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안전사고에 무관심한 기업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려아연이 최근 발생한 황산누출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고 초기 미온적으로 대처해 노동계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고려아연은 과거 수년 동안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해 노동계에서 ‘살인기업’으로 지목받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하면 이미지가 크게 추락할 수 있다고 보고 태도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 안전분야 종합대책 발표
19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8일 대표이사 명의로 ‘안전사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사상자 6명을 낸 황산누출 사고가 발생한지 20일 만에 나온 수습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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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중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 |
고려아연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환경·보건분야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으로 삼고 5년 동안 3천억 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고려아연은 “안전보건팀을 임원급인 안전관리실로 격상하고 안전기획팀과 두 개의 현장안전관리팀으로 확대하겠다”며 “외부에서 안전관리 전문가 등을 영입해 강력한 안전기준을 세우고 안전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환경·보건 분야를 개선하고 협력업체 평가기준을 강화해 협력사 선정부터 사후 유지까지 단계별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고려아연은 종합대책과 함께 사과문도 발표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말 울산 2공장의 정기보수공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황산이 누출돼 배관해체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6명이 화상을 입었다. 2명은 치료를 받다 사망했고 부상자 4명 가운데 3명도 상태가 좋지 않다.
◆ 책임회피 비판받아
고려아연은 황산누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의 원인을 하청업체 직원들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떠넘겨 노동계의 비판을 받았다.
고려아연은 사고발생 당시 “현장 작업자들이 열면 안되는 맨홀을 여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며 “작업순서를 적은 서류와 작업배관을 따로 표시한 사진도 나눠줬는데 (원청업체 직원들의) 숙지가 미흡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청업체인 한림이엔지는 “고려아연이 발급한 안전작업허가서에 따라 작업했다”며 “원청기업이 안전관리 과실을 하청 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사고현장을 조사한 결과 사고원인을 ‘원청기업의 안전관리 소홀’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그 뒤 고려아연은 “동료들이 큰 부상을 입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며 “사고처리전담반을 구성하고 부상자 치료와 보상 등 피해 복구를 위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사과했다.
이에 대해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고려아연은 사건 초 사고원인이 노동자의 실수라며 사건을 왜곡하고 축소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노동조합과 동료노동자들의 진실규명으로 고려아연의 책임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비판했다.
◆ 연이은 안전사고로 ‘살인기업’에 꼽혀
최근 수년 동안 고려아연에서 안전사고가 계속 일어났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노동자 4명이 작업하는 도중에 사망해 노동건강연대·민주노총·한국노총 등이 선정한 ‘2016 최악의 살인기업’에 공동 3위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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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울산소방본부,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관계자 등이 지난 6월 말 고려아연 2공장에서 발생한 황산 유출 사고현장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고려아연에서 2012년 9월부터 2013년 3월까지 3월까지 5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화재와 폭발사고, 추락사고 등 원인도 다양하다.
2013년 2월 공장증축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사고로 사망하자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뒤 고려아연에 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특별근로감독에서 고려아연은 232건의 지적사항을 통보받았는데 대부분 기본적인 것이었다.
고려아연은 고용노동부의 지적을 받은 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정기보수 공사를 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3년 11월에도 화재사고가 발생하는 등 고려아연에서 안전사고 대책은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
고려아연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업장에 1~2인의 안전보건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데 이를 선임하지 않은 것이 적발돼 2013년 400만 원의 과태료 처벌을 받기도 했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사고가 나면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사고의 원인을 찾는데 집중해야 사고를 반복시키는 원인을 근절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기업은 산재사고를 귀찮은 일, 은폐하고 축소하여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일로만 인식하고 있어 사고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