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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시장은 '공헌이익'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김수헌 fntom@naver.com 2023-06-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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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시장은 '공헌이익'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 싱선식품 새벽배송 기업 컬리는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공헌이익은 흑자상태'라고 말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아직은 영업적자 상태지만 '공헌이익'은 내고 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기업 컬리는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공헌이익은 흑자상태'라고 말한다.

지난해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낸 쿠팡도 과거 대규모 영업적자를 발표할 때면 공헌이익 흑자를 강조하기도 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부터 e커머스사업부에서 운영하는 ‘롯데온(ON)’ 플랫폼의 공헌이익을 공개하겠다며 분기마다 숫자를 제시하고 있다. 

공헌이익이라는 용어는 판결문에도 등장한다.

지난 15일 대법원 3부는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33억원 지급)을 파기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2009년 쌍용차 지부가 파업에 돌입하자 금속노조 차원의 전면투쟁으로 전환하고 파업에 가담했다.

이에 회사측은 불법파업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금속노조를 상대로 1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파업기간동안 자동차를 판매해서 얻을 수 있었던 공헌이익은 손해발생액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와는 달리 파업에서 복귀한 조합원에게 회사측이 지급한  18억원은 파업과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보기 어렵다며 배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공헌이익이라는 것이 도대체 뭘까.

최대한 간단한 예를 들어서 설명하자면 이렇다.   

단팥빵 제조원가가 재료비(밀가루)와 공장 임차료 두가지 뿐이라고 해보자.

단팥빵 1개 제조에는 밀가루 100원이 들어간다. 공장의 연간 임차료는 20만원이다. 

이 회사가 1년에 단팥빵을 500개 생산할 때와 1000개를 생산할 때의 이익을 계산해보자. 판매량은 두 경우 모두 300개(개당 판매가격은 600원)이다.

단팥빵 1개당 밀가루 비용은 생산량과 관계없이 100원으로 똑같다.

그런데 1개당 공장 임차료는 생산량에 따라 달라진다. 500개 생산시 개당 임차료는 400원(20만원/500개), 1000개 생산시에는 200원(20만원/1000개)이 된다.
 
그렇다면 500개 생산시 개당 제조원가는 ‘밀가루 100원+임차료 400원’=500원이다. 1000개 생산시에는 ‘밀가루 100원+임차료 200원’=300원이다. 

두 경우 매출액(300개 판매)은 똑같지만 이익은 1000개 생산할 때 더 많이 난다. 제조원가가 낮아져 매출원가도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 원가 차이는 공장 임차료 같은 고정비 때문이다.
 
빵 생산을 증가시키면 전체 밀가루 비용(변동비)도 증가한다.

그러나 개당 밀가루 비용은 변함이 없다. 빵 생산을 증가시켜도 전체 임차료(고정비)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개당 임차료는 작아진다.
 
판매증가가 없어도 이렇게 생산량 증가만으로 실적은 좋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착시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공헌이익 계산서다.

여기서는 모든 영업비용을 변동비와 고정비로 나눈다.

즉 매출액에서 변동비와 고정비를 빼면 영업이익을 구할 수 있다.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값을 공헌이익(Contributuin Margin)이라 한다. 이 공헌이익이 고정비보다는 커야 영업이익이 난다. 
 
앞의 단팥빵 손익계산서를 공헌이익 손익계산서로 바꿔보자. 300개 판매 매출액은 18만원이다.

매출액에 대한 변동비(판매된 빵에 들어간 밀가루 비용)는 300개X100원=3만원이다. 고정비는 20만원이다. 공헌이익 손익계산서에서는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개당 고정비 감소효과를 배제해야 한다. 따라서 고정비(임차료 20만원)는 통째로  차감한다. 

매출액(18만원)에서 변동비(3만원)를 뺀 공헌이익은 두 경우 모두 15만원이다. 여기서 차감하는 고정비(공장 임차료)는 공통으로 20만원이다. 그래서 두 경우 모두 영업손실 5만원을 기록한다. 

대외적으로 공시하는 손익계산서는 일반 재무회계 기준에 따른 것이다. 공헌이익 손익계산서를 기업들이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대외공개하지는 않는다.
 
공헌이익 관점에서 단팥빵 사업 영업이익이 나려면 매출액이 증가하고 공헌이익의 규모가 고정비를 덮고도 남을 정도로 커져야 한다.

예를 들어 매출액이 두 배가 되어 36만원이 된다고 해보자. 변동비도 매출액에 연동하여 증가한다고 보면 6만원이 된다. 그러면 공헌이익은 30만원이고, 고정비는 20만원이므로 10만원의 영업이익이 난다.
 
물론 현실에서는 변동비 증가율에 따라, 그리고  고정비의 증가 여부에 따라 공헌이익이나 영업이익의 크기 및 달성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조업도(생산량)나 매출액이 일정한 범위를 넘어설 때마다 고정비도 단계적으로 증가하기 마련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예컨대 창업 2년쯤 지나면 공헌이익이 고정비를 능가하여 이익을 내기 시작할 걸로 생각한다.

이익의 폭이 갈수록 커져가는 성장 경로를 꿈꾼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공헌이익이 갈수록 커져가도 고정비의 증가로 인하여 손익분기 돌파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

공헌이익이 고정비를 능가하지 못해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지난 1월 컬리는 결국 증시 상장 작업 중단을 선언했다.  

컬리는 그동안 VC(벤처캐피털)나 PEF(사모펀드)로부터 끌어들인 투자금으로 물류시설 등 인프라 투자와 영업자금을 충당해 왔다. 

기존 주주(투자자)들에게 계속 손을 벌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2023년 상반기 IPO(기업공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시장이 급속히 냉각됐다.

컬리는 적어도 4조원 이상 상장 시가총액을 인정받기를 원했다. 2022년초만해도 회사측은 자체 밸류에이션 결과로 7조원을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2조원대 밸류에이션도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였다.

결국 컬리는 일단 계획을 접었다.

대신 기존 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유상증자로 1200억원을 수혈받았다. 

일각에서는 컬리가 인프라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증가가 크지 않아 손익이 뚜렷하게 개선될 시점이 온 것 같은데도 영업적자 감소세는 더디다고 평가한다.

물류 시스템 개선을 위한 IT 인력 채용을 크게 늘리면서 고정성 인건비가 증가한 영향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제 시장은 “공헌이익은 흑자”라는 말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렇게 공헌이익만 내다가 어려움에 처한 회사는 비일비재하다. 올해는 컬리가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해다. 김수헌 코리아모니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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