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11일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3년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총 200조 원 이상의 자금을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11일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며 내놓은 포부다.
김 행장은 국내 경제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요소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날 기자간담회의 많은 시간을 정책금융 지원 구상에 할애했다.
김 행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은행은 이를 통해 자산가치를 높이는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이 올해 1월3일 취임이후 고금리와 고환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들을 직접 찾아 경영 애로사항과 고민들을 들으며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올해 중소기업대출 공급 규모를 지난해보다 3조 원 확대해 56조 원 규모로 지원하고 2024년에는 200조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금리상승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을 낮추기 위한 금리감면 대책도 내놨다.
김 행장은 “총 1조 원의 금리를 감면하는 통합 금리감면 패키지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도 줄이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위기극복을 위한 대출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돕는 ‘시드뱅크’가 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창업한지 1년차에서 3년차까지 초기 중소기업들은 자금 부족으로 우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도산위기에 내몰리는 사례가 많은데 이들을 돕기 위한 ‘모험자본’을 3년간 2조5천억 원 규모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투자를 전담하기 위한 ‘벤처자회사’를 새로 설립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외에도 3년간 기술 혁신기업 1천 곳을 발굴해 투자·융자 등 복합금융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김 행장은 “정부의 5대 전략분야와 저탄소 전환기업 등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유망 제조산업에 대한 여신 지원을 한층 강화하는 등 자산포트폴리오를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이러한 중소기업 지원과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면 임기 막바지인 2025년에는 기업은행이 총자산 500조 원 규모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행장이 내놓은 기업은행의 장밋빛 비전 제시에도 사외이사 문제를 둘러싼 노조와의 관계 개선과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와의 투자금 반환 문제는 임기 내내 김 행장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행장은 이날 노사 공동으로 태스크포스를 조만간 출범시켜 직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사 상호간 과제 제시와 수행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은행과 노조는 최근 노조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의 제청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상태다.
은행이 금융위원회에서 지명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근경 전 재정경제부 차관보와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제청하면서 노조의 숙원이었던 노조 추천 이사의 탄생은 물거품이 돼 버렸다.
내년 3월과 4월에도 사외이사 2명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청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미 올해는 사외이사가 임명이 돼 버려 내년 재도전을 위한 작업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디스커버리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기준에 따라 법과 금융시장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펀드에 투자했던 피해를 본 투자자에게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은행의 태도는 원금의 100%를 배상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의환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 상황실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투자자들이 인내심을 갖고 기업은행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지만 기업은행의 태도를 보고 다시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기획 및 마케팅전략 부서를 거치며 은행 전반의 중장기전략과 경영목표 수립 및 평가 등을 담당한 전략 전문가로 평가된다.
1962년 충청남도 서천에서 태어났다. 충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핀란드 헬싱키경제대학교 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평촌아크로타워 지점장, 미래혁신팀장, 비서실장, 미래기획부장, 종합기획부장, 마케팅전략부장, 부산울산지역본부장, 경동지역본부장, 소비자보호그룹장, 경영전략그룹장, IBK캐피탈 대표이사, 기업은행 전무이사 등을 지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