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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 히어로](5) 버려지는 것의 재발견, 푸드 업사이클링 개척한 '리하베스트'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3-03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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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제로 히어로](5) 버려지는 것의 재발견, 푸드 업사이클링 개척한 '리하베스트' 
▲ 리하베스트는 버려지던 보리 부산물에 새로운 쓸모를 만들어낸 기업이다. 사진은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쓸모는 시대와 기술에 따라 변한다. 

인류 역사 내내 그저 ‘불 잘 붙는 검은 물’에 불과했던 석유는 내연기관, 정제기술 등의 발전에 힘입어 19세기 후반 이후 현재까지 140여 년 남짓한 기간 세계사를 뒤흔드는 물질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탄소중립이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언젠가는 퇴출해야 할 대상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식품 부산물은 석유와 반대다. 날이 갈수록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이라 불리는 활동 때문이다.

식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해 버려지던 부산물을 새롭게 활용하는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은 이미 해외에서는 70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식품을 얻을 수 있는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는 덕분이다. 

식품 부산물 발생에 따른 손실(food loss)과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8%에 이른다. 한 국가에서 이 정도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전 세계 3위 온실가스 배출국이 된다.

세계 22개국 70명의 연구진이 참여해 100가지 기후위기 솔루션을 제안한 ‘플랜드로다운’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 손실과 음식물쓰레기만 없애도 70기가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가장 필요한 시장 중에 하나가 푸드 업사이클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 시장은 아직 불모지와 다름이 없다.

푸드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국내에서 보리 부산물로 새로운 길을 닦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2019년에 창업한 ‘리하베스트’다. 이 회사의 대표적 상품은 리너지 가루다.
 
 [넷제로 히어로](5) 버려지는 것의 재발견, 푸드 업사이클링 개척한 '리하베스트' 
▲ 리너지 가루는 보리 부산물로 만들어 진다. 사진 오른쪽부터 보리, 보리 부산물, 리너지 가루. <비즈니스포스트>
◆밀가루에 뒤지지 않는 맛, 보리 부산물로 만든 ‘리너지 가루’ 1Kg이 11Kg의 탄소 절감

리하베스트가 보내준 리너지 가루 샘플의 냄새를 맡아봤다. 눈을 감고 코를 갖다 대니 구수한 향이 코안에 가득히 퍼진다. 누군가는 시리얼을, 누군가는 보리밥을 떠올릴 향이다.

리하베스트가 주력 제품으로 제조하고 있는 ‘리너지 가루’ 이야기다. 리너지는 영어단어 ‘리사이클링(Recycling)’과 ‘에너지(Energy)’를 합친 말이다.

리너지 가루는 리하베스트가 맥주, 식혜 등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보리 부산물을 이용해 만든 식재료다.

밀가루 대체원료로 주로 쓰이고 있지만 따져보면 밀가루보다 나은 점이 많다.

먹거리의 기본인 영양 성분부터 따져봐도 리너지 가루의 장점은 두드러진다. 같은 양의 밀가루와 비교해 단백질은 2배, 식이섬유는 20배 많고 칼로리는 적다.

환경적 측면을 살펴봐도 리너지 가루 1킬로그램(Kg) 생산 과정은 같은 양의 밀가루 수확 과정과 비교해 탄소 11Kg, 물 사용량 3.7톤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맛’이라는 측면에서도 리너지 가루는 밀가루를 대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리하베스트는 와디즈 펀딩 등을 통해 세 차례 소비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0% 이상의 응답자로부터 기존 식재료를 이용한 제품과 비교해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응답을 얻어낸 바 있다.

기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리너지 가루로 만든 제품을 권해봤다. 대부분이 보리의 구수한 향이 더해져 밀가루 같은 기존 식재료보다 더 맛있다는 긍정적 대답을 들려줬다.

리너지 가루에 대한 반응을 보면 이제까지 보리 부산물이 왜 버려졌을까 싶은 생각조차 든다.
 
 [넷제로 히어로](5) 버려지는 것의 재발견, 푸드 업사이클링 개척한 '리하베스트' 
▲ 리너지 가루로 만든 에너지바 '리너지바'. 리하베스트는 리너지 가루로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소비자 시험을 거쳤다. <리하베스트>
◆ '폐기물을 음식으로 만든다고?' 정부와 지자체 허가의 높은 장벽

리하베스트는 리너지 가루로 이전까지는 쓰레기로 취급됐던 보리 부산물에 새로운 쓸모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길을 닦는 데는 수많은 시련이 따른다.

“정말 힘들었죠.”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에게 리너지 가루의 개발 과정을 묻자 반사적으로 이런 대답이 나왔다.

민 대표는 리너지 가루 개발을 처음 시작할 때 맥주 제조과정에 발생하는 보리 부산물을 썼다.

보리 부산물은 관련 법에 따라 폐기물로 분류돼 있다. 그래서 보리 부산물로 무언가를 하려면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음식을 만들려는 것이므로 당연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게다가 맥주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보리 부산물은 술과 연관이 있는 물질이라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었다.

민 대표는 “술과 같은 알코올 관련 제품과 그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모두 주세법에 따라 국세청의 관리를 받는다”며 “당연히 맥주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보리 부산물도 2차 가공을 통해 다시 술을 제조할 수 있는 만큼 국세청의 관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도 세 명이 의견 모으는 일이 쉽지 않은데 규제기관 세 곳의 허가를 얻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기관의 성격상 국세청이 보리 부산물 활용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점도 민 대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한다.

“환경부, 식약처에서는 허락을 받았는데 국세청에서는 보리박 활용 자체는 허락하는 대신 기존 맥주 공장 내에 시설을 마련해 가공하라는 조건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맥주 공장은 이미 생산시설이 잘 만들어져 들어서 있는 만큼 추가 시설을 마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죠."

