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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테흐스 사무총장 화석연료 기업에 일침, "은화 30냥에 미래 팔아"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6-16 12: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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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테흐스 사무총장 화석연료 기업에 일침, "은화 30냥에 미래 팔아"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5일(현지시각) 미국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테흐스 총장은 서구권에서 부도덕의 상징으로 쓰이는 '은화 30냥'을 들며 화석연료 기업을 거세게 비판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은화 30냥.

약 2천 년 전 예수의 제자인 유다가 스승을 팔아넘긴 대가로 받은 돈이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유다와 은화 30냥은 죄인, 배신자, 부도덕의 대명사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 ‘은화 30냥’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 총장이 화석연료 기업을 향해 꺼내들었다.

구테흐스 총장은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환경단체 지도자들과 만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화석연료 기업을 비판하며 “은화 30냥에 미래를 팔아 넘기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한 해에만 석유, 가스기업들은 4조 달러 순이익이라는 횡재를 얻었다”며 “하지만 그들은 석유과 가스의 탐사에 1달러를 쓰면서 탄소포집에는 고작 4센트를 쓴다”고 비판했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 감축을 넘어 화석연료 사용 자체를 멈춰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구테흐스 총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해답은 분명하다”며 “세계는 공정한 방식으로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 배출량이 아니라 화석연료 자체가 문제”라며 “석유, 석탄, 가스를 땅 속에 그대로 놔두자”고 덧붙였다.

구테흐스 총장의 이날 발언은 술탄 알자비르 아랍에미리트(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의 주장에 대응한 것으로 읽힌다.

알자비르 장관은 8일(현지시각) 독일 본에서 진행된 유엔 기후변화 회의 기간에 열린 행사에서 화석연료와 관련해 사용 자체의 금지가 아닌 단계적 감축에 기후변화 대응 논의의 초점을 두자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알자비르 장관은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의 최고경영자(CEO)로 올해 11월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의장으로 지명됐다.

알자비르 의장의 지명을 놓고 세계 환경단체 등에서는 화석연료 기업과 자원부국의 이해를 대변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한다.

구테흐스 사무총장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화석연료 기업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무너뜨리려는 영향력 확산과 법적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며 “반독점 입법을 이용해 탄소중립 동맹을 무너뜨리려는 최근의 시도는 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인류의 연대를 꾸준히 주장해 왔다.

지난해 7월18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인류의 절반이 홍수, 가뭄, 극단적 폭풍, 산불의 위험에 놓여 있음에도 우리는 다자간 공동체로서 협력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집단행동이냐 집단자살이냐 선택권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과제 앞에 좀처럼 연대하지 못하는 인류를 향한 구테흐스 총장의 위기감이 드러났다.

구테흐스 총장은 “나는 지금 세계가 처해 있는 기후변화에 관련된 입지 때문에 심각한 걱정을 하고 있다”며 “많은 나라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약속에서 멀리 이탈하거나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으로서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뜻을 모아 전진하는 일만으로도 급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며 방해 움직임까지 보이는 집단이 죄인으로 비춰질 법도 하다.

수십 년 혹은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른 뒤, 탄소중립과 화석연료 그리고 은화 30냥은 어떤 의미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까.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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