 흥행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공연장소도 서울로 옮겨지면서 김 지사에게는 지역의 싸늘한 여론만 남게 됐다. 공연 장소와 일정을 발표하면서 ‘태풍’이라는 기상변화조차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북 현대 서포터들은 K팝 공연 개최에 따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당초 예정돼있던 K리그 경기가 취소되면서 갑작스런 일정 변경을 비판했다. 전북 현대 축구단은 홈경기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9일 인천과 FA컵 4강전, 12일에는 수원 삼성과 K-리그 26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전북 현대 서포터는 6일 전북과 인천의 K리그1 경기가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에 “잼버리도 망치고 전북도 망치고”, “관영씨 협조? 협박으로 조짐”이라는 현수막을 걸며 김 지사에게 항의했다.

이날 세계스카우트연맹의 조기철수와 공연장 변경으로 사실상 전북 새만금에서 잼버리 대회 관련 활동은 끝나게 됐다. 김 지사에게 남은 것은 더욱 거세질 책임론뿐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번 잼버리 사태에 책임을 묻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예산 집행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들고 나오면서 대회 집행위원장인 김 지사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잼버리 준비를 위해 그간 투입된 정부·지자체 직접 예산은 1천억 원 이상”이라며 “제대로 집행됐다면 최상급의 인프라를 갖췄어야 마땅했고 역대 최고의 잼버리라는 안팎의 호평을 받았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잼버리 대회의 책임이 윤석열 정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운영에 직접적 책임을 맡은 김 지사를 적극 엄호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여겨진다.

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전북 부안을 지역구로 둔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폭염이나 해충을 대비한 정책적 판단과 대응이 부족했다"며 "끝나고 나면 분명한 평가가 있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지내 비주류로 여겨진다. 그는 최연소 공인회계사시험 합격에 이어 행정고시, 사법고시까지 모두 합격해 ‘고시 3관왕’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재정경제부 사무관으로 일했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그는 2012년 4월11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전북 군산에서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2016년에는 안철수 의원을 따라 국민의당에 합류해 재선에 성공했으며 이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맡기도 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했으며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중 가장 높은 82.11%의 득표율을 얻어 전북도지사에 당선됐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