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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부산행', 한국영화는 왜 좀비에 열광하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7-22 17: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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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성' '부산행', 한국영화는 왜 좀비에 열광하나  
▲ 영화 '부산행' 스틸이미지.

'좀비가 국내 극장가를 떠돌고 있다.' 

상반기 최고 화제작 ‘곡성’에 이어 ‘부산행’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국영화는 왜 갑자기 좀비에 주목한 것일까?

연상호 감독의 신작 ‘부산행’이 정식 개봉 이틀째인 22일 210만 관객을 돌파하며 ‘파죽지세’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부산행은 주말 극장가 예매율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데다 관객 반응도 좋은 편이어서 올해 첫 1천만 영화 고지를 밟을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산행의 흥행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5월 칸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뒤 평단의 반응이 뜨거웠다. 재난 블록버스터로 여름 성수기 극장가 대목을 노린 ‘텐트폴(흥행가능성이 높은 영화)’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영화계 안팎에서 나왔다.

하지만 개봉을 앞두고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컸던 영화다. 한국영화에서 낯선 좀비를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좀비(zombie)는 서아프리카 아이티의 부두교에서 뱀처럼 생긴 신을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흑마술사들이 약을 먹여 죽은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가 다른 약으로 다시 살려내 환각상태에 빠진 이들을 농장의 노예로 부렸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

산자인지 죽은 자인지, 혹은 반쯤 살아있거나 죽은 이를 가리키며 공포 이야기의 소재로 자주 차용됐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좀비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다.

좀비는 단지 공포스러운 캐릭터로서, 또 문화사적으로 다양한 비유로 확대재생산돼 왔다. 가령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하층 노동계급이나 쇼핑몰을 배회하는 소비자, 인터넷상에서 댓글이나 달며 소일하는 무기력한 인간군을 지칭할 때도 쓰이곤 했다.

좀비는 현대철학에서도 집중적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억압된 욕망의 귀환을 가리키는 코드로 재해석되는 것이다.

2016년 한국영화계에 좀비의 등장은 새로운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영화에서 대개 공포의 근원은 귀신이나 유령, 괴수, 연쇄살인마 정도일 것이다.

  '곡성' '부산행', 한국영화는 왜 좀비에 열광하나  
▲ 연상호 감독.
용어의 차원이 아닌, 구체적인 캐릭터로 ‘꼴’을 갖추고 나온 좀비는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이 최초라고 해도 무방하다. 유치하지 않고 그럴싸하게 구현해낸 데는 CG 기술력이 그만큼 진보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곡성에서 좀비는 부차적인 캐릭터에 불과했다. 스토리상 중요한 요소라기보다 미장센을 구성하는 기능적 장치 정도로 쓰였다.

그런데도 곡성의 좀비는 캐릭터의 등장만으로도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고 반응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부산행의 흥행 요인에 영화적 스케일과 서사적 완성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 외에 좀비라는 소재도 한몫했다면 곡성이 다소나마 이질감을 줄여주는 작용을 했거나 관심을 높이는 데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부산행에서 좀비는 개체가 아니라, 그것도 멀쩡하게 생긴 ‘떼’로 등장한다. 개체수의 증가는 전염성 높은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실감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낳는 듯하다.

이 영화가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전국을 휩쓸었던 당시 촬영이 진행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메르스는 바이러스 전염이나 치사율이 문제가 아니었다. 메르스 공포의 확산은 한 공간에서 호흡을 같이 하는 것만으로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무차별성에서 비롯됐다.

부산행의 좀비도 바이러스의 특성이 부여되면서 대규모 재난영화 장르로 탄생했다. 재난에 맞서는 인간들의 고군분투와 다분히 한국적인 신파코드도 적절히 버무려졌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조지 로메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현존하는 모든 재난이 곧 좀비다”라며 “좀비 영화는 사람들이 이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려낸 것”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부산행도 헐리우드 좀비 영화의 문법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른 것으로 보이며 현재 흥행 추세에 비춰보면 대중들과 '통'한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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