결국 민 대표는 맥주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보리 부산물의 이용을 포기하고 대체품을 고민했다. 그리고 ‘식혜’에서 길을 찾았다. 식혜도 맥주와 같이 제조과정에서 보리 부산물이 발생한다.

민 대표는 “식혜 부산물은 환경부와 식약처 허가만 받으면 제품 가공을 할 수 있었고 결국에는 제품을 만들어도 되는 상태까지 진척을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라야 할 산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생산시설을 지을 지방자치단체의 허가였다.

민 대표는 “중앙부처에서 허락을 받고 공장을 지으려는 데도 지방자치단체에는 관련 내용이 전혀 공유가 되지 않았다”며 “처음 공장을 지으려던 지자체 담당자에게는 중앙부처 담당자와 통화도 시켜주고 해도 전혀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결국 현재는 경기도 화성에 생산공장을 짓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리너지 가루를 생산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 번 큰 어려움을 헤치고 나니 그 다음은 비교적 순조롭게 일이 풀렸다.

민 대표는 “식혜 부산물의 성공 사례를 보고 국세청에서도 맥주 부산물의 활용 허가를 내줬다”며 “성공 사례가 하나 만들어지니 다음부터는 설득이 비교적 쉬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허가라는 장벽은 스타트업 한 곳이 애를 써서 뚫기에는 그만큼 쉽지 않은 장벽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한때 사업을 그만둘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리하베스트는 OB맥주와 서울산업진흥원(SBA)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공개적으로 정부의 규제를 이야기하는 일은 그 자체로 쉬운 일도 아니고 자칫 곤란해 질 수도 있는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넷제로 히어로](5) 버려지는 것의 재발견, 푸드 업사이클링 개척한 '리하베스트' 
▲ 리하베스트는 국내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을 개척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0월에는 신용보증기금이 선정하는 퍼스트 펭귄 기업으로 선정됐다. 사진은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오른쪽)가 퍼스트 펭귄 인증서를 받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리하베스트>
◆ 85조 원 성장할 푸드업사이클링 시장에서 '퍼스트펭귄'이 느끼는 책임감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은 세계적으로는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다.

코로나19, 탄소중립 등 흐름에 따라 먹거리에서도 친환경 제품을 향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는 2019년에 이미 52조 원을 웃돌았다. 포브스에 따르면 세계 푸드업사이클링 시장은 2029년까지 8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은 리하베스트라는 기업 하나가 등장해 자리를 잡아가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과 대중의 관심이 모이기 시작하면 한국의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은 세계적 흐름에 맞춰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실제 리하베스트와 푸드 업사이클링을 향한 정부와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리하베스트는 리너지 가루의 개발 성과로 올해 2월에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A-벤처스’ 기업으로 선정됐으며 민 대표는 정부가 주도하는 ‘푸드테크 산업 발전협의회’의 위원으로도 참여하게 됐다.

개발과정에서부터 적극적 도움을 줬던 OB맥주는 물론 뚜레주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미스터피자와 같은 국내 기업들 역시 리하베스트에 관심을 보이며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 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이는 기업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민 대표가 국내에서 푸드 업사이클링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개척자의 역할을 해 낸 셈이다.

그는 “사실 푸드 업사이클링은 한국식 영어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첫 사례고 가장 먼저 쓴 말이며 상표권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권에서는 푸드 업사이클링을  ‘에더블 업사이클링(edible upcycling)’ 즉 식용 새활용이라고 표현한다. 

신용보증기금은 민 대표의 노력을 인정해 지난해 10월 리하베스트를 ‘퍼스트 펭귄’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민 대표에게 “정말 퍼스트 펭귄 같다”는 말을 던지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더 두렵습니다. 퍼스트 펭귄이 길을 잘못 잡아서 범고래 입에라도 뛰어들면 뒤따라오던 무리들도 다 함께 죽지요. 산업도 마찬가지라 특정 산업이 초기에 자리를 잘못 잡으면 다시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두려워도 어느 펭귄 하나는 앞으로 가야 무리가 움직인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길을 찾는 것이 퍼스트 펭귄의 숙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 대표는 분명 퍼스트 펭귄이다.

민 대표는 “리하베스트를 보고 다른 분들이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먹이가 없으면 안되지 않나”라며 “그래서 리하베스트뿐 아니라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편집자주] 유사 이래 처음으로 인류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50넷제로’. 2050년까지 전 인류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 ’0’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더 큰 기후재앙을 불러오지 않기 위해 인류는 달성해야 하는 최소한의 목표다.
하지만 유엔환경계획은 각 국가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2030년에 1%도 줄이지 못할 것이며 이대로면 세기말 지구 평균 기온이 2.6도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술로 뛰어넘는 기업들이 있다. 30년 전 IT기업들이 전 세계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냈듯, 이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넷제로 전환’을 이끌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들을 탄소중립을 이끄는 영웅들, 즉 ‘넷제로 히어로’라 이름 붙이고 2023년 연중 기획으로 발굴해 소개한다.

[넷제로히어로](2-1)폐가죽에서 실 뽑는 아코플레닝, 아르마니 구찌가 찾아왔다
[넷제로히어로](2-2) 아코플레닝의 도전은 계속, "가죽이 순환될 때까지"
[넷제로히어로](3)1천만 원 투자 연 100만 원 수익, '주민 상생' 태백가덕풍력발전
[넷제로히어로](4)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광물로, MS가 투자한 클라임웍스 
[넷제로 히어로](5) 버려지는 것의 재발견, 푸드업사이클링 개척 ‘리하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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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in
미래가 기대되는 가술이네요 더욱더 발전해서 미래사회에 기여했으면 좋겠어요   (2023-07-14 13:48:17)