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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초일류 삼성'으로 가는 길, 글로벌 스탠다드에 달렸다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3-3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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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초일류 삼성'으로 가는 길, 글로벌 스탠다드에 달렸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2년 10월 회장으로 승진한 뒤 임직원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대표하는 대형 IT기업으로 성장했지만 ‘FAANG’으로 대표되는 메타(페이스북)와 아마존, 애플과 넷플릭스, 구글 등 빅테크로 분류되는 기업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대부분의 수익을 거두는 IT기업과 달리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가전, 디스플레이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제조업체라는 점이 가장 차별화된다.

현재 빅테크로 거론되는 기업들이 대부분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 출신인 반면 삼성전자는 한국의 최대 그룹인 삼성이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설립됐다는 데에서도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특징은 비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재벌 기업의 한계로 오너 중심의 경영에 의존하고 있어 의사결정 체계와 지배구조 측면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IT기업은 회사를 설립한 창업자가 경영에서 물러난 뒤 이사회와 주주들의 신임을 얻어 CEO에 오른 전문경영자가 기업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한국 대기업 특성상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가 장기간 자리잡아 왔기 때문에 중요한 사업적 의사결정과 대외활동 등이 이재용 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이러한 특수성은 중요하게 거론되는 점 가운데 하나다. 결국 이런 차이가 신사업 진출과 투자 등 사업적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결국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지배구조 및 경영체계를 갖춰내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ESG 경영이 전 세계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며 삼성과 같은 한국 대기업도 더 이상 변화를 미루기 어려워졌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뒤 불거진 기업가치 산정 논란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는 삼성의 지배구조에 관련한 약점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삼성은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다른 그룹사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아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그룹 내 지배력을 안정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대신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오너일가가 삼성전자 지분을 나누어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하는데 제일모직과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면서 이러한 기능을 더욱 강화했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자연히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 지배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따라서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기업가치가 삼성물산보다 높게 평가돼 오너에 유리한 쪽으로 합병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나왔다.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박근혜 정부의 압력으로 합병에 찬성표를 냈다는 점이 삼성의 국정농단 사태 연루에 핵심이었고 이재용 회장의 범죄 혐의도 이와 관련되어 있었다.

삼성은 결국 이재용 회장의 수감으로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무리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경영체제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바뀌어가는 일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라이벌] '초일류 삼성'으로 가는 길, 글로벌 스탠다드에 달렸다
▲ 삼성전자 수원 본사 사옥 전경.
오너일가 또는 그룹 차원에서 삼성전자에 충분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만큼 결국 주주들의 신임을 얻는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재용 회장 역시 지금과 같이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경영을 총괄하는 대신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내려놓은 등기이사 직책을 되찾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삼성전자의 변화는 앞으로 많은 장점을 낳을 수 있다. 우선 삼성의 브랜드 가치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공산이 크다.

글로벌 주요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측정하는 인터브랜드의 2022년 조사에서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구글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인터브랜드는 2022년부터 브랜드 가치 평가 기준에 지배구조를 비롯한 ESG 지표를 도입했다.

삼성전자가 빅테크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결국 지배구조 개선도 필수 과제로 꼽힌다. 한국 재벌기업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체제와 지배구조는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미치는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삼성전자의 오너경영이 단점만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과 같이 첨단 IT산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경영자가 부족하고 전문경영인이 장기간 직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다면 체계적인 경영 수업을 받은 뒤 기업을 승계한 오너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반도체 공장 증설을 전문경영인이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당분간 이재용 회장 중심의 오너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이사회 및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미션을 안게 됐다.

역사적으로 삼성에서는 미래전략실 또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와 같이 의사결정 구조가 불투명한 컨트롤타워 조직이 경영을 주도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꾸준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이사회에 반도체 전문가와 해외 기업 경영자, 여성 등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포함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독립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 강화에 꾸준히 자문을 받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20년 삼성의 경영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에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진행하며 “자녀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오너경영 체제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과 같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한 셈이다.

2022년 말 회장에 취임한 뒤 임직원들에 남긴 메시지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워지는 삼성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재용 회장은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같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글로벌 기준에 맞춰 점차 바뀌어나가는 과정은 전 세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에 걸맞는 진정한 ‘초일류 삼성’으로 거듭나는 데 중요한 이정표를 남기고 있다. 김용원 기자
 
[편집자주]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및 국가 경쟁력에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때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현재 전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경제팀에서 연재하는 [삼성의 라이벌] 기획은 삼성전자와 주요 라이벌 기업 사이의 경쟁 판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해 삼성의 현 위치를 짚어보고 이러한 경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삼성의 위기 극복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진단한다.

5부 - 삼성 vs SAMSUNG
(1) 이재용 회장 시대의 삼성, ‘위기를 기회로’ DNA 다시 꿈틀
(2) 챗GPT 등장에 IT시장 ‘대격변’, 삼성전자도 기회 잡는다
(3) ‘초일류 삼성’으로 가는 길, 글로벌 스탠다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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