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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에서 시작한 윤종규의 지속가능경영 9년, KB금융의 '상생'에 방점 찍다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3-08-02 16: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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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에서 시작한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0241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윤종규</a>의 지속가능경영 9년, KB금융의 '상생'에 방점 찍다
▲ KB금융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CEO메시지 페이지에 나온 윤종규 회장. < KB금융 >
[비즈니스포스트]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다시 한 번 ‘공존’과 ‘상생’의 가치에 방점을 찍었다.

윤 회장은 임기 첫 해인 201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반성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9년이 지나 세 번째 임기 만료를 앞둔 현재 지속가능경영을 바라보는 윤 회장의 시선은 오롯이 공존과 상생을 통한 ‘세상을 바꾸는 금융’을 향하고 있다.

2일 KB금융에 따르면 윤 회장은 2014년 11월 취임해 2015년 발간된 2014년 보고서부터 전날 나온 2022년 보고서까지 지난 9년 동안 모두 9개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CEO메시지'를 썼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이 2009년부터 발간해 온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2011년부터 그룹 차원으로 확대해 지금껏 모두 12개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냈다.

윤 회장이 지금껏 발간된 KB금융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4분의 3을 책임진 것인데 이를 통해 지속가능경영을 바라보는 KB금융의 시선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윤 회장이 처음 CEO메시지를 쓴 2014년 보고서는 철저한 반성으로 시작한다.

윤 회장은 “아시는 것처럼 KB금융 임직원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동안 KB 직원들은 고객이 가장 신뢰하는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것이 훼손된 만큼 분위기가 침체되고 조직의 활력도 떨어졌다”며 “KB가 가야 할 오른길을 고객에게 듣겠다”고 말한다.

오른길은 당시 KB금융이 새로 만든 말이다. ‘옳은 길(Right way)’을 통해 ‘오르는 성장의 길(Ascending way)’을 가겠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2014년 보고서는 부제도 ‘오른길을 묻다’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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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금융 201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첫 페이지. < KB금융 >

당시 KB금융은 계열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의 갈등 등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는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보고서를 통해 분명히 보여준 셈이다.

오른길은 2014년뿐 아니라 2015년에 이어 2016년까지 윤 회장의 첫 번째 임기 내내 KB금융 지속가능경영의 핵심개념으로 자리 잡아 3년 연속 보고서의 부제로 쓰였다.

다만 짝을 이루는 동사는 2014년 ‘묻다’에서 2015년 ‘향하다’, 2016년 ‘만나다’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경영을 향한 KB금융 변화의 여정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됐다. 2015년과 2016년 보고서 이름은 각각 ‘오른길로 향하다’와 ‘오른길을 만나다’다. 

윤 회장은 첫 임기 3년 동안 오른길을 앞세워 그룹 전반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등을 품에 안으며 KB금융의 몸집을 크게 키웠다.

이와 관련한 외형 확대와 순이익 증가 등의 내용도 CEO메시지에 고스란히 담겼는데 이는 당시 지속가능경영의 방점이 올바른 방식을 통한 재무적 성과에 찍혀 있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윤 회장의 2번째 임기에 발간된 2017년, 2018년, 2019년 보고서의 CEO메시지를 보면 ‘ICT(정보통신기술)’, ‘디지털’, ‘One Firm, One KB(하나의 회사, 하나의 KB)’ 등 향후 KB금융의 주요 사업 방향성을 보여주는 내용들이 다수 나온다.

2017년과 2018년 보고서는 그동안 써오던 부제 오른길도 버리고 특별한 부제 없이 ‘KB금융 지속가능경영보고서(KB FINANCIAL GROUP SUSTAINABILITY REPORT)’라는 이름으로 발간된다.

첫 번째 임기 3년 동안 오른길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외형을 키운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핀테크로 대표되는 금융산업의 변화 속 신사업에서 지속가능경영의 길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윤 회장은 2017년 보고서 CEO메시지를 “2017년은 KB금융이 견실한 재무적 성과 창출과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안전화를 이루며 리딩금융그룹 위상 회복의 기틀을 다진 뜻깊은 한 해였다”는 말로 시작하는 등 두 번재 임기에도 ‘1등 KB’, ‘리딩금융그룹’ 등 재무적 성과를 지속해서 강조한다.

다만 사회적 책임이 더욱 많이 강조되는 변화의 흐름도 조금씩 나타나는데 대표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단어도 이 시기에 처음 CEO메시지에 등장했다.

윤 회장은 2019년 나온 2018년 보고서 CEO메시지에서 처음으로 ESG를 언급한다. 이후 2020년 나온 2019년 보고서부터는 ‘KB가 만들어가는 ESG 가치와 임팩트를 담겠다’며 ‘ESG Value & Impact(ESG 밸류 앤 임팩트)’라는 보고서 부제도 새롭게 달린다.

이 부제는 전날 발간된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까지 4년 연속 그대로 쓰이고 있다.

여전히 KB금융을 대표하는 캐치프레이즈인 ‘세상을 바꾸는 금융’도 이 시기 처음 나왔다. 윤 회장은 2018년 보고서 CEO메시지에서 그동안 써오던 ‘국민의 평생 금융파트너’ 대신 ‘세상을 바꾸는 금융’을 처음 사용했다.

세상을 바꾸는 금융은 고객 중심 경영을 넘어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윤 회장은 세 번째 임기 들어서는 철저히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임기 CEO메시지에 지속해서 나왔던 1등 KB, 리딩금융그룹 이야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반성'에서 시작한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0241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윤종규</a>의 지속가능경영 9년, KB금융의 '상생'에 방점 찍다
▲ KB금융 201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CEO메시지 페이지. 윤종규 회장이 한 어린아이와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 KB금융 >

대신 공존과 상생이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빈 자리를 채웠다.

윤 회장은 2020년 보고서에서 ‘공생(共生)’을 강조한 뒤 2021년과 2022년에는 이를 ‘공존(共存)’과 ‘상생(相生)’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지속가능경영의 길을 찾는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ESG경영이 강조되는 경영계 전반의 흐름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KB금융이 리딩금융의 위상을 확실히 다졌다는 자신감 속에서 금융권의 더 많은 사회적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 역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전날 발간된 2022년 보고서가 KB금융 회장으로서 윤 회장의 마지막 CEO메시지가 담긴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KB금융이 11월 윤 회장의 세 번째 임기 만료를 앞두고 현재 다음 회장을 뽑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년 간 보고서의 CEO메시지를 볼 때 지속가능경영을 향한 KB금융의 시선은 반성에서 시작해 재무적 성과를 강조하는 시기를 지나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쪽으로 변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윤 회장은 이번 보고서에서 2020년 이후 2년 만에 CEO메시지 가운데 일부를 따로 빼 큰 글씨로 강조했는데 그 안에는 KB금융 고객과 주주들을 향한 감사의 인사가 담겼다.

윤 회장은 “KB금융에 변함없는 신뢰와 사랑으로 성원을 보내주시는 고객님과 주주님, 아울러 KB금융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모든 분들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도 KB금융은 고객의 행복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금융’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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