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양평대전’으로 관심이 집중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는 잘못된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강력한 공세를 펼치면서 원 장관은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전례 없이 모든 자료를 공개했다고 호언장담하던 원 장관은 자료제출과 관련해 사과해야 했다. 또 일부 질의에 관한 응답은 ‘옹색한 변명’이라는 질책을 받았다.
여야는 26일 국회 국토위를 열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질의는 애초 17일로 예정됐다가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가 발생하면서 이날로 미뤄졌다.
여야는 회의를 시작되자마자 원 장관의 ‘사과’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펼쳤다. 민주당은 회의에 앞서 원 장관의 사과를 받아야한다고 요구한 반면 국민의힘은 회의를 정쟁으로 몰고가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최인호 민주당 국토위 간사는 의사진행 발언에서 “고속도로 특혜의혹이 제기되자마자 상임위 간사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국토부에 자료를 요청했다”며 “그런데 국토부는 2주 동안 핵심자료를 제출하지 않다가 갑자기 주말에 자료를 공개했는데 그동안 국회에 없다고 해오던 자료들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의 거짓말이 드러남과 동시에 국회를 무시한 것”이라며 원 장관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김정재 국민의힘 간사는 “회의 시작 전부터 정치공세로 나온다면 회의가 객관적으로 진행될지 의심된다”며 “사과를 운운하면 회의가 진행될 수 없다”고 맞섰다.
민주당 소속 김민기 국토위원장이 사과를 할 의향이 있냐고 묻자 원 장관은 “보고도 안했는데 사과하라는 건 순서에 맞지 않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오히려 현안질의가 끝난 뒤에 누가 사과해야할지 판가름 날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원 장관은 "모든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6월 민주당 당원 교육 자리에서 난데없이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이재명 대표가 TF까지 만들어가면서 사실상 지시를 했기 때문"이라고 민주당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사과를 한다면 이 사태를 이렇게 거짓 선동으로 몰고 왔던 민주당 전현직 대표 두 분부터 사과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의 고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다만 원 장관은 자료제출 과정에서 있는 자료를 없다고 거짓말을 한 뒤 곧바로 사과하기도 했다.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7월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규정에 따라 타당성조사를 실시하는 용역업체가 국토부에 제출해야하는 월간 진도보고서가 있다”며 “그것을 보면 국토부와 용역업체 사이의 협의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월간 진도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원 장관은 “용역사가 국토부에 문서로 작성한 월간 계획보고서가 없어서 제출드릴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한준호 민주당 의원이 “내가 월간 진도보고서를 들고 있는데 이게 왜 없느냐”며 “심 의원에게 주겠다”고 나섰다.
심 의원은 원 장관을 향해 “장관이 큰소리 칠 때냐”며 “왜 심상정한테는 자료를 안 주느냐”고 몰아붙였고 결국 원 장관은 “말씀하신 부분은 죄송하다”라며 한 발 물러섰다.
여야의 한 바탕 기싸움이 끝난 뒤 진행된 본 질의에서는 한준호 의원이 날카로운 질문으로 다시 한 번 원 장관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한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원 장관에게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인근 토지 지목변경과 관련해 질의했었던 당사자다.
한 의원은 국토부 도로국장을 증언대로 불러 원 장관의 주장들이 담긴 ‘국토부 서울양평고속도로 대응 종합 Q&A자료’에 담긴 내용이 거짓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한 의원은 “Q&A 자료를 보면 지난 국정감사 당시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의 형질변경 관련 질문이 양평군의 인허가 사안으로 국토부와 관련이 없어 국감자료에 실리지 않았다고 돼있다”며 “그런데 국감자료에 분명히 실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되던 날에도 초안에 김건희 여사 일가 땅 질의가 빠져있어서 수정을 요구했다”며 “국토부가 의도적으로 김건희 여사 일가 땅 관련 내용만 빼려고 한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도로국장이 수세에 몰리자 원 장관은 “답변을 듣는 게 목적이 아니라 질문이 목적이다”며 질의과정에 끼어들기도 했다.
▲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 의원은 원 장관이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김 여사 일가 토지에 관해 사전에 인지했다면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발언을 소환하며 몰아붙이기도 했다.
한 의원은 원 장관이 7월7일 채널A에 출연했던 장면을 띄운 뒤 “장관님이 방송에 나와 제가 했던 김건희 여사 일가 땅 지목변경 질문에 관해서 불법인지 아닌지 확인해본 결과 불법이 아니어서 답변했다고 했다”며 “불법인지 아닌지 땅을 확인해봤다면 사전에 인지한게 맞다”고 꼬집었다.
원 장관은 “지번이 아니라…”고 입을 열자 회의장에 웃음소리가 나왔다. 원 장관의 답변이 옹색하다는 의미로 민주당 의원들이 비웃었고 맞은편에 앉아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정 역시 좋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원 장관이 사업을 백지화한 근본적 책임이 민주당에 있음을 주장하는 동시에 김건희 여사 일가 토지와 고속도로 사업 사이에 ‘특혜’는 없다고 강조했다.
▲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에 관해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정하 의원은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08년부터 무난히 추진되던 사업인데 올해 6월16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를 필두로 (사업백지화를 밝힌) 7월6일까지 다섯 차례 의혹제기가 나왔다”며 “주민들의 문제제기나 전문가의 전문적 주장이 아니라 선전, 선동 때문에 일이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알아보니 김건희 여사 일가 땅 지역은 개발이 끝났거나 자연녹지, 보전관리지역으로 무엇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또 원안과 대안으로 발생하는 교통시간 차이는 단 3분인데 뭐가 특혜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희국 의원은 “고속도로 노선결정이 이렇게 정쟁화 된 적이 없다”며 “의혹의 핵심은 국토부가 용역업체에 외압을 넣어 안을 바꿨다는 것인 만큼 외압이 없었음을 밝히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종점을 강상면으로 하는 대안 노선을 제시한 용역업체 관계자들을 회의에 부르자고 제안했다. 용역업체로부터 국토부나 정부의 외압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최인호 국토위 민주당 간사는 “용역업체 관계자나 전문가를 부를 수 있다”며 “대신 추후 거짓말이나 국회 모독이 밝혀지면 (국정감사처럼) 처벌을 받을 것을 다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