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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스튜어드십이 온다⑤] KOSIF 양춘승 "국민연금은 기후변화 대응에 더 적극적 행동 보여야"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6-05 16: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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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스튜어드십이 온다⑤] KOSIF 양춘승 "국민연금은 기후변화 대응에 더 적극적 행동 보여야"
▲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사진)가 비즈니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은 어떤 식으로든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지지 선언을 해야 한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상임이사는 1일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난 자리에서 힘주어 말했다.

양 상임이사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직후인 2018년 10월부터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수책위는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상장주식에 대한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와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안을 검토·결정하기 위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설치한 위원회다.

TCFD가 무엇이기에 수책위원 출신인 양 상임이사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TCFD는 2015년 G20 재무장관회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설립한 협의체다. 탄소중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재무위험을 파악할 수 있도록 탄소배출량 등 관련 지표를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재 TCFD 지지를 선언한 기관, 기업은 95개국 3400곳이 넘는다. 특히 일본 GPIF, 네덜란드 ABP와 PGGM, 미국 캘퍼스(CalPERS)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주요 연기금 113곳이 지지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국민연금은 운영자산이 900조 원 이상으로 세계 3위 규모임에도 TCFD 지지기관에 합류하지 않고 있다.

TCFD는 물론 탄소회계금융연합(PCAF),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등 그밖에 주요 기후변화 대응 관련 국제사회의 움직임에도 국민연금은 동참하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특히 오랜 기간 국민연금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활동해 온 양 상임이사로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국민연금의 행보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양 상임이사는 기후변화 대응 등을 포함한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규모의 변화를 놓고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빠르게 늘었다”며 “특히 2020년에 직접 운용하는 국내 주식 전체를 책임투자로 운용하면서 책임투자 규모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이뤄졌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실제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규모는 2019년 32조1700억 원으로 전체 기금 규모의 4.36%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384조1천억 원으로 전체 기금 규모의 43.13% 수준까지 증가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국내 자본시장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다고 바라봤다.

양 상임이사는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뒤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에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을 포함시켰다”며 “그 영향으로 국내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2023년 6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은 연기금 4곳, 투자자문사 3곳. 자산운용사 58곳, PEF운용사 63곳 등 모두 212곳에 이른다.

다만 양 상임이사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활동이 질적 측면에서도 성장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평가를 내놨다.

그는 “국민연금은 2020년 1월에 남양유업을 공개 중점관리기업에서 해제한 이후 단 한 건의 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이나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활동 수행을 하지 않았다”며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활동이 실효성 있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 활동을 펼치면서 임원 보수, 배당 등 중점관리사안과 관련해 먼저 ‘비공개 대화 대상기업’을 선정한 뒤 의견을 개진한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비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으로 대응 단계를 높인 뒤 최종적으로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활동’을 펼치게 된다.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수탁자책임 활동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해 왔다.

올해 3월에야 수탁자책임 활동의 중점관리사안을 규정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제13조가 개정되며 ‘기후변화 관련 위험 관리가 필요한 사항’이 포함됐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이전까지는 기후변화 관련 대응은 수탁자책임 활동의 중점관리사안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양 상임이사는 국민연금이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수탁자책임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수탁자책임 활동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수탁자책임 활동을 올바르기 때문에 하는 일이라고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자산을 운용하는 원칙은 무엇보다 수익성이 우선돼야 하고 특히 연기금은 국민 모두의 재산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기후변화는 물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현안에 따른 사회적 상황의 변화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는 무엇? 양춘승 상임이사는 누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ESG를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SRI)의 촉진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장려를 통한 지속가능 사회 건설에 기여하고자 2007년 4월에 설립된 비영리 기관이다.

설립 이후 ESG 연구를 기반으로 입법 지원, 정책 개발, 캠페인 및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발전 극대화를 위해 국내외 투자자, 시민사회, 정부, 국회 등 여러 주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2018년에 국내 최초로 금융기관의 탈석탄 선언을 유도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주도한 금융기관의 탈석탄 선언에 참여한 금융기관은 현재 104곳에 이른다.

양 상임이사는 환경 관련 기업을 창업해 경영자로 활동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을 설립했다.

서울대와 서울과기대 외래교수, 중앙대 겸임교수 등을 지냈으며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를 비롯해 국제비영리기구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회 상임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이상호 기자
 
[편집자주] 68조 달러, 우리 돈 9경 원의 자산 보유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후행동 100+’란 이름으로. 캘퍼스, GIC 등 대형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국적도, 규모도 다른 투자자들이 연합해 ‘기후행동’에 나선 이유는 하나다. 기후재앙이 더 커지면 혹은 탄소중립 압박으로 산업 지형이 달라지면 투자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탁자 활동 즉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이 국내외 대형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강해지고 있다. 올 9월부터는 국민연금도 ‘기후변화 관련 위험 관리’ 차원에서 수탁자 책임 활동 즉 스튜어드십 활동을 시작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기후 스튜어드십을 선도하는 국내외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국내 기업 대응 전략을 전한다. 아울러 국회ESG포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공동으로 6월13일 2023기후경쟁력포럼을 개최한다. 관련 기사와 포럼 안내는 홈페이지(ccforum.net)에서 볼 수 있다.

 AIGCC 배희은 “투자자도 기후변화 피할 수 없다
④ 법무법인 지평 민창욱 “한국, 기후 관련 주주제안 쉽지 않아”
⑤ KOSIF 양춘승 “국민연금은 기후변화 대응에 더 적극적 행동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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