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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비혼출산 주제 세미나, "저출산 국가비상사태 선언해야"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3-06-20 17: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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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이제 걱정할 수준이 아니고 절망할 수준으로 가고 있다.”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최로 진행된 인구2.1 세미나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비혼출산과 같은 ‘파격적’ 내용의 공론화가 필요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비혼출산 주제 세미나, "저출산 국가비상사태 선언해야"
▲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20일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에서 연 제2차 인구 2.1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은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첫번째 줄 왼쪽에서 네번째), 정운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초대 이사장(왼쪽에서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초저출산과 고령화 등 한국 인구문제에 관해 기업과 민간 차원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기관이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2022년 10월 설립했다. 그 뒤 인구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학술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는 포스코홀딩스와 호반그룹 후원으로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에서 ‘인구정책으로서 비혼출산 어떻게 봐야 하나’를 주제로 열렸다.

김 교수는 세미나 주제발표자로 나서 “현재 한국 상황은 초저출산도 넘어 초초저출산이 맞지 않나 싶다”며 “한국은 저출산 추세가 꺾이지 않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이 하향세가 어디서 멈출까에 아무도 답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2020년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평균 비혼출산율은 42%로 조사됐다. 프랑스는 비혼출산율이 62.2%이며 칠레는 75.1%다. 비혼출산은 결혼하지 않은 동거, 미혼, 동성 커플 사이 출산을 말한다.

반면 한국은 2021년 기준 비혼출산율이 2.95%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비혼출산 세미나 참여자들은 비혼출산에 관한 사회적 인식, 제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김영철 교수는 “비혼출산이 가능한 사회로 가면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을 때 상관관계는 존재한다고 본다”며 “비혼출산이 10% 증가하게 되면 합계출산율이 0.3명 정도 개선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수치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비혼출산이 가능한 사회와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 사회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은기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근대사회에서 모든 것이 변하고 있는데 출산, 가정의 형태만 변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며 “한국사회에서 결혼이 여전히 강력한 사회제도인 만큼 이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결혼이라는 사회제도를 통하지 않은 성, 사랑, 출산 등으로 이뤄지는 가족의 형성도 한국사회의 새로운 현상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0년 KDI(한국개발연구원)가 25~35세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출산의향 조사내용에 따르면 미혼여성 응답자의 63%는 출산의향이 없었다. 미혼남성도 52%가 출산의향이 없다고 대답해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 더 많았다.

이유로는 출산의향 없는 여성의 52%, 남성의 42%가 ‘결혼할 생각이 아예 없기 때문에’라고 대답했다. 그 다음은 ‘미래가 불안정하기 때문에’가 차지했다. 결혼이 삶에서 당연한 과정처럼 여겨지던 사회적, 개인적 인식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저출산 문제를 비혼출산율 등 수치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가족정책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세상을 숫자로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며 “한국이 저출산인 것은 비혼출산율이 다른 나라보다 통계적으로 낮아서가 아니라 가정이 붕괴되고 여성들 사이에서 출산 뒤 독박육아, 경력단절 공포가 이미 오래 전부터 자리 잡아 왔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정 교수는 “한국에서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높아진 것을 인구문제와 연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유럽에서도 일과 양립이 힘들면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다”며 “비혼이나 기혼이나 형태에 상관없이 아이를 낳고 난 뒤 상황이 나쁘면 출산율은 낮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유럽 국가들에서 비혼출산이 많아 출산율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형태를 포용했기 때문에 출산율이 높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2020년 연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에 앞서는 인구 ‘데드크로스’ 상황이 발생하면서 마이너스 인구국가로 진입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기준 0.78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를 보이고 있다.

김종훈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최근 인터뷰를 했는데 제가 거기서도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면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인구문제는 기업이나 정부, 사회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고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국 인구문제의) 골든타임이 5년 밖에 안 남았다”며 비혼출산, 입양제도, 임신중절 등에 관한 적극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미나 주제인 비혼출산과 관련해서는 세계적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김 회장은 “콜먼 교수가 한 달 전 이 자리에서 합계출산율 1.6명이 넘는 국가 가운데 비혼출산율이 30% 미만인 국가는 없다고 한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한국도 프랑스와 스웨덴의 사례처럼 비혼출산 관련 정책개선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앞서 5월 세계적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교수를 초청해 학술행사도 진행했다. 

김 회장은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에 발기인 대표로 참여하고 있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초대 이사장, 이인실 전 통계청장이 초대 원장을 맡고 있다.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부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등이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삼성물산, 우미건설, 호반건설 등 건설업계 기업들이 파트너기관으로 함께하고 있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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