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4대 금융지주의 ‘2022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경우가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여전히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 속에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손질에 나서는 구실을 제공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기 전에 의견 조정을 거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100건이 넘는 안건 가운데 단 한 건도 부결된 사례가 없다는 점은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나온다.
6일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의 ‘2022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 통틀어 이사회는 모두 56번 열렸다.
KB금융지주가 18번, 신한금융지주가 15번, 하나금융지주가 9번, 우리금융지주가 14번 이사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는 모두 128건의 의결안건이 논의됐는데 하나금융지주에서 두 번 안건이 수정돼 결의된 것을 빼고 모든 안건이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3월 열린 제3회 정기이사회에서 이사회 내 위원회의 위원 선임 안건과 감사위원회 규정 개정 안건 등 2건을 수정 결의했다.
사내이사나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결안건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사례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표는 신한금융지주에서 나온 3건과 우리금융지주에서 나온 1건이 전부였다.
금융지주 이사회와 이사회 내 소위원회는 크게 보고안건과 결의안건을 다룬다. 보고안건은 이사들이 해당 안건과 관련해 의견을 내놓는 방식으로 다루고 결의안건은 이사들이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밝혀 결정을 내린다.
신한금융지주에서는 1월 사임한 변양호 사외이사가 제21기(2021.1.1.~2021.12.31) 결산 승인의 건과 장기보수 취소 여부 결정의 건,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의 건 등에서 반대표를 3번 행사했다.
우리금융지주에서는 윤인섭 사외이사가 지난해 12월 열린 제14차 임시이사회에서 벤처캐피탈사(다올인베스트먼트) 경영권 지분 인수의향서 제출 안건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냈다.
각 금융지주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의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지는 만큼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에서 나온 반대표는 안건 통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정관의 변경, 대표이사의 선임 및 주주총회의 의결을 필요로 하는 사항에 관해서는 이사 전원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안건을 결의하고 상법 제397조의2(이사의 경업금지) 및 제398조(자기거래금지)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한 이사회 결의는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한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서는 이사회뿐 아니라 이사회 내 위원회에서도 반대표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특히 하나금융지주 이사들은 세계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엇갈렸던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특별공로금 지급 승인 및 주주총회 상정 안건에 대해서도 모두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3월 10년 만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김정태 전 회장에게 50억 원의 특별공로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이 내용을 정기 주주총회에 올리기로 했다.
당시 세계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지급 규모에 관한 설득력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총에서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반면 ISS는 ‘하나금융지주 규정에 따르면 50억 원은 가장 최근 연봉에 회장 재임 연수를 10년을 곱한 금액’이라며 찬성 의견을 권고했다.
보고안건과 관련해서는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서 사외이사들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사들은 보고안건과 관련해 경영진에게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새로 출범하는 신한EZ손해보험의 신임 대표이사로 손해보험업 및 디지털 사업에 전문성 등 복합적 역량을 보유한 외부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거나 새로 신설한 ESG본부에 명확한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핀크 유상증자와 관련해 그룹의 디지털 전략 방향에 대해 향후 보고를 요청하거나 이사회와 이사회 내 위원회 개최 시 의안 수가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당부했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서는 보고안건과 관련한 의견이 단 한 건도 제시되지 않았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