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4-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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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이후 부진한 당 지지율로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다.
김 대표는 민생 행보를 강화하고 ‘의원정수’ 축소를 제안하는 등 지지율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 1년을 앞두고 야당에 확실한 우위를 점할 뚜렷한 한방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 취임 한 달을 맞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 지지율 하락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월6일 제67회 신문의 날 기념대회에 참석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9일 정치권 일각에서는 8일자로 취임 한 달을 맞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임기 초반부터 지지율 하락이라는 난관에 부딪혔다고 본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김 대표가 당 대표에 오른 직후 더불어민주당에 역전됐다.
김 대표 취임 직전인 3월6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양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44.3%, 더불어민주당 40.7%로 집계됐다. 그러나 바로 다음 주 3월13일 조사에서 국민의힘 41.5%, 더불어민주당 42.6%을 기록했다. 4월3일 발표된 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37.1%, 더불어민주당 47.1%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다른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월10일 38%로 민주당(32%)를 앞섰다. 하지만 그 뒤 주간 지지율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34%→34%→33%→32%로 하향세를 보인다. 3월31일에는 민주당과 동률을 이루더니 7일 발표된 조사에서 민주당에 1%포인트차로 뒤쳐졌다.
물론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등 일본과의 외교문제나 주 69시간제 논란이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김 대표의 행보 역시 당 지지율 상승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 당 사무총장에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4인방 가운데 한 명인 이철규 의원을 임명했다. 또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과 배현진 조직부총장, 유상범 당 수석대변인 등 주요 당직 인선을 '친윤' 일색으로 구성해 스스로 강조하던 '연포탕'(연대, 포용, 탕평)이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와 관련해 거듭된 실언으로 논란을 빚었지만 김 대표가 미온적 반응을 보이며 홍준표 대구시장, 하태경 의원 등 등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제주 4·3 추모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김 대표마저 불참한 것도 중도층에게 국민의힘의 ‘우클릭’ 행보를 더욱 부각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최소한 김 대표가 와서 정부여당이 제주 4.3에 좋지 않은 인식을 가졌다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3일 민생 특별위원회인 '민생119'를 출범시켰지만 위원장을 맡은 조수진 최고위원이 양곡관리법 대안과 관련해 ‘밥 한 공기’를 언급해 빛이 바랬다. 태영호 최고위원의 제주 4·3사건 발언도 논란이 됐다.
지도부의 잇단 설화와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 속에 4·5 재보궐 선거결과마저 신통치 않자 ‘김기현호’ 위기론은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보수 강세 지역인 울산 남구 기초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 패했다. 울산시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성향 천창수 후보가 보수 성향 김주홍 후보를 눌렀다.
특히 울산은 김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뼈아픈 대목으로 여겨진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아무리 기초의원 선거이지만 울산 남구에서 보수 후보가 1:1 상황에서 패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무공천과 친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이 분열된 상황에서 김경민 국민의힘 후보가 8%의 득표율에 그쳐 6명의 후보 중 5위로 낙선했다.
김 대표도 위기감이 커지자 내부 단속에 나서는 동시에 국면전환을 꾀하며 대응에 나섰다.
김 대표는 김재원 최고위원에 한 달 동안 방송출연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또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을 부끄럽게 만드는 언행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표에게 주어진 권한을 더욱 엄격하게 행사하겠다”며 기강잡기에 나섰다.
김 대표가 오는 10일 국회 전원위원회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앞두고 ‘의원정수 축소’를 제안한 것도 당 지지율 올리기를 위한 시도라는 해석이 많다.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에 호응하는 화두를 던짐으로써 각종 논란에서 벗어나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신성범 전 새누리당 의원은 7일 TV조선 이슈분석에서 “김 대표가 의원정수 축소를 던진 배경에 당 쇄신 경쟁에서 야당보다 치고나가려는 의도가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김 대표 체제를 두고 여전히 회의적 목소리가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김 대표를 향해 “대통령도 견제할 수 있고 야당과 앞장서 싸우는 정당의 대표가 돼야지 이리저리 눈치만 보고 해서 무슨 당대표를 하겠다고 그러는지 답답하다”며 “지금 저렇게 흔들리면 나중에 두세 달 후는 감당을 못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새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심기일전’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 대표는 7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좋지 못한 걸 다들 알고 계실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동여맨다는 심정으로 선당후사(개인보다 당을 우선함)